이전부터 개리그를 보긴 했지만 지금처럼 본격적인 덕질을 시작한 건 2006년 월드컵 전후였음.
내가 좋아하는 파란색이 상징색이라는 이유로 관심을 갖고 있던 수원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어서 소모임까지 가입하고, 부산 가서 원정 경기 보고.. 그때 섭팅이란 걸 처음 해 봤지. 그래도 생각만큼 그렇게 멋진 기억은 아니었어.
하지만 그 뒤로 반 친구들이랑 경남의 경기를 보러 가게 되면서 변화가 찾아왔지.
처음 갔던 그 때가 월드컵 휴식기 바로 뒤인 인천과의 홈 경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후반에 교체 투입된 드라간이 성큼성큼 걸어다니더니 동점을 만들고 끝난 경기.
수원의 경기를 볼 때 와는 사뭇 다른 느낌. 나는 그때 진짜 내 동네 팀이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고, 갈등하기 시작했어.
수원의 팬으로 남느냐, 아니면 내가 언제고 가서 볼 수 있는 우리 고향 팀에 애정을 쏟느냐 하는 문제였지.
2006시즌이 어영부영 끝나고.. 난 결국 경남빠가 되기로 마음먹었어. 그때부터 어렴풋이나마 내 지역팀에 대한 생각이 싹트기 시작했던 것 같기도 하고.
2007시즌이 시작되고, 고등학교 선배 형이 있는 크루라는 소모임에 들어가면서, 경남과 함께 걷는 나날이 시작되었지.
그 뒤로 갤에서 철새 새끼라고 난생 처음 악플도 받아보고, 다른 소모임 사람으로 추측되는 사람이 "넌 우리 경남 팬으로 인정 안한다", "돼지 새끼가 컴터 앞에서 라면 처먹으면서 나대지 마라"고 하는 둥 참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이것도 (도의적인 부분을 제외하자면) 사람 마음따라 가는건데 그렇게 욕할 필요가 있냐면서 서러워하기도 했었고, 반면 내가 선택한 길인데 욕을 먹어도 내가 먹는 거라는 생각도 들기도 했고.
사실 수원빠들 입장에서 보면 내가 철새로 보이겠지... 수원이란 팀을 응원하겠다 해 놓고 고향 팀 생기니까 홀랑 가 버린 놈이니까 말이야.. 나도 합리화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ㅋㅋ
다만 나와 접점을 만들었던 모든 이들에게 고맙고 미안할 뿐...
그렇게 욕을 먹어도, 앞으로 욕을 먹을 지라도 난 지금 이대로가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