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무 물정 모르고 쓰는 글일수도 있는데.
대한민국 프로스포츠 판에서 '육성'이라는 키워드는 참 딜레마가 있구나 싶다.
참고로 난 야구는 히어로즈빠.
알다시피 히어로즈는 (내가 알기로 국내 유일의) 구단기업임.
넥센타이어한테서 네이밍 스폰서 끌어오고 자금줄 땡기는. 사장 횡령은 둘째치고
거기에 (시즌 후 논란이 많았지만) 선수를 길게 보고 쓰는 염경엽 前 감독의 철학이랑 딱 맞아떨어졌지.
그리고 어차피 돈이 없어서 FA 안 잡음. 내부 FA에 신경쓰는 모습도 그렇고.
근데 히어로즈랑 정반대에 있는 구단이 어디일꼬 하면 뭐 많이 있겠지만 예를 들어 삼성이라고 하자.
(최근 상황은 차치하고) 짱짱한 모기업 있지, 짱짱한 2군 시설 있지, 왜 있는지 잘 모르겠는 비비아크도 있지, STC도 있지.
이번에 이원석 우규민을 영입하면서 100억 가까이 썼다.
근데 여론은 좋아보이질 않음. 왜?
아마도 올해 9위하면서 명장 류중일을 내치면서까지 김한수를 감독에 앉힌 건 팀을 다시 세워달라는 구단의 의지가 담겼다고 보고, 삼성빠들도 류중일 前 감독 시절부터 왜이리 2군에서 선수가 안 올라오냐고 툴툴댔었으니까..
즉 타격 3관왕 외야수와 국가대표 좌완선발을 둘 다 잃어가면서 2군에서 키운 새로운 선수를 1군에서 선보이며 키울 수 있는 기회였음. 100억 가량으로는 외인을 잡고.
근데 구색 맞춘답시고 그랬는지 위에서 돈 좀 줘서 어깨에 힘 좀 주고 싶었는지..
30대 중반에 올해 6승 7패한 선발투수랑 군대 갔다와서 기량에 물음표만 잔뜩인 3루수를 데려옴. 100억 주고.
3루 수비 쩔면서 타격도 되는 히메네스를 왜 삼성은 못 뽑아서 발디리스로 메웠을지.
스카우트 병신인 건 야구단 축구단 공통점인듯
다음으로 축구.
지금 개축판에 5년 계약 맺(고 그 임기 다 채우)는 감독을 최근 거의 10년? 간 못 봤음.
10년이라고 할 것도 없이 AFC에서 유소년 클럽 안갖추면 니네 ACL 추방 ㅇㅇ 선언한 이후로.
AFC에서 으름장 놔서 구색은 다 갖췄는데 유소년 선수들 연계해서 올라와서 뛰는 거 잘 모르겠어.
최순호가 유소년 위주로 가겠다고 하자마자 이준희랑 정원진이 창원으로 떠났다지?
그 점에서 나는 전남을 참 좋게 본다. 모범적인 구단이라고 봐.
스타 선수가 있으면 당장의 흥행과 성적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어. 실제로 그러하겠지.
근데 축구 하루이틀 할 건 아니잖아. 유소년 시스템이 뭐 땅파서 하는 것도 아니고.
투자를 한만큼 구단의 기초를 닦아야하는데 하루 벌어 하루 살기 바쁜 프로 구단의 모습들이 조금은 안타까워.
이제 개축도 곧 FA 시장이 열리겠지?
과감히 보낼 선수는 보낼 수 있어야 된다고 본다. 나는 프로 감독 중에 '선수가 없다'는 소리하는 감독이 제일 끔찍해.
류중일 前 감독이 그래서 싫었어. 그 외에는 참 좋은 감독이었는데.
조광래 대구 사장이 대구 출신 선수들 이웃 지역(대표적으로 포항)으로 뺏기는거 이해 안됐다, 우리가 키워서 우리가 쓰겠다고 천명했었던 인터뷰가 기억나.
당장의 성적을 위해서라면 FA를 비롯한 좋은 선수를 영입해 쓰는 것이 온당하겠지만..
이젠 프로스포츠 판이 '육성'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