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건 사실이라.
일단, 포항도 그렇고 전남도 그렇고 모기업에 의존해오던 개축판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단 생각이 든다.
전남은 다른 건 모르겠는데 선수단 규모가 너무 적은 거 보고 FA컵 우승해서 ACL 도전한다는 주장 최효진 선수의 말이 '리그는 여차하면 포기할 생각도 있음'이라고 생각하게 되더라. 적은 규모로 운영하는 덴 다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신화용 선수하고 포항 구단하고 틀어지게 된 게 뭐 때문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어.
근데 그 이유에 돈이 빠질 순 없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라고.
돈이 다는 아니겠지만 돈은 분명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는.
신 선수는 '제가 포항 이 정도로 사랑하고 있고 또 저도 포항 별로 떠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니...' 라고 했을테고
포항 구단은 '그래 그거 알지. 근데 현실이 이래. 알잖아? 그러니까...'라고 했을테고.
팬들은 화가 나겠지. 다른 선수 다 못 잡아도 신화용은 잡아야하는 게 온당하다고 생각할테니.
내가 응원하는 팀을 그렇게 사랑하는 선수를 돈과 바꿀 수 없다! 그런 생각일테니.
근데 이 바닥은 돈으로 굴러가고 돈으로 멈추는 '프로' 개축판이라는 사실..
아무리 애정이 깊고 이렇고 저렇고 해도 결국 그 논리 앞에서 떠난 선수들이 한두명이 아니었잖아.
신 선수도 사람이기에 결국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겠지.
@베르누이 형이 남긴 댓글이 꽤 흥미로웠어.
2013 시즌에 외국인 선수 없이 더블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그래서 그 때 이후로 너도나도 몸값 올려달라고 그랬을 거고 모기업은 점점 안좋아지니 못 맞춰주고.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야. 우승을, 그것도 국내 대회 둘 다 우승했는데 보상 좀 해달라고 하는 게 프로 선수로서 당연한 요구 아니야? 포항 스틸러스가 어디 뭐 인프라가 모자란 구단도 아니고.
근데 수원 삼성을 보면, 올해 구단 사상 처음으로 외부 스폰서를 유니폼에 부착했지. 매일유업.
난 그거 잘 한거라고 봐. 집안 어려우면 가장은 뭐라도 해야하는 거 아니야? 아니면 굶어죽는데.
포항 프런트도 욕을 먹으려면 그때 더블할때부터, 아니 포스코 사정 안좋아진다는 얘기 나왔을 때부터 백방으로 스폰서 구하려고 뛰어다녔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은 것에 대해 욕을 먹어야겠지.
나는 감독이 최진철, 최순호가 오는 것에 대해서는 팀의 부진 원인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
물론 최진철 감독은 스스로가 아직 프로 구단 감독이 될 수 없음을 과정과 결과 모두로 여실히 보여주기는 했지.
과거에 데인 적 있는 최순호 감독에게서도 포항 지지자들은 또 불안감을 느낄 테고.
근데 감독의 역량도 역량이지만, 구단 상황이 많이 어렵구나, 하는 것을 2016 시즌에 또 많이 느끼게 되더라고.
아무리 감독 한 명 바뀌었기로 팀이 그렇게나 망가지나 싶더라고.
시즌 내내 최진철 감독 웃는 거 별로 못 본 거 같애. 원래 잘 안 웃는 사람이지만.
우리가 다는 모르는 구단의 어려운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 싶고, 그게 선수단에게도 영향을 준 게 아닐까 싶은 생각 들더라고.
김승대가 20억에 연변으로 가면서 이미 선수단 내에 좋지 않은 분위기가 흘렀을 거고 이번에 대규모 엑소더스로 방점을 찍은 거 아닐지.
거기에 신화용까지라면.
이제는 더 이상 기업구단이 안정적임을 택할 수 있는 현실이 아닌 것 같아.
10년 안으로 수원 블루윙즈, 전북 모터스, 이런 팀명이 정식명칭이 되는 날이 오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해.
오는 건 오는 건데 그런 시기가 오기에 앞서 대한축구협회, 프로축구연맹, 그리고 각 구단들과 지자체는 어떤 대책을 마련할지도 '궁금'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내가 잘 모르고 두서없이 써내리긴 했는데, 지적이나 반대 의견 환영하고 달아주길 바람.
포항은 인천 지지자인 내가 제3자의 시선으로 '참 좋은 축구단'이라며 좋아하는 팀이라.
포항은 인프라보다 아무생각이 없는팀임.
2012년부터 팀 지원금 줄었다고 매년 선수 팔아재끼고도
항상 핑계는 똑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