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6일 광주 FC와의 경기.
먼 길 원정에도 불구하고 2:0이란 뼈아픈 패배를 당했지만, 이 경기에서 우리 팀은 새로운 희망 두가지를 얻게 됩니다.
하나는 익히 알고 계시듯, 국제 이적 동의서 발급 지연으로 인해 전반기 필드에서 볼 수 없었던 우리 팀의 외국인 선수 미구엘과 뚜찡야의 등장이었습니다.
이 두 선수가 7월부터 등장하리라는 점은 팬들도 잘 알고 있었고, 많은 기대를 모으기도 했지요.
저 역시 적응 기간은 필요하겠지만, 이 선수들이 앞으로 우리 팀에 잘 녹아들어 새로운 대들보 역할을 해 줄거라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 가지, 우리 팀에 찾아온 새로운 변화는 아마 대부분 잘 모르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새로운 골키퍼 코치님이신 주용국 코치님의 영입입니다.
아마 주용국 코치님의 이름을 들었을 때, 바로 어떤 선수였는지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저 역시 한동안 난생 처음 보는 이름에 당황해 하다가 인터넷 검색을 해야만 했으니까요.
공식적으로 남아 있는 주용국 코치님의 K리그 경기 기록은 1996년 수원에서 0경기라고 나올 뿐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K리그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한 무능한 골키퍼로만 잊혀지기에는 그 뒤에 숨겨져 있는 속사정이 깊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소개하려는 것은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지만, 결코 가볍지는 않은 우리 코치님의 이야기입니다.
올해 K리그는 클래식 14팀, 챌린지 8팀까지 총 22팀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집니다.
리그 규모의 확대에 따라 경기수도 총 400경기를 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선수들이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기회와 토양이 마련된 셈입니다.
하지만 90년대 초반만 해도 K리그 참가팀은 고작 6개팀에 불과했습니다.
1년에 벌어지는 리그 경기는 모두 해 봐야 100경기가 채 되지 못했고, 당연히 경기에 출장할 수 있는 선수는 지금보다도 훨씬 제한되었습니다.
선수들의 해외 진출 역시 지금과는 달리 극도로 제한되어 있어, 선수들이 뛸 곳이라고는 국내 리그가 전부였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연히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팀에 입단하는 선수는 기본적으로 청소년 대표 정도는 거쳐 온 엘리트 선수들이었고, K리그 1군에
포함되어 경기장을 밟을 수 있는 선수는 언제 국가대표팀에서 뛰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었습니다.
그나마도 확고한 주전이 한 시즌 내내 출장하게 되는 골키퍼 자리는, 말 그대로 리그 최상위 골키퍼 6명이 아니고서는 한 경기 출장도 꿈꾸기 힘들 정도의 바늘 구멍이었습니다.
주용국 코치님은 선수 시절은 바로 이 무렵이었습니다.
언급했다시피 당시 K리그에 입단할 정도의 선수라는 것은 곧 청소년 대표 수준의 실력을 갖췄다는 반증이기도 했습니다.
주용국 선수 역시 금호고 재학 중이던 1988년, AFC U-19 챔피언십에 참가하여 청소년 대표로 활약한 촉망 받는 유망주였습니다.
호남 축구 명문으로 유명한 금호고 시절에는 전국고교축구대회 2연패를 이끌었고, 골키퍼라는 특수한 포지션에도 불구하고 대회 MVP를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보였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경희대학교로 진학, 주전으로 뛰며 많은 주목을 받게 됩니다.
요즘에는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 진출이 당연시 되고 있지만, 90년대 중반까지는 고졸 신인 자체가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수준급 선수의 대학 진학은 기본적인 것이었습니다.
후에 성남 일화의 K리그 3연패를 진두지휘한 명장 故 차경복 감독의 지휘 아래 주용국 선수는 성장을 거듭했고,
1990년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U리그의 전신인 춘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경희대를 14년만에 우승으로 이끈
주역으로 활약했습니다.
특히 이 대회 결승전에서는 120분 혈전 끝에 승부차기에서 2개의 페널티킥을 막아내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되었습니다.
당시 경희대에서 주용국 선수가 보여준 활약은 무척 인상 깊어서 대학 시절 이미 올림픽 대표팀에 차출될 정도였습니다.
이후 주용국 선수는 경희대에서의 활약을 인정 받아 1992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일화 천마 구단에 입단하게 됩니다.
그러나 주용국 선수는 같은 해, 똑같이 일화 천마에 입단한 골키퍼 한 명의 그림자에 가리게 됩니다.
바로 K리그 역사상 최고의 골키퍼 중 한 명으로 손꼽히며, 너무나 압도적인 실력 때문에 외국인 골키퍼 출전 금지 규정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었고, 한국인으로 귀화하여 최초의 귀화 외국인 선수로 남은 발레리 사리체프 - 신의손 선수였습니다.
사리체프는 92년부터 94년까지 3년간 단 한 경기도 빠짐없이 일화 천마의 골문을 지키며 당시 K리그 최강팀이던 일화의 뒷문을 든든히 지켰습니다.
그 탓에 주용국 선수는 그 3년 동안 일화에서 단 한 경기의 K리그 출장도 기록하지 못합니다.
심지어 당시 리그 규정은 교체 선수 중 골키퍼 포함을 강제하지 않았기에 출장 명단에 포함되지 못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고 합니다.
놀라운 것은 1군 경기 한 번 나오지 못한 채 2군에만 머물던 주용국 선수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예선에 출전했다는 점입니다.
