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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남자, 서울 여자.

 

- 너와 나 그리고 세 번의 슈퍼매치

 

 

- 5화. 두 번째 슈퍼매치

 

 

 

수원 남자, 서울 여자 5화 두 번째 슈퍼매치 -1

 

1.

 

의자를 책상 앞으로 바싹 붙였다. 노트북을 열었다. 두 손을 자판 위에 올렸다.

 

…….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자판을 두드리지 못했다. 그저, 그저 힘겹게 우뚝 선 그들을 쓰다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축구를 주제로 하는 글이다. 새로운 화가 시작될 땐 먼저 짧은 축구 이야길 쓰고, 그 뒤 이야길 기록, 했다. 그러나

 

도저히, 도저히

 

허파 깊숙이, 빈 공간이 없이 공기를 채웠다. 그리고 뱉어냈다. 길고 긴, 날숨이다.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이번 화는 축구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로 시작하고 싶다.

 

지금의 나도, 그 때의 나도 모두 미안하고, 미안할 뿐이다.

 

2.

 

그래서 실은, 누군가를 상상하는 일이야. 시시한 그 인간을, 곧 시시해질 한 인간을... 시간이 지나도 시시해지지 않게 미리, 상상해 주는 거야. 그리고 서로의 상상이 새로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를 희생해 가는 거야. 사랑받지 못하는 인간은 그래서 스스로를 견디지 못해. 시시해질 자신의 삶을 버틸 수 없기 때문이지.

 

책을 덮었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란 활자가 애절히 책의 겉표지를 긁어댄다. 아래에선 못생긴 시녀 한 명이 나를 째려보고 있다.

 

째려봄을 받아도 마땅하다고, 지금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설이다. 평소 시를 예찬하는 나이기에 어리둥절할 수도 있다. 이 책을 쓴 박민규는 대학에서 시를 전공했다. 그리고 그는 지금 소설을 쓰고 있다. 이만 하면 소설을 읽을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못생긴 여자와 잘생긴 남자의 이야기다. 그녀는 예쁘다. 예뻤다. 아름다웠다. 그리고 나는 그리 잘생긴 축에 속하지 않는다. 그 때의 나 그리고 그녀와 전혀 관련이 없는 소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였고, 나와 그녀 또한 이하동문이었다.

 

그 때의 나와 그녀는 모두 상상했다. 영원히 사랑할 나를, 영원히 사랑할 그녀를. 그러나 우리는 어느 순간 현실로 돌아왔다. 나는 그녀의 모습을 직시했고, 그녀 또한 나의 모습을 직시했다. 점점, 시시해졌다.

 

눈의 파편 같은 샐러드를 입에 머금은 채 스무 살의 남자는 AM 라디오와 같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다. 아무리 채널을 돌리고 고정해도 여자라는 이름의 전파를 잡을 수 없었다. 잡지, 못한다... 심야의 FM처럼 선명한 눈물 앞에서 나는 전원이 꺼진 라디오처럼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무언가 큰 잘못을 저지른 기분이었다.

 

스무 살의 여자 역시, 남자가 수신할 수 없는 전파와 같은 것임을 안 것도 꽤나 오랜 세월이 지나서였다. 실은 그녀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 것이다. 젊음은 결국 단파 라디오와 같은 것임을,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모든 연애의 90%는 이해가 아닌 오해란 사실을... 무렵의 우리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는 고개를 숙였다. 머리를 쥐어뜯었다. 허벅지가 보였다. 떨어지는 아릿한 물방울에 적셔지는 허벅지가 보였다.

 

우리는 계속 이야기했다. 그녀에 대해 많을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정작 그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진 알지 못했다. 그녀 또한 나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기에, 정작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이야기 하지 못했다.

 

서로에게 예쁘고, 멋진 모습만을 보여주고 싶었다. 상대방의 머릿속에 있는 모습을 재현하고 싶었다. 그러나 모두 흉내 내기에 불과했다.

 

모든 사랑은 오해다. 그를 사랑한다는 오해, 그는 이렇게 다르다는 오해, 그녀는 이런 여자란 오해, 그에겐 내가 전부란 오해, 그의 모든 걸 이해한다는 오해, 그녀가 더없이 아름답다는 오해, 그는 결코 변하지 않을 거란 오해, 그에게 내가 필요한 거란 오해, 그가 지금 외로울 거란 오해, 그런 그녀를 영원히 사랑할 거라는 오해... 그런 사실을 모른 채

 

사랑을 이룬 이들은 어쨌든 서로를 좋은 쪽으로 이해한 사람들이라고, 스무 살의 나는 생각했었다.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를 읽으며 미소를 지었다. 내게 여자 친구가 생긴다면, 내게 여자 친구가 생긴다면, 내게 여자 친구가 생긴다면.

 

이 시를 적을 때의 황동규 시인, 이 시를 읽을 때의 나는 상상했다. 달랐다. 실제 연애는 상상과 많이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때의 나와 그녀는 상상 속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아니 헤어나질 않았다. 우리는 언제나 꿈을 먹으며 연애를 했으며, 그 꿈이 사라지자 그만 목적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둘 다 서툴렀고, 부끄러워했으며, 서로 소통하질 못했다.

 

즐거운 편지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글 = 정재영(spegod@naver.com)

 

 

*수원 남자, 서울 여자는 매주 목요일 정기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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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kffactory.com/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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