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좀 더 부족한 부분 없나 메꿔야지
이거 학교에서 하니까 겁나 스릴넘치네
며칠 전, 인터넷을 둘러보다가 충격적인 기사를 발견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스타플레이어 기성용(25, 스완지 시티)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SNS를 모두 탈퇴했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페이스북 비밀 계정의 존재가 한 기자에 의해 폭로되었다. 페이스북 글의 주요 내용은 자신이 해외파의 주축이라면서 과도한 자부심을 드러내는 내용, 최강희(55, 현 전북 현대 감독) 전 국가대표팀 감독을 주어 없이 비꼬는 이른바 ‘저격 행위’ 중심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터진 윤석영(24, 퀸즈 파크 레인저스)과 김보경(25, 카디프 시티)의 트위터 상 실언도 문제가 되었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이제 갈 데까지 갔다’, ‘저들도 사람인데’, ‘곪은 건 터져야 된다’ 등 다양하게 갈라진다. 그러면 도대체 이 난리가 난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사진 속 기성용의 페이스북을 들여다보면, 스스로가 지독한 ‘나 아니면 안 돼’ 식의 선민의식에 젖어 있다. 동료 선수들(심지어 형뻘인 선수들이 부지기수다)로도 모자라 팀의 가장 큰 어른인 감독까지 무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기성용에 대한 기사가 터진 지 하루가 지났다(기성용의 기사는 7월 4일에 났다). 그러나 기성용은 기사가 터진 지 하루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정녕 이 묵묵부답이 자신에 대한 의혹을 더 크게 하고, 여론을 악화시킨다는 그런 당연한 사실을 모르는 것일까? 생각했던 대로 누리꾼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인성이 틀려먹은 선수가 대표팀이라니’,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으니 그냥 유럽에서 가만히 뛰어라’, ‘스스로가 패륜을 저질러 놓고도 인정하지 않는 격’ 등, 대체적으로 기성용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이렇게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은 것은 다름 아닌 기성용의 소속사인 IB스포츠였는데, 그 계정이 사칭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제기했다. 과연 손바닥으로 하늘이 가려질까. 무엇보다도, 그 계정이 사칭이라면 사칭자는 팬, 지인, 선수, 심지어 가족까지 모두 속인 희대의 천재임에 틀림없다.
기성용의 기사가 터지기 하루 전, 최 전 감독과 어느 언론의 인터뷰 기사에서 ‘혈액형으로 선수를 선호한다’ 는 이야기가 나왔다. 문제는 이 부분은 심각한 와전을 거쳐 나왔다는 점이다.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윤석영이 사진과 같은 내용의 최 전 감독을 비꼬는 느낌의 글을 올렸다가 사과하고 글을 지웠다. 김보경은 한 술 더 떠서 윤석영의 글을 리트윗 (트위터 상에서 타인의 글을 널리 알리는 행위) 했다가 재빨리 알고 역시나 글을 지워 버렸다. 기성용에 비하면 가볍겠지만, 두 사람 모두 질타를 받을 행위를 한 것은 맞다. 나 또한 이 둘이 경솔했다고 생각한다.
이 세 사람의 사건은 무엇을 의미할까, 기성용의 ‘나 아니면 안 돼’ 사고방식의 심각한 문제와 더불어 언론들의 과민 반응과 농담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사람의 합해진 모습이라고 볼 수 있겠다. 늘 한국 축구가 위기니 문제니 하는데, 이번엔 진짜 문제다. ‘논란은 언론이 만든다’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저희가 논란을 만들었으니 기자님들 알아서 가져가십쇼’ 하고 내놓은 격이다. 선수들의 정신 기강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한 번 하강곡선을 타게 되면 계속 하강곡선을 타게 된다는 의미인데, 비단 팀뿐만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한국 축구가 과연 하강 곡선을 쭉 타고 내려갈 것인지, 아니면 재기의 기회로 삼을 것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발 후자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