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광주☆] 얼굴이랑 머리 잡힌 두 사람 중 한 명입니다.
2:1로 경기가 끝나고 경기장안에서 선수들과 승리의 세레머니를 끝내고
짐 정리를 해서 원정버스가 있는 입구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걸어가는데 일반석에서 구경하셨던 아버지뻘 되는 어르신들 두어분께서
"서포터들 멋있다 광주에서 여기까지 와서 열심히 응원하는거 보기좋다"
하시면서 엄지손가락 치켜 세워주시더라구요.
사실 응원하는 팀이 졌는데 상대편에게 그렇게 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잖습니까?
저도 기분 좋아서
"어르신도 멋지십니다~ 역시 안양은 축구1번가네요. 다신 축구1번가에 비극이 없을겁니다"
하고 훈훈하게 헤어졌습니다.
승리와 함께 기분 좋은 마음으로 입구로 걸어가는데 그 훈훈함이 불과 3분도 채 안되서
불미스러운 일이 닥쳐왔습니다.
안양서포터 몇 분이 우리 쪽으로 다가오더니 그 중 한 명이 대뜸 저에게
웃지말라면서 제 얼굴을 움켜쥐더군요.
"웃지마 웃지말라고~" 를 연발하면서요.
그 분 외관이 30대 중반,후반? 정도 되보이셨고 제 기억엔.. 로시츠키를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뒤이어 제 머리를 움켜잡았는데 옆에 있던 안양 서포터 두 분이
뜯어말리더라구요. 그 순간 제 뒷쪽에서 전라도~ 이런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전 전라도까지만 듣고 뒷 말은 못들었습니다.)
여튼 뜯어말려주신 분들 덕분에 저는 무사히 빠져나왔고
또 한 명이 다가와서 누가 웃었냐고 위협했는데 아까 말려주던 분들이
또 말려주셔서 무사히 원정 버스 앞까지 왔습니다.
제 바로 뒤에 일행들이 있었는데 한참동안 안오더라구요.
보니까 아는 여동생은 무서워서 울고 있고(폭행을 당한건 아니고요.)
저처럼 얼굴 움켜잡힘 당한 나머지 한 명도 제 아는 동생인데
그 친구는 손톱에 길게 긁혔는지 뺨이 빨갛게 생채기가 났더라구요.
이게 제가 직접 본 사건의 전말입니다.
아까 복습하다보니 어떤 댓글에서 안양 서포터를 보고 비웃었다고 하는데 이건 결코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가 웃은건 승리의 기쁨이었지 안양서포터에 대한 조롱의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그것도 좋아서 미소머금은 채로 지나갔던거지 깔깔깔 소리내서 웃으면서 지나간것도 아니었습니다.
어린 학생들도 있고 여성들도 있었는데 나중에 얘기듣고
진짜 무서워서 안양원정 못오겠다고 합니다.. 이게 뭡니까 대체
2. 많은 국톡분들이 광주를 위로해주셔서 가만히 있으려 했는데 분이 안 풀려서 한마디 하겠습니다.
즐겁고 들뜬 마음으로 제가 응원하는 광주 경기를 갔다가 지금은 치욕스러운 마음에 손이 부들부들 떨리네요.
같이 직관을 간 친구(아래 사진 피해자)가 제 앞에서 봉변을 당하였고 좋은 말로 말리려고 하자 제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 전라도 놈들"이라고 하신 분의 모습이 제 머릿 속을 떠나질 않네요...
많은 분들이 다른 글에서 댓글로 위로해주시고 안양을 나무라주셔서 조금은 풀립니다만 지금도 너무 화가 나네요.
소수의 FC 안양팬분들, 오늘 저와 제 친구가 겪었던 수모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좋은 감정으로만 안양 원정 경기에 가지 않겠습니다.
몸은 너무도 피곤한데 잠은 오지 않고 너무도 좋아하는 축구로 인해 이렇게 속이 상한다는게 안타깝습니다.
가슴 속에 있는 온갖 더러운 말들을 억누르고 억눌러 글을 남깁니다.
본 사람이 아니라 피해자 2명이 쓴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