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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고이전 문제를 다루기로 결심하고 첫 글을 '연고의식'에 대한 글로 결정한 것은 '연고의식'이 존재하지 않으면 연고이전이 전혀 문제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구단이 지역에 뿌리내려 팬들과 유대관계를 형성하지 않았다면, 그 구단이 연고이전을 하더라도 이에 상처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대로 된 지역연고제가 출범한 90년대가 그랬다. 그 당시 축구팬들은 지역과는 상관없이 한 구단의 팬, 혹은 '한국축구팬'을 자처하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아직까지 우리가 프로배구를 볼 때, 그 배구단이 어느 지역을 대표하는 팀인지를 생각하기보단 '삼성화재', '현대캐피탈'이라는 팀을 생각한다는 점을 상기해보자. 그리고 딱히 응원하는 팀 없이 프로배구 경기들을 유랑하는 팬을 보기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기업이나 정부가 구단을 만들어서 운영하는 한국 프로스포츠의 특성상, 구단과 지역이 함께 가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시간이 요구된다. 90년대 프로축구단이 지역과의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도 바로 이 때문이다.


  90년대의 축구팬들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축구를 좋아하고 매주 축구 경기장을 찾지만, 지지팀은 없다. 물론 응원은 한다. 다만 구단의 지원에 따라 응원팀이 바뀌기도 한다는 점이다. 지금의 서포터 문화로써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이 같은 기현상은 축구구단의 필요, 즉 일반관중들에게 자신들에 대한 호응을 유도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생겨난 것이다. 실제로 유공 축구단은 하이텔 축구동에 유공구단 응원을 조건으로 어느정도의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주1) 이와 관련해서 언급해볼만한 사건은 하이텔 축구동과 대우 구단과의 갈등을 들 수 있다. 96년 하이텔 축구동은 부산 대우를 응원하는 조건으로 부산 측에서 특석 입장, 점심식사 제공, 유니폼과 응원도구 지급을 약속받고 부산 대우를 응원하러 갔지만, 대우 구단에서 약속한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서 마찰이 발생하기도 한다.(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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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구단만을 응원하는 서포터 그룹이 탄생하고 난 뒤에도 연고의식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는 특징이 지속된다. 이는 지역연고 프로팀을 응원한다기보단, '일화'와 '유공' 등을 응원하는 성격이 강한 서포터 그룹이었던 것이다. 단적인 사례로 95년에 탄생했다고 알려진 부천의 서포터 그룹인 헤르메스는 유공을 응원하는 서포터 그룹이 유공과 함께 연고이전을 한 것이다. 연고이전을 한 팀을 계속 따라다니면서 응원하는 것은 지금의 개념에선 다소 생소한 모습이다. 그 당시에는 서포터가 구단과 함께 연고이전을 하는 것이 그다지 이례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이 같은 현상은 2000년에 접어들어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천안 일화의 서포터 그룹인 '일레븐 플러스'는 성남으로 연고이전을 하자  성남으로 옮겨와서 '천마불사'의 탄생에도 관여한다.(주3)


