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현대축구에서 득점 루트라는건 이제 공격수보다는 미드필더 쪽으로 더 치우쳐져 있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리그 득점 상위권에 원톱 공격수들이 위치하는 건 그냥 머무르는 시간 상의 차이 때문이지

득점이 공격수들에게 집중되었기 때문은 아니야. 

(물론 그놈들이 미드필더들보다 더 슈팅이 정확하고 골결정력이 있겠지만)

역설적으로 말하면 공격이 공격수 위주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득점이 공격수들에게 더 많이 돌아가는 거지.

최근 들어서 이상적인 공격수의 역할은 말 그대로 공격 찬스를 최대한 이끌어내고 기회가 오면 해결하는 거야.

공간 압박이 기본기화 된 현재에는 과거처럼 움직여서는 득점을 낼 수 없는 게 현재의 추세이고,

그렇기 위해서는 이 4백 라인의 공간 점유를 완벽하게 파괴할 수 있는 움직임이 선결되어야 하지.

4백 라인은 기본적으로 순간적인 존디펜스와 맨마킹의 혼합 형태로 이루어지는데,

쉬운 예를 들자면 한명이 맨마킹을 하고 나머지 셋이 플랫 3를 구축하는 식이지.

또는 한쪽, 또는 양쪽 풀백이 전진해 있을 경우 최근거리의 이동을 통해서 중앙미드필더들과

플랫 3를 구축해내는 것이 4백 기반의 전술적 움직임이라고 봐야 하는데.

이 4백이라는 게 상당히 오랜 기간 운용된 전술이라 굉장히 효용성이 높아졌다는 게 문제야.

그래서 기존의 투톱 전술이라던지 원톱 전술로는 이 존디펜스+맨마킹의 수비라인을 공략하기 어려워졌지.

그래서 등장한 것이 False 9의 전술이고, 티키타카로 대표되는 숏 패스 위주의 전술적 움직임인데

이 가짜 원톱이 기존의 원톱 자리에서 상습적으로 벗어나 수비수들을 끌어내고, 

다른 수비수들이나 미드필더들이 그 자리를 미처 커버하지 못하는 틈새를 노리는 쪽으로 공격전술이 변화했어.

즉 최전방 공격수가 측면이나 2선으로 이동하면서 이 수비진을 흔들어야 한다는 거지.

만약에 수비수들이 그런 최전방 공격수를 방치할 경우 볼 포제션을 계속 넘겨주게 되고,

꾸준히 상대편이 공을 돌리면서 실수를 유발시키거나 2선에서 슈팅을 때릴 것이기 때문에

결국 압박을 해주어야 하는데, 이러한 움직임이 주어지면서 발생한 수비수간 간격으로 사이드나 2선에 있던

다른 공격수들이 침투하는 거지. 그렇게 되면 동시다발적으로 수비라인이 풀리면서 득점이 나게 되는 건데,

그렇기 위해서는 순간적인 공간 이해가 좋아야 하고, 패스 타이밍이 훨씬 정확해야 하겠지.

물론 더 좁은 공간을 노리기 때문에 패스 정확도와 속도 역시 좋아야 하고...

그래서 만능형 공격수들이나 만능형 미드필더들이 더 각광받는 게 현대축구라고 봐야겠네.

미드필더는 최전방에서 공격수처럼 활동할 수 있어야 하고

공격수는 미드필드에서 미드필더처럼 행동할 수 있어야 하니까.

결국 모든 어태커들이 모든 자리에서 뛸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야.

기본적으로 공격수라고 하더라도 측면이나 2선에서 최소한 공을 연결시켜 줄 능력은 되어야 한다는 거지.

최근의 한국축구에서 득점이 나오지 않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이런 false 9 전술의 맹점때문인데

공간침투 이전에 이루어지는 유인 플레이에 놀아나지 않고 그냥 계속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전술을 골랐기 때문.

2선에서 슈팅을 때리는 능력이나 좀더 빠른 타이밍에 연결을 하는 능력이 모자라기 때문에 득점이 나지 않는거지.

상대 수비진을 흔들어 낼 만큼 빠르고 동시다발적인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는거야.

그래서 공격수 논란이 계속 불거지고 있는데... 사실 책임이 공격수에게만 전가되면 안되고,

2선에 있는 처진 공격수들과 후방의 중앙미드필더들도 문제거든.

이렇게 꽉 막힌 형태로 공이 빠르게 돌아가지 않는 건 사실 그쪽 문제니까.

그렇다고 그녀석들이 활발하게 2선에서 위협적인 슈팅을 때려 주느냐? 그것도 아니란 말이지.

이런 한국축구의 지향점과 단점을 다른 팀의 감독들과 선수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차피 이녀석들은 2선에서 때릴 생각도 없고, 창조적인 패스도 나오지 않는다.

패스를 지나치게 정확하게 가져가려고 하기 때문에 느리고 빠르게 가져가기엔 팀 테크닉이 부족하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냥 적당한 위치에서 공간 블록을 형성해서 가만히 있기만 하면

얘들은 그냥 말도 안되는 위치에서 뺑뺑 돌리다가 실패할 것이다...

이런 식이지.

그래서 이명주와 하대성이 최근 들어서 오히려 중용되기 시작했다고 봐.

이녀석들은 그래도 2선에서 슈팅을 때리거나 도전적인 패스를 자주 시도하는 편이고,

결정적으로 공격형 미드필더들과 위치를 바꿔가면서 기습적으로 전진한다는 거지.

이렇게 되면 순간적으로 상대방의 블록이 수적 우위를 상대적으로 잃고,

보다 덜 위협적이지만 더 안정적으로 종적인 움직임을 가져가게 되는데,

이게 그나마 우리 팀이 상대방의 밀집수비 블록을 깰 수 있는 방법이거든.

공격 루트를 최대한 다양하게 가져가는거.

사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풀백들도 좀더 과감할 필요가 있어.

최근 한국축구의 풀백들은 풀백은 사이드라인을 따라 전진한다는 일종의 편견을 가지고 있는데

풀백들도 안쪽으로 컷인하면서 스루패스를 찔러 줄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해.

이건 사실 우연히 드러났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최근 몇년간 왼쪽 풀백이 세계적으로 귀했지.

그래서 오른발잡이들이 왼쪽 풀백을 뛰게 되는 경우가 빈번해졌고,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컷인하는 플레이가

많아지는 경향을 보였어. 왼발보다 위협적이니까. 그런데 이게 4백 기반의 공격전술이 갖고 있던 치명적 단점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주는 경향을 보이게 됐어. 풀백에게 사이드로 벌려주면 크로스밖에 올릴 게 없다는 걸

이런 컷인 플레이로 박살내버렸다고 해야 되나. 물론 노리고 나왔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 이후로 주발 쪽에서 뛰는 풀백들도 이런 안쪽으로 꺾어들어가는 플레이를 자주 하게 됐는데

정상급의 풀백들은 이제 이런것까지 해줘야 한다구.

그래서 결론은 뭐냐. 

결국 조동건은 이런 의미에서 국가대표팀에 뽑히고 있는 거고,

최근의 득점 빈곤은 결코 공격수 문제만은 아니라는 거.

다른 포지션의 선수들도 좀 각성할 필요가 있다는 거.

그리고 월드컵에 나가서 우리도 우리가 당했던 것처럼 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거.

그겁니다 그거.

보다 넓게 보다 많이 뜁시다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