대학 시절 이미 국가대표급 자질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점과, 실제 올림픽 대표팀에서 활약한 것을 감안하면 팀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이 얼마나 큰 타격이었을지는 익히 짐작이 갑니다.
결국 1994년,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는 선수 생활에 좌절한 주용국 선수는 한 달 가량 훈련에 불참하고, 이에 구단 측에서는 임의탈퇴를 선언하며 주용국 선수를 팀에서 내보내게 됩니다.
이후 주용국 선수는 군 복무를 선택하며 프로축구 무대를 떠나게 됩니다.
하지만 군에서 전역한 1996년, 그 해 창단한 수원 삼성은 일화 측에 보상금을 지급하고 주용국 선수를 영입합니다.
당시 주용국 선수는 입단 인터뷰에서 "단 한 경기라도 좋으니, 관중들의 환호 속에 뛰고 싶다." 는 가슴 찡한 대답을 해 많은 축구 팬의 심금을 울린 바 있습니다.
그러나 수원에는 이미 베테랑 박철우와 1994년 미국 월드컵을 경험한 유망주 이운재가 버티고 있었고, 치열한 주전 경쟁을 이기지 못한 주용국 선수는 결국 1996년을 마지막으로 조용히 선수 생활을 마감하게 됩니다.
이후 호남권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호남대 축구부에서 코치를 맡아 U리그에서 훌륭한 성과를 거두셨고, 올해 광주전을 앞두고 우리 팀 골키퍼 코치로 부임하셨습니다.
어떻게 보면 주용국 코치님의 선수 생활은 초라해 보이기만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짧은 선수 생활 가운데 언제나 노력을 멈추지 않고, 프로에게 있어 단 한 경기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려준 주용국
코치님의 열정과 프로의식은 올 시즌, K리그 챌린지에서 프로로써 첫 시즌을 맞이하는 우리 팀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프로 출범 첫 시즌, 우리 팀은 K리그에서 가장 어리고 경험이 모자란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난 시즌까지 실업연맹이 주관하는 내셔널리그에서 뛰어온 탓에 아직 프로의식도 모자랄 뿐더러, 매 시즌 잦은 선수단의 교체로 인해 조직력도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비를 조율하고 실제 실점 상황에 직접 관여하는 골키퍼의 비중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포지션별로 전문화 된 지도가 강조되는 현대 축구에서 골키퍼 코치의 중요도는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늦게나마 골키퍼 코치를 영입한 것에 안도를 느끼며, 앞으로 우리 팀과 함께 하실 주용국 코치님께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비록 본인은 K리그에서 뛰지 못했지만, 그 누구보다도 뜨거운 열정으로, 이루지 못한 꿈을 담아 새롭게 K리그에 도전하는 우리 팀 골키퍼들을 잘 이끌어주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다만 한가지, 조금 아쉬운 것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 팀 홈페이지 어디에서도, 주용국 코치님의 영입에 대한 기사나 공지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어느 순간 덩그러니 코칭스태프 목록에 주용국 코치님의 사진만 추가됐을 뿐입니다.
아마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팬은 코치님의 영입조차 광주전 중계를 보며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솔직히 우리 팀은 언론의 취재가 용이한 수도권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화젯거리가 많은 팀도 아닙니다.
리그 순위도 최하위죠.
당연히 관심을 받기 어렵고, 언론의 주목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다른 곳도 아닌 구단 공식 홈페이지에는, 적어도 1군 코치가 새로 영입되었다면 거기에 대한 알림과 소개가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닐까요.
그것도 민동성 감독대행 이외에는 주용국 코치님 밖에 없는 우리 팀은 더욱 필요할텐데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발행된 K리그 가이드북 '2013 뷰티풀 K리그'는 각 팀별로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 한 명씩을 뽑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팀의 에이스로 지목되었던 선수는 어느 순간 우리 팀에서 모습을 감췄고, 어떠한 공지 없이 선수단 항목에서도 얼굴이 사라졌습니다.
연맹의 공시사항에서도 사라진 그 - 김다빈 선수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저는 김다빈 선수의 소식을 K리그 팬 사이트에서 겨우 발견했습니다.
팀과 계약을 해지하고 강원 FC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고 있다더군요.
솔직히 이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무척 실망스럽습니다.
팀에 애정을 가지고 지지하는 이들에게 무엇을, 왜 숨기려드는지 의문입니다.
부디 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팀을 부끄럽게 느끼지 않도록 해주길 구단 측에 부탁합니다.
올해 우리 팀의 캐치프라이즈인 "함께 뛰는 도전, 함께 이룬 승리!" 에 부끄럽지 않도록 말입니다.
또한 명예 기자단 여러분에게도 부탁하고 싶습니다.
경기 시작 전 프리뷰나 경기 후 리뷰 기사, 순위 자료는 프로축구연맹 사이트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조금 더 발로 뛰면서 충주만의, 충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들을 전해주길 기대하겠습니다.
아직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습니다.
올해는 프로화 원년이고, 충주에서 새로운 기반을 다진지도 고작 4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발전한 모습이어야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법이라 생각합니다.
작은 부분 하나하나에서 팬들의 의견에 더욱 귀 기울이고, 발전해 나가는 충주가 되길 바랍니다.
부끄러운 글솜씨로 두서 없이 적었지만, 충주의 선전을 기원하는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주용국 코치님 부임 다시 한 번 축하드리고, 후반기 대역전을 만들어내는 미라클 충주를 기대하겠습니다 :)
이 글 올리자마자 다음날 귀신 같이 코치 영입 공지 뜸...
인생은 타이밍!
부산빠냥꾼느님 감사합니다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