  연고이전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팬들도 눈에 띄는 현상이다. 부천SK를 지지하는 문상철은 천안 일화의 연고이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던 99년에 쓴 글에서 일화가 강원도에서도 경기를 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일화의 강원 연고이전을 주장했다가 천안 일화 팬들의 비난을 받고 사과를 한다. 99년 8월에 쓴 글에서는 서울 연고팀이 신설되어야한다는 주장과 함께, SK가 서울로의 연고복귀에 소극적이라는 점에 아쉬움을 표시하는 모습을 내비친다. 이 글에서 문상철은 그가 지지하는 SK의 서울이전을 내심 희망하면서도, 안양LG의 서울이전에는 부정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점이 흥미롭다.(주4)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90년대 중반에는 한 구단의 서포터라는 개념이 그다지 보편화된 현상은 아니었고, PC통신 이용자 중심의 축구매니아들을 구단이 동원하면서 서포팅 문화가 유입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PC통신 기반의 축구매니아들은 축구협회, 혹은 구단과의 면담을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모습들도 보여준다.(주5) 서포터 그룹들이 본격적으로 탄생하던 시기였던 이 즈음에는 연고이전을 하는 구단을 따라서 서포터들이 이동하는 모습도 나타나면서 이들 초창기 서포터 그룹과 연고의식은 큰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살펴 볼 수 있다. 서포터들이 본격적으로 연고의식을 강화해나가던 시기는 지역연고가 어느정도 안정을 찾던 2000년대라고 볼 수 있는데, 연고지에 구단들이 뿌리내리기 시작하면서 지역민들이 서포터 그룹에 합류하고, 신생팀의 창단으로 기존구단을 응원하던 팬들이 연고지의 신생구단들을 응원하기 시작하였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서포터 그룹이 세대교체 과정을 겪으면서 새로운 성격을 가지게 된 것이다. 유공과 함께 움직이던 헤르메스가 부천에 정착하면서부터, 부천을 떠난 SK축구단과 결별하고 새로운 축구단을 만들게 된 것, 동대문 연고 시절부터 '일화'를 응원한 일레븐 플러스가 소멸한 것은 서포터 문화가 그만큼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연고이전에 대한 토론에 어떻게 임해야할 것인지, 나름의 기준을 제시한다. 우리는 안양을 버리고 서울로 떠난 GS축구단이 어떤 논리로 자신들의 연고이전을 합리화하는지를 알고 있다. 그들의 논리에 따르면, 그들의 연고이전은 '연고복귀'라는 것인데 앞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연고의식 자체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에 연고이전의 피눈물을 흘린 '서울축구팬'이 존재했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일반 관중들 중에는 LG가 서울을 떠날 때 아쉬워하던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LG가 서울을 떠날 때 이에 팬들이 반발했다는 움직임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과거 안양과 부천, 그리고 지금의 성남 사태와 같은 적극적인 저항활동이 나타났다는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그 당시에 축구단이 연고이전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천안 일화의 연고이전과 일레븐 플러스의 성남 일화 응원을 일종의 '과도기적 현상'으로 본다. 천안 일화의 서포터즈 일레븐 플러스는 서명운동 등의 적극적인 연고이전 반대운동을 전개하였지만, 연고이전 이후에는 '천마불사'의 탄생에도 관여하게 된다. 연고지 정착 노력, 적극적인 연고이전 반대 움직임도 보여주었지만, "지역연고제 정착"을 주장하는 한편, 연고이전지역에 서포터를 만들려고 움직였던 점에서는 PC통신 매니아층의 문화와 지역연고 중심의 현 서포터 문화가 혼재된 형태를 띄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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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0 : @계양산도사 , @roadcat 의 지적을 검토해보고, 천안 일화에 대한 기술이 오류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여 수정한 글이다. 일레븐 플러스의 탄생에 대한 자료는 @범계역 이 제공해주었다. 내용을 수정하는데 도움을 준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주1 : 이 당시 하이텔 축구동 회원인 고용국은 95년 12월 24일에 쓴 글에서 이 같은 사실을 언급한다. 연말을 맞이해서 한 해 동안 유공을 응원해준 축구동 회원과의 송년회에 대한 글이다. 이 글에서 고용국씨는 서울 연고팀으로써의 책임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서 '서울팬들은 어떻게 해야하냐'는 식으로 말하는 유공 관계자를 비판한다.


주2 : 이 문제로 부산 대우와 하이텔 축구동은 갈등을 겪는다. 이 사건의 여파로 대우 회장 비서실에서 하이텔 축구동에 유감표명을 하는 글을 보내오기도 한다.


주3 : 베스트일레븐 2000년 2월호 100페이지.


주4 : 이 글에서 문상철은 유공은 목동에서 경기를 하면서 서울 사람들의 지지를 받던 팀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반대로 안양LG의 서울이전에 대해서는 "그 근거가 미약하다"면서 안양LG가 서울로 연고이전을 감행하는 것은 안양 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 점에 대해서 다른 축구팬들의 언급을 살펴보면, 고용국은 98년에 쓴 글에서 안양LG가 과거 여러 지역에서 홈 경기를 개최했다는 점을 들며 안양이 타구단에 유독 눈총을 받는 이유가 과거의 전력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95년 동대문 연고 시절의 LG는 다양한 지역에서 홈 경기를 개최했는데, 고용국은 같은 해에 쓴 글에서 LG의 문경 홈 경기에서 원정팀인 포항이 홈팀 LG보다 더 인기가 많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LG를 '유랑극단'이라고 부른다.


주5 : 하이텔 축구동의 한 회원은 올스타전을 앞두고 연맹을 방문하여 "막대풍선 반입금지"와 같은 구체적인 요구조건을 제시하고, 이를 받아주는 조건으로 올스타전 응원을 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을 축구동에 올린 바 있다.

