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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4864F53907FEE17536C진중하게 코를 후비며 고뇌에 찬 독일 뢰브 감독

 

방을 대청소를 하고 있다. 책상엔 구석구석 튀어나온 잡동사니가 쌓여있다. 몇 가지를 바닥에 내려놓고, 겨우 노트북 자리를 만들었다. 이런 절차로 현재 나는 왼쪽 편의 검은색 3단 접이식 우산, 오른 편의 12mm 투명테이프, 플라스틱 가위 그리고 호즈키스에 둘러 쌓여있다. 바닥에도 널브러진 옷가지들, , 걸레가 가득이다. 이걸 또 언제 다 치울지. 한숨이 푹푹 나온다.

 

방을 정리할 때 가장 고민되는 것이 책을 버리는 일이다. 서랍의 공간은 한정돼있는데, 한 달에 3-4권씩 새 책을 사다보니까 최근엔 침대 위에 책을 올려놓았다. 그리곤 거실 소파에서 잠을 잤다. 지금 글을 쓰면서 생각난 건데 책을 바닥에 내려놓고, 침대 위에서 잠을 자면 됐을 텐데. 이 거참 몸이 멍청하니까 몸이 고생한다.

 

모든 책을 내게 필요한 책내게 필요하지 않은 책으로 분류할 수 있다면 책을 버리는 건 참 쉬운 일이다. 그러나 두 기준의 중간을 요리조리 움직여대는 책들이 존재하기에 오늘도 머리를 쥐어뜯었다. , 이 책은 한 번 더 읽어도 괜찮을 거 같은데. 혹시 다음번에 이 책을 읽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을까? 여차저차 끝내기는 했지만, 아직도 중고서점에 팔기 위해 노끈으로 묶어 놓은 책들에 힐끔힐끔 눈길이 가는 중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23인 월드컵 엔트리를 결정하는 각국 대표팀 감독들은 나보다 너구리 겨울잠 자는 기간(3개월) 보다 더 길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을 것이다. 상상만 해도 골치가 아프다 못해 당장 응급실로 달려가야 될 것만 같다. 예쁜 간호사가 있는 응급실로... 농담입니다.

 

여타 A매치나 국제대회에 뽑히는 선수들도 그렇지만, 특히 23인 선수 한명, 한명이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다. 월드컵이란 어마어마하게 큰 무대 위에서 감독은 그들만의 영화를 완벽하게 꾸며낼 수 있는 배우를 뽑아야 된다. 멜로 영화라면 달콤함과 풍부한 사랑 표현을 가진 배우를, 전쟁 영화라면 액션씬을 잘 소화해낼 배우를 섭외해야 된다. 행여나 전쟁영화에 달콤함과 풍부한 사랑 표현을 가진 배우를 쓰면... 만드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피차일반 많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 장르에 어울리는 배우를 캐스팅한다면 개운하게 기지개를 켜고 너구리 죽은 척하는 것 보다 더 편히 쿨쿨 자버리겠지만, 캐스팅이란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전쟁 영화를 찍을 예정인 감독이 멜로 영화에서 큰 흥행을 거둔 배우를 보면서 전쟁영화에서 저 배우의 숨겨진 장점이 나타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더불어 혼자만의 고민으로 끝나는 책 버리기와는 다르게 캐스팅은 감독뿐만 아니라 미디어나 팬들이 의견을 개진하기도 한다.

 

감독은 캐스팅에 대해 미디어와 팬들에게서 질타를 받을 수도 있다.(책 버리기에도 질타가 존재하긴 존재한다. 다만 내가 나 자신을 욕해버린다) ‘비판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지만 정답은 감독도 팬도 미디어도 모른다. 결과만이 정답을 알려줄 뿐이다. 그리고 모든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

 

우리나라가 속한 ‘2014 브라질 월드컵 H모든 팀이 23인 엔트리를 발표했다. 배우들은 준비됐다. 더불어 월드컵이란 영화의 크랭크인이 목전에 다다랐다. 캐스팅이 다소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감독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그의 페르소나들을 뽑았을 것이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그 때 가서 엔트리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된다. 그 전까지는 감독은 감독의 역할을, 배우는 배우의 역할을, 그리고 미디어와 팬은 각자의 역할에 열심이어야 된다. 그래야 된다는, 어느 멍청이의 생각입니다.

 

= 정재영(spego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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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kffactory.com/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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