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가디언에서 흥미롭게 본 블로그 글이 있어서 하나 번역해볼까 합니다.
가디언 스포츠 네트워크의 축구블로그인 'When Saturday Comes'에 케빈 오도넬이 올린 글인데, 자신이 30년이 넘게 지지하던 팀을 버리고 새로운 팀을 지지하게 된 이유에 대해 변명(?)을 늘어놓은 글입니다. 영국 축구팬들이 가지고 있는 축구팀에 대한 생각, 어떻게 팀에 대한 애정을 품게 되는가를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로운 글이었습니다. '아내도 종교도 바꿀 수 있는 세상에 왜 축구팀을 못 바꾸냐'라고 외치는 건, 결국 영국 축구팬들 가운데 '아내와 종교는 바꿀 수 있어도 축구팀은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겠죠. ㅋㅋㅋ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좋겠네요.
원본: My football team made me miserable, so I started supporting another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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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축구팀은 끔찍해서 다른 팀을 응원하기로 했어.
우리는 아내, 직장, 종교도 바꿀 수 있는데, 왜 어린 시절에 응원하기 시작한 팀에만 충성하고 있어야 하지?

요즘은 이혼하거나, 다른 종교로 개종하거나, 직장을 그만두고 완전히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평생 지지해온 팀을 버리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사람을 만나기는 정말 어렵다. .
진정한 팬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품는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Chris de Burgh 팬클럽에 가입하거나 서유럽 최대의 포르노 컬렉션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훨씬 부끄러운 일이라고 여길 것이다. (주: Chris de Burgh 노래들이 좀 끈적하고 그런 면이 있죠. ;;)
근데 왜 중학생 이상 되는 연령대에서 팀을 바꾸는 게 이렇게 힘든 걸까? 결국에는 선수들, 감독들, 심지어는 구단주(예를 들어 피터 리즈데일)까지 지속적으로 소속 클럽을 바꾸는데 말이다. (주: 피터 리즈데일은 리즈 유나이티드, 반슬리, 카디프 시티 구단주를 역임하고 현재는 프레스턴 노스엔드 구단주로 있습니다.)
두 시즌 전에 나는 30년이 넘게 지지하던 클럽을 버렸다. 클럽 이름을 이야기하지는 않겠지만, 이유를 들자면 구단주가 싫었고, 감독이 질 때마다 상대팀에 경의를 표하기보다는 판정타령을 하는 걸 듣는 데 질려버렸다. 결정적이었던 건, (난잡한 사생활로 타블로이드를 뒤덮고 다니면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는 공격수가 클럽이나 동료들에게 눈꼽만큼의 존경도 보이지 않는데 꾸준히 계약은 연장되는 꼴을 볼 때였다. .
"질렸다". 난 생각했다. "이딴 놈이 골을 넣어도 응원을 해야 하나? 말싸움만 좋아해서 이젠 지긋지긋하고 짜증나는 감독이 성공을 거두면 이걸 내가 함께 즐길 수 있을까?" 그렇게는 못하겠다는 게 나의 답이었다. 꽤 많은 즐거움을 함께 한 팀이지만, 이젠 떠날 때가 된 것 같다.
나는 지지할만한 다른 팀을 찾았다. 만약 내가 어렸을 때 가족 중 한 명이 '이 팀이 최고'라고 조금만 더 잘 설득했더라면 골랐을 팀이었다.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난 나의 새로운 팀을 사랑한다. 우승과는 거리가 먼 팀이긴 하지만.
그러면 난 어떻게 옛 클럽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다른 대다수 사람들은 이런 일을 저지르고 싶지 않을 거다. 그들은 경기장에 가며, 공동체의 일원이다. 그들에겐 그 클럽의 피가 흐른다. 아마 몇몇 사람들은 그들 가슴에 클럽의 레전드를 문신으로 새기고 다니기도 할 거다.
내가 클럽에 대해 애정을 갖게 된 건 내가 여섯살 내지 일곱살 때 내린 결정 때문이었다. 내가 사는 동네에는 당시에 리그에 참여하는 클럽이 없었다. (제일 가까운 리그클럽은 100마일 떨어져있었고.) 그래서 주말마다 경기장에 가는 건 불가능했다.
우리 학교에 있는 애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아버지가 응원하는 팀을 응원하거나, TV에 나오는 빅클럽 중 하나를 골랐다. 인정할 건 인정해라. 가장 가까운 클럽이 차로 두 시간 이상 걸리는 거면, 어느 클럽이든 다 멀리 있는 거다. 리버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혹은 리그 테이블 선두에 있던 스완지 시티(맞아, 80년대 초 이야기야) 중 한 팀을 고를 수도 있었다.
경기장에 가지는 못했지만, 난 팬이었다. 난 스카프, 레플리카 유니폼도 있고 어떤 때는 멍청한 모자까지 있었다. 난 응원하고, 울고, 경기에 지면 분노하기도 했다. 이는 매 시즌마다 계속 되었고 좋았던 때가 있는가 하면 엉망인 때도 있었다. 계속되는 패배들이야 견딜 수 있었지만, 결국 내 애정이 사라졌다는 걸 깨달은 순간, 존경과 경의가 분노와 증오로 바뀐 순간, 이젠 그만둬야 했다.
이제는 어엿한 어른에 가정도 있는데, 왜 내가 반바지 입고 학교다니던 시절에 내린 결정에만 묶여있어야 하지? 쉽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시즌권에 큰 돈을 쓸 걸 생각하니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어쩌면 나는 이 클럽이 아무것도 바뀌지 않으리란 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물론, 바뀐 건 없다.)
팬들이 클럽을 바꾸지 않는 이유는 축구판에서 무언가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태도가 엉망이라 싫어하던 선수들은 결국에는 클럽을 떠나거나 그들의 자리를 잃게 된다. 심술궂고 성가신 감독은 경질된다. (만약 챔피언쉽 클럽을 지지하고 있으면, 지금 당장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클럽에 관심없는 구단주는 결국 떠나게 된다. 촌스러운 원정킷은 다음 시즌에 바뀔 것이다. 받아들이기 당황스러운 셔츠 스폰서도 언젠가는 포기하게 된다.
조금만 버티고 있으면 당신을 괴롭히던 건 결국 사라지고 만다. 결국에는 클럽보다 대단한 건 없다. 아니면 다들 말을 그렇게 하는 것이거나. 나는 다른 팀을 응원하기로 했고, 나에게는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