  • ?
    title: 포항스틸러스_구알도 2013.10.02 01:30
    초판을 회수하고 2판으로 대체해야하는데 베스트는 수정이 안돼! 큰일이다!
  • ?
    title: FC안양_구ScummoB 2013.10.02 01:55
    일레븐 플러스는.. RED회원 이었던 모 여성 회원이 천안이 고향이라고 했던가..(너무 오래되서 기억이 확실하지 않다)아무튼 연고가 있다는 설명과 함께 RED에서 탈퇴하고 그녀가 주동이 되어 조직된 단체다.
    이 여성회원의 성향 자체가 팔도서포터(그 당시엔 이런 표현을 했었다. 지금의 위아더와 동일)기질이 다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설명이 일레븐 플러스의 향후 행보에 일정부분 역할을 했음을 증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의도의 글에 혹시 도움이 될가 싶어 알린다.

    그리고 지지자들의 연고의식을 강화해 나가던 시기는 98년으로 앞당겨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98년에 이미 당시 연맹 사무국장이었던 김 원동氏의 주도로 각 구단의 지지자들이 만남을 갖기도 했고,
    그 자리에서 항상 주장했던 부분중 가장 컸던것이 지역명우선 기업명 배제였다.
    (참석자 였기에 이 부분은 정확하다)

    97년까지만 해도 중계방송에서는 기업명위주로 불리우다가 98년이 되면서 지역명 혹은 기업명과 병기하는것이
    공식화 되기도 했으니, 2000년대로 보기 보다는 98년을 출발점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
    는게...내 견해다.

    도움이 되고저 댓글 달았봤다.
  • ?
    title: 포항스틸러스_구알도 2013.10.02 02:07
    98년도 김원동 사무국장 면담에 대한 글은 나도 읽었는데, 그 글을 못찾기도 했어서ㅇㅇ... 그 이전부터 지역연고제 주장은 계속 등장하는 모습을 봤었는데, 주장과 실천은 다르다고 보았고(실제로 모순된 주장을 하는 사례도 보이고..) '일레븐 플러스'가 천마불사로 변하고 사라지면서 '팔도서포터'가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생각했거든.... 여러모로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 ?
    title: FC안양_구ScummoB 2013.10.02 02:13
    이미 97년 나우누리, 하이텔,유니텔, 천리안에는 각 지지자 단체의 개별적 소모임이 존재했고,
    묵시적으로 기존의 지지자 클럽을 탈퇴하고 온 자는 가입을 불허한다.는 암묵적 합의도 존재했었다.
    97년 부터 팔도 서포터에 대한 견제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봐도 무방함.
  • ?
    title: 포항스틸러스_구알도 2013.10.02 02:22
    그 부분에 대해선 내가 구할 수 있는 자료가 딱 일부분만 있었으니까.. 정해진 자료 내에서 쓰다보니 어쩔 수 없이 설명되지 못한 공백이 있거든. 내가 안겪은 일에 대해서 의존할만한게 남아있는 자료인데, 팬 문화에 대해선 증언들 말고는 참고할만한게 많질 않네... 내가 본 갈무리는 거의 팔도 서포터들이 쓴 글이 많았고, 그런 분위기가 있다는 건 간접적으로 밖에(천안 일화의 연고이전을 주장하다가 천안팬에게 까이고 사과하는 글 같은..) 없었지.

    그 무렵에 수원팬 이은호씨의 글, 그리고 부천팬의 글들이 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서포터들이 등장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어느정도 인지했는데, 주제를 작게 잡고 들어갔었고 내가 보기에 특이한 경우들에만 집중하다보니 당시를 겪은 분들에겐 아쉬운 부분도 아마 있을 거야..

    알려준 내용들에 대해서는 계속 될 글에서 반영하도록하지요..ㅇㅇ
  • profile
    title: FC안양_구홍득발자 2013.10.02 08:58
    좀 더 가다듬고 살을 붙여 "정석"이 되었으면 좋겠다.
  • ?
    title: 포항스틸러스_구알도 2013.10.02 10:15
    나중에 다른 시리즈까지 다 끝나면 전면 개정해서 하나로 합치려고
  • ?
    title: FC안양_구나뱅 2013.10.02 11:16
    힘내라 힘
  • ?
    title: 충주 험멜_구VKRKO 2013.10.02 19:19
    나같은 늅늅에 탈북이 할 말은 아니긴 한데 그 시대를 살았던 형들의 증언이 정말 중요할 거라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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