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담 선수들은 지금
승부조작으로 검찰에 의해 구속 기소돼 유치장 신세를 지고 있는 선수들도 있지만 불구속 기소된 선수들도 있다. 초점은 하나로 모아진다. 모두가 불투명하고 어두운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한번 찍혀버린 낙인 탓에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대개 자택에서 칩거하며 또 다른 삶을 그려보지만 축구를 완전히 떠난다는 걸 생각해본 적이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사연은 제각각이었다.
B 구단 C 선수는 연봉 3000만 원을 받았다. 그의 집안 형편은 좋지 않았다. 병들어 수년째 누워있는 아버지와 궂은 일로 생계를 꾸리는 어머니, 대학교에 다니는 동생, 힘겨워하는 가족들을 보며 죄스러운 마음에 술집 웨이터로도 나가봤지만 불과 며칠 만에 그만둬야 했다. 평생 해보지 못한 일이 제대로 맞을 턱이 없었다. 그나마도 불법 행위가 공공연히 이뤄지는 은밀한 술집이었다. 불과 몇 백만 원에 바뀌어버린 인생. 평생 주홍글씨를 새긴 채 살아가야 한다.
C 선수는 해외 리그로 눈을 돌려 보지만 대한축구협회에서도 구제받지 못하면 이적동의서 자체를 발부받을 수 없다. 솔직히 K리그는 꿈도 꾸지 않는다. 재심만이 유일하게 희망을 걸 수 있는 길이란 걸 너무도 잘 알고 있다.
D 구단 E 선수도 비슷한 케이스. 소속 팀에서 많은 돈을 받은 적이 없다. 어릴 적 홀어머니 슬하에서 어렵게 자랐다. E 선수의 대학교 스승은 “검찰 수사 소식을 접한 뒤 안타까워서 E 선수 어머니와 전화 통화조차 할 수 없었다. 대학 시절, 아주 좋은 선수로 꽤 이름을 날렸던 친구였다. 왜 그런 일에 연루됐는지,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 축구 선배로서 미안하기만 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작년까지 F 구단에서 뛴 G 선수는 현재까지 검찰 수사를 받진 않았어도 승부조작 혐의점이 있어 F 구단으로부터 방출된 것으로 알려진다. 물론 G선수는 강하게 부정했다. 언론에는 “할 말이 없다”고 하지만 주변에는 “정말 억울하다. 난 그런 불법 행위를 한 적이 없다”며 괴로움을 자주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창원지검에서 조사를 받았다.
H 구단 I 선수는 법적으로는 미혼이지만 자식을 둔 아버지. 대기업 신입 사원 수준의 연봉을 받았지만 잠시 검은돈의 유혹을 받고,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가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
이와 함께 검찰에 직접 구속 기소된 H 선수는 병상에 누워 있는 부친조차 새아버지였고, 어린 아들까지 뒀다. 당연히 연봉이 적었다. 그리고 수백여 만 원을 승부조작 대가로 받았다. 구단 감독에겐 “우리를 믿어 달라”고 했다. 이렇듯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던 그는 검찰에 끌려가자마자 “그렇게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생계형 승부조작이었다. 배신감을 느낀 해당 구단 감독은 “도와주고 싶어도 도울 수 없었다. 말하는 지금까지 속에 있는 게 나오는 느낌”이라며 불쾌해 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마라`라는 문구가 생각나네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