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통행이 많은 공개된 장소인 강남역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어. 난 조금 지난 시점에서 그 사건을 들어서 어떻게 된것인가 파악하려고 하나의 의견으로 통일된 내 주변의 오프라인 지인들과는 조금 다른 시선을 보고 싶어서 온라인으로 이곳저곳을 들여다 봤었어.
하지만 다른 관점들의 글은 그 사건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 보다는 '왜 남자가 잠재적 범죄자가 되어야해?'라거나 '이건 남자가 여자를 죽인게 아니라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여자를 죽인것이다'라면서 슬슬 부스터를 달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남자 여자 싸움이더라고. 모든 커뮤니티들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은 사건의 메인을 놔두고 그걸 헤집는 사람들 보다는 그걸 이용해서 남혐, 여혐 싸움을 조장하고 그 틈을 타서 어그로를 끌어서 많은 사람들이 얼토당토않은 주장에 동의하게끔 만들어놨더라.
난 지금 사건에서 이해가 안되는건 분명 남자가 여자를 길거리에서 죽인 충격적인 사건인데, 왜 남녀를 떠나서 정신이상자가 여자를 죽인거라고 본질을 자꾸 흐리냐는거지. 이게 중요한게 이 사건으로 인해 여성들이 평소에 얼마나 많은 피해를 겪고 있으며 남자들이 몰랐던 부분을 환기시키고 우리나라 사회에서 이런 범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사회기반을 잘 닦아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발전되어야 한다고 보거든.
물론 '난 아무짓도 안저질렀는데 날 남자라는 잠재적 범죄자라고 프레임을 씌워서 난리치는거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 하지만 이런저런 작고 큰 성추행을 당해본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그 쪽을 선택하고 싶을 정도야. 예전엔 성추행에서 끝날 상황이 이젠 데이트 폭력과 길거리 살인까지 나오는 마당에 여성들의 두려움과 공포감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 이상하거든. 여성의 입장으로 조금만 기울어져도 메갈이니 남혐이니 난리나는거 보면 이번 사건으로 몇십년 더 후퇴한 느낌이랄까.. 많이 씁쓸하더라고.
여긴 안그랬으면 좋겠다라는 말은 하지 않을게. 하지만 나를 비롯한 여성들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공포심을 가지고 있고, 그것에 대해 공감하며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라는 생각도 못하면서 그저 다닐 때 조심해야겠다라는 생각밖에 못하게 하는 지금의 현실을 조금이나마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나도 평범한 남자들처럼 출출하다며 야밤에 혼자 나가서 맛있는거 사먹고 룰루랄라 하며 오고싶다고. 이젠 그게 안되는게 씁쓸해. 그냥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