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 최종 23인 납득이 되나요?

 

 5월 8일. 홍명보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할 23인의 엔트리를 발표했다. 선수 선발은 감독의 전적인 권한이라는 의견부터 그간의 원칙을 무시한 선발이라는 의견이 뜨겁게 대립되어 있다. 여론이 제 아무리 뜨거워도 23인의 엔트리는 큰 불상사가 생기지 않는 한 변하지 않는다. 어떻게 선발되 되던간에 23인의 엔트리에 대해서 모두의 마음에 흡족할 순 없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명단에 선발된 선수들이 아니라 선발되는 과정에 있었다.

 

 

브라질 월드컵에 나가는 23인 중 절반 이상이 런던 올림픽 동메달 멤버이다. 홍명보 감독의 전술을 가장 잘 이해하는 선수들이라는 점에선 나쁘지 않다. (사진 = 런던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23인 중 절반 이상이 런던 올림픽 멤버.

 

23인 중 2012 런던 올림픽에서 홍명보 감독과 함께 나섰던 선수는 12명이다. 거기에 부상으로 함께 하지 못했던 이청용, 홍정호를 포함한다면, 14명이다. 김승규 역시 U-20 대표팀에서 홍명보 감독에게 선발 되었다. 그렇다면 처음 홍명보 감독과 친선경기가 아닌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는 황석호, 곽태휘, 김진수, 이용, 하대성, 손흥민, 이근호, 김신욱 9명 뿐이다.

 

23인 중에서 런던 올림픽 출전한 선수들이 대거 포함 되어 있는 점에 대해선 왈가왈부하면 안 된다. 런던 올림픽 이 후에도 이 선수들 대부분이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 팀으로 활약해주길 많은 사람들이 바라고 기대했다. 당연히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쾌거는 마땅히 인정받아야 하며, 그 선수 대부분이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부터 멀게는 U-20 대표팀 때부터 발을 맞춰오고 감독의 성향을 알 아는 선수이기에 더 없이 좋은 조직력으로 팀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만약 황선홍 감독이 당장 대표팀 감독이 되어서 스쿼드의 절반 이상을 포항 선수로 채워 넣는다 하여도 이의를 제기 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대표팀에 경기력과 부상으로 문제가 있는 박주영 등과 같은 선수들이 있는다고 해도 이의를 제기 하면 안 된다.

 

 

 

문제는 과정이다.

 

 선수 한 명 한 명의 자질에 대해서 따지는 건 무리다. 결국 구슬을 꿸 사람은 홍명보 감독이며, 모든 선수가 장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적하고 싶은 점은 바로 과정이다.

 

홍명보 감독은 부임 후에 어떠한 선입관도 없이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선수들을 같은 선상에 두고 선발을 하겠다는 의도로 인터뷰 했다. 그러나 실상 그렇지 않았기에 실망스럽고 그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오히려 처음부터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 위주에 필요한 포지션에 맞게 선수를 테스트 하는 형태였다면, 이번의 엔트리가 놀랍지도 않았으며 이렇게 까지 논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올해 초 현지 적응을 목표로 하여 브라질- 미국 전지 훈련에 참가한 24명 중에 이번 대표팀 승선을 한 선수는 8명 뿐이다. 그 중에서 골키퍼 3명은 사실상 확정인 상황에서 21명의 필드 플레이어중에서 단 5명이 이번 대표팀에 선발 됐다. 심지어 하대성은 부상으로 전지 훈련에 참가하지 못했기에 결국 김신욱, 박종우, 이용, 황석호만이 전지 훈련에서 낙점을 받은 셈이다. 다른 17명의 선수는 들러리었다고 생각이 들 뿐이다.

 

 

 

밝힌 원칙과 실제 원칙은 달랐다.

 

홍명보 감독은 이미 포매이션과 몇 자리의 주전 선수의 이름을 1년 전부터 최종 엔트리 명단에 적어 뒀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남은 자리나 그 선수들의 대체 선수들에 대해서 테스트 한 셈이다. 언론에 밝힌 원칙은 ‘선입관 없이 선발’이었다고 했지만, 실제 원칙은 ‘런던 올림픽 대표팀 위주’였던 점이다. 그냥 속 시원하게 처음부터 실제 원칙을 밝히고, 선수를 선발했다면 오히려 솔직했다고 본다.

 

이번 23인에 가장 가까운 명단이 그리스전 평가전 명단이다. 그리스전에 나선 23인 중에 김진현, 박주호, 김주영, 남태희만이 이번 대표팀에 들지 못했다. 이게 지난 1년간 홍명보 감독의 속마음이었다. 4~5자리만이 비워 있는 상황에서 너무나 많은 선수들이 대표팀에 테스트 받으러 왔다 갔다.  

 

 처음부터 실제 원칙을 밝히고 선수들을 평가하고 팀 조직력을 다졌어야 했다. 같은 1년의 시간동안 많은 선수들을 테스트 하는데 허비하지 말았어야 했다. 런던 올림픽 때의 업적을 계승하겠다고 오히려 밝히고, 그 멤버를 바탕으로 매번 평가전에서 5~6명만을 테스트 하는 평가전을 가졌다면, 훨씬 조직력이 좋았을 것이다. 더불어 이번 명단 발표에 잡음 역시 적었다. 런던 올림픽은 큰 스쿼드 변화 없이 선수를 차출해서 준비하고 경기를 했던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에서 보이기 위한 원칙을 내세워서 오히려 혼선만 만들었다.

 

 

 

홍 team, 홍 sprit 좋다. 그러나 과정이 아쉽다.

 

one team, one sprit, one goal을 외쳤던 홍명보 감독.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홍 team, 홍 sprit 의 팀이었다. 홍명보 감독을 너무 잘 아는 선수들로만 이뤄졌다는 점을 비판하고 싶지 않다. 이 대표팀은 팬 투표로 결정되는 올스타 팀이 아니라, 홍명보 감독이 선발하는 홍명보호이기 때문에 옳은 선택이다. 그러나 과정이 아쉽다. 처음부터 홍 team, 홍 sprit이 었다고 알렸어야 했다.

 

양동혁 (dh568@pos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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