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호구식 형이 안양 유니폼을 잠옷으로 쓴다는 글을 보고 다시한번 유니폼에 대해 복기를 해볼까 함.......
어제 시즌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이 인사하러 오면서 유니폼을 던져주더라.
뭐 내년 시즌에 새 디자인의 유니폼이 나올거니까 팬들에 대한 보은 차원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
그리고 우리 선수들이 땀흘려 경기를 뛴 후 그 땀냄새가 그대로 배어 있는 유니폼이라.....
내가 생각해도 가슴이 다 두근두근할 정도로 멋진 일이야.
근데 어제 가만히 지켜보니까
경기 중에는 그저 그렇게 경기를 보고
"서포터들은 조금씩만 더 중앙으로 모여달라"는 권유에도 불구하고 동떨어져서 경기를 보던 레드 일원이,
선수들이 유니폼을 던져주니까 언제인지도 모르게 득달같이 앞에 달려나가서 미친듯이 자기한테 달라고 난리를 치더라
그 외에도 "레드"라는 이름 아래 정말 열심히 응원하던 몇몇 사람들도 너무 노골적으로 유니폼을 자기한테 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을 보니까... 뭐랄까.... 내눈에는 좀 많이 한심해 보이더라고......
그중에는 어린 친구들도 많았고 레드가 아닌 사람들도 있었어. 그때 그런 생각이 들더라.
'저 어린 아이들이 유니폼을 받게 되면, 평생을 기억할 것이고, 내년에도 그리고 그 다음해에도 계속 경기장을 찾아와주지 않을까"
근데 실제로 그런 경우도 있긴 했음.
친구를 따라서 처음 온 꼬마녀석인데, 어떻게 운이 좋았는지 김태봉 선수 유니폼을 받아와서는 친구한테 자랑을 하더라고?
친구 따라서 그냥 온 녀석이 뭘 알겠어. 근데 연신 등에 박힌 이름을 보며 "와 김태봉이야 김태봉. 김태봉 짱" 감탄을 하더군.
그걸 보면서 내년에는 아워네이션에 올 호구녀석이 한명 더 생겼군.. 하면서 내심 흐뭇하더라 ㅋㅋ
서포터가 벼슬은 아니야.
하지만 일반 관중이나 라이트팬에 비해서 선수와의 만남이 더 잦거나 수월할 수도 있고
이런저런 구단/서포터 자체 이벤트를 통해서 실착 유니폼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분명히 열려있어.
'우리의 미래가 될 수도 있는 어린 친구들에게 유니폼을 양보하는 멋진 모습을 보이는 레드가 한명도 없을까'
하는 생각에 여러모로 씁쓸하더라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는 있어. 내 생각은 이러하다는거임.
뱀발.
나도 실착을 직접 받은건 아니지만, 10년이 넘게 축덕질 해오면서 선수에게 받은 유니폼이 딱 하나 있음.
2013시즌에 입단했던, 지금은 태국 핏사놀룩F.C.에서 뛰고 있는 김동휘 선수.
단지 24번이라는 이유만으로 내가 1년간 알게모르게 응원했었지(24번이 나름 인생번호)
베스트11은 커녕, 13시즌 내내 교체선수 명단에 딱 한번 오른 적이 있을 정도로 전력외 평가를 받던 선수였음.
하지만 고양 원정때(몇라운드였는지는 기억이 안남) 동휘선수가 교체명단에 올라있단 얘기를
누군가가 당연히 나에게 전달을 해줬고(작년시즌만 해도 김동휘 하면 골청, 골청 하면 김동휘 할 정도였으니..)
'꼭 잔디를 밟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이 있었지.. 물론 당연히(?) 출전 기회는 없었고...
하지만 그 교체명단에 들었던것만으로 나는 동휘선수에게 페북메시지로 너무너무 축하한다, 내년에는 꼭 베스트에 들자
축하도 해주고 격려도 해줬어.
하지만 14시즌을 이역만리 태국에서 시작하게 됐고, 페북메시지 덕분에 이따금씩 안부를 묻고 지냈지.
내 바람이 통했는지, 핏사놀룩에서는 주전 수비수로 풀타임 맹활약하고있음 ㅎㅎ
그러던 어느날, 레드 중 한명이 태국에 놀러갔다왔는데, 평소에 나한테 연락도 안하던 놈이
"형 언제 안양 올라옴? 줄게 있음" 이라고 카톡을 보내더라?
이녀석이 결혼을 얼마 남기지 않은 녀석이라 '청첩장 주려나보다' 라고 생각을 했는데
안양에 올라가던날, 내가 올라간다고 연락을 했고,
그날 만나서 이녀석이 나한테 준게 바로 김동휘 선수의 유니폼
경기는 보지 못했지만 어떻게어떻게 연락이 닿아서 김동휘 선수를 직접 만날 수 있었고,
동휘선수가 나한테 너무 고맙다며 이 유니폼을 꼭 전달해달라고 했다더군.
그거 받으니까 눈물이 쏟아지려 그러더라.
작년시즌 안양 소속일때도 충분히 유니폼을 얻을 기회는 많았지만
내가 절대 그럴 수 없다고 한사코 거절했었거든.....
한명의 프로축구선수가 일개 팬에 불과한 나를 기억하고, 나를 위해서 유니폼을 줬다는것 자체가
너무 영광스럽고 몸둘바를 모르겠고 내가 이걸 정말 받아도 되나 싶을정도로 안절부절했지.
당연히 그 유니폼은 내 옷걸이에 고이 모셔두고있고.
그야말로 본문과는 상관없는 사족이었는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크군....ㅎㅎ(유니폼받았다고 자랑하는거임)









와 ㄷㄷㄷㄷ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