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지는 지난 2006년 신태용 축구대표팀 코치가 갖고 있던 K리그 최다 출전 기록(401경기)를 깬 뒤 이를 679경기까지 늘려왔다. 올해 21경기만 더 뛰면 700경기 고지에 올라선다. 김병지는 “신의손 코치가 갖고 있던 최고령 출전 기록을 깬 것도 기쁘지만 700경기 기록은 그 이상의 가치”라며 “지금까지 뛰어왔던 경기들보다 남은 21경기가 더 힘들 것 같다. 700경기를 뛴다면 결단을 내릴 때가 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은퇴를 거론했다.
김병지는 은퇴 이후 시나리오도 다양하게 준비해놨다. 친구들처럼 지도자로 입문하는 것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길이다. 여기에 동경해오던 축구행정가, 그리고 후배들을 뒤에서 도울 수 있는 에이전트 등이 그의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모두 평생 축구에만 몸을 담았던 김병지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김병지는 “솔직히 당장이라도 골키퍼 코치를 하라면 전력 분석의 세밀함이나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에선 자신있다”며 “그런데 여행을 좋아하고 자유분방한 내 성향에 지도자가 어울리는지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주변에선 축구 행정가나 에이전트를 추천하는 이들이 많아 고민하고 있다. 김병지는 “하석주 전 감독님이 내 성향을 보면 에이전트가 어울린다고 하셨다”며 “이 일을 잘하려면 축구를 정확히 알아야 하고, 선수들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선수 출신이 어울린다. 아직 국가대표 출신 에이전트는 없다고 하니 전문성에선 내가 딱 어울린다”며 활짝 웃었다. 축구 행정가도 욕심나기는 마찬가지. 김병지는 “축구 행정을 하려면 마케팅이나 홍보, 선수단 관리 등을 공부해야 한다. 아직 한국 축구에선 이 부분에서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데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아예 젊을 때는 지도자를 하고, 연륜이 들어가면 나머지 두 가지를 해보는 건 어떨지 모르겠다. 어쨌든 축구를 위한 일들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병지의 은퇴 이후 시나리오가 언제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남이 철저한 자기 관리로 젊은 선수들과 견줘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그를 붙잡으려 하기 때문이다. 노상래 감독은 “병지가 한창 시절의 민첩성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경기 흐름을 읽는 눈이나 후배들을 이끄는 리더십은 최고”라며 “병지가 은퇴하면 당장 내가 힘들다”고 말했다.
김병지는 “감독님은 항상 함께 가자는 이야기를 하신다”며 “그러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면 떠나는 것이 옳다. 700경기까지 열심히 달려본 뒤 다시 나를 돌아보겠다. 그 때 가족과 감독님, 구단과 함께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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