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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3 14:55

Can We Be The Reds?

조회 수 1242 추천 수 25 댓글 29


브라질 월드컵이 20일 남았습니다.

월드컵이 축구의 전부는 아니지만, 축구라는 스포츠가 줄 수 있는 최대의 희열은 아마 월드컵에 있을 겁니다. 평소에 축구를 전혀 보지 않는 사람들도 월드컵은 보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이유야 무엇이든 그만큼 월드컵이라는 것은 항상 사람들에게 있어서 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뜨거운 이벤트라는 거겠죠.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더더욱.

그런데 올해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주변을 둘러봐도 관심 없다는 분들도 많고, 심지어는 다 져 버리라는 분들도 있고, 축구 대표팀을 응원하는 이들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붉은 악마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그것은 축구 대표팀이 우리가 그렇게 간절하게 염원하던 것들을 너무나도 쉽게 저버렸기 때문일 겁니다. 그 시작에서부터 말이죠.

하나의 뜻으로 

하나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하나의 팀.


어떻게 보면 이 슬로건은 시작부터 우리가 하나가 아니었기에 나올 수밖에 없었던 말이지요. 전임 최강희 감독이 제한된 시간과 자원으로 최종예선 돌파를 위해 고군분투하던 그 때. 하필 가장 어려웠던 그 때에 해외파와 국내파 간의 파벌 논란이 일었고 그 사건의 절정을 장식했던 것은 기성용 선수의 SNS 파동이었습니다. 팀은 갈라지고, 여론은 들끓었습니다. 어찌 보면 저 하나의 팀이라는 단어는 그렇게 산산조각난 팀을 어떻게든 이어 붙여 보려는 월드컵 대표팀의 희망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여파 때문인지는 몰라도 팀의 구성원은 홍명보 감독 부임 이후로 많이 바뀌었고, 그렇게 아시안게임을 거쳐 올림픽까지 동고동락했던 새 선수단의 단합력은 문제 없어 보였습니다. 팀워크를 중요시하는 하나의 팀으로서 말이죠.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하나의 팀이 팬들로부터 버림받고 있습니다.

하나의 팀은 하나의 팀만으로는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분께 묻겠습니다.

우리는 왜 월드컵을 사랑했나요? 

여태까지 우리는 그들과 같은 색의 옷을 입고 그들과 하나가 되어 함께 그라운드에서 뛰었기에 그들의 아픔도 기쁨도 같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들을 우리 자신처럼 사랑했고 안쓰러워했고 동경하고 동정했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내셔널리즘이지만 안팎으로 억압받아온 국민들이 축구라는 스포츠를 통해서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비단 축구 그 자체만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세계의 강국들을 상대로 매운 맛을 보여주고 싶다는 강력한 열망이 홍수환을 낳았고 차범근을 낳았고 황영조를 낳았고 박찬호를 낳았고 김연아를 낳았고 박지성을 낳았듯이 우리는 축구를 통해서 세계에 인정받기를, 비주류에서 주류로 우뚝 서기를 원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언제나 약자들이 그렇게 간절히 바라는 것들,



'정정당당한, 원리 원칙대로 움직이는 사회'

 

'모두에게 공정한 사회'

'실력으로 인정받는 사회'

'열심히 노력하면 꿈이 이루어진다는 믿음'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가 온다는 것'



그런 것들을 언제나 그들에게 바랐지요. 그것이  우리의 가치관이었구요. 그들은 우리와 다르지 않은 약자였고 그렇기 때문에 축구대표팀은 언제나 국민의 팀이었습니다. 그랬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대표팀을 보며 우리는 그 속에서 기득권을 이용한 협박, 횡포, 원리원칙을 따르지 않는 모습, 노력하는 자가 보상받지 못하는 모습, 성과 없이 간판만으로 대접받는 모습 등.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병폐들을 고스란히 보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거짓말같이 너무나도 가슴아픈 사고가 우리에게 일어났고, 아무런 관계 없어 보이는 두 사건이 원인만은 같았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국민이 없는 국가에서 살면서 이제는 팬이 없는 팀까지 보아야 하는 현실에 한없는 박탈감을 느꼈기에



그들이 우리의 대표팀이 아닌

그들만의 대표팀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이제 우리와 같지 않고,

그렇기에 그들은 이제 우리와 한 팀이 아니며,

그렇기에 그들은 이제 홀로 남겨진 팀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스포츠를 통한 감동은 승부에 관계 없이, 가능성과 무관하게 

 

그저 선수들과 팬이 하나라는 동질감. 

 

그 하나만으로 서로 신뢰하고 지지해야만 얻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요.

이 개천에서 용 나지 않는 사회에서


우리는 더 이상 레즈가 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모두가 붉은 마음으로 모였던 그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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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개발공 사람들에게 특별히 사족을 달자면...


841645.jpg


축구계의 이단아, 악동 이천수가 2006년 월드컵 스위스전이 끝나고


종료 휘슬이 불리자마자 쓰러져서 하염없이 울었던 그 장면은


누구보다도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성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그 차디찬 현실을 몸소 보여주었기에......


그래서 아마 많은 사람들은 쿨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유니폼을 교환했던 박지성보다


모든 선수가 일어나고 나서도 고개를 들지 못했던 그를 더 사랑하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그것이 바로 찌질이로 대표되는 우리 스스로의 모습이었고,


누구보다도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이었고, 그래서 우리는 패배했지만 하나의 팀이었습니다.


그래서 승리보다도 소중한 것을 얻었던 2006년이 저는 어떤 월드컵보다도 가치있었던 것 같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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