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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랜드 팬들은 버스 막기와 분노가 지배하는 성과 만능주의의 부담스러운 선수-팬 관계에서 벗어나 ‘자신의 팀’을 가진 이의 특권을 진정으로 누렸다. 이는 선수를 ‘축구 기계’로만 바라보는 인식에서 탈피해 건강한 선수-팬 관계를 정립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물론 축구 선수의 본질은 축구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본질에 대한 추구만으로 본질에 접근할 순 없다. 그 본질은 팬이 있을 때 의미가 더해진다. 과정의 진가를 아는 팬들에겐 때로는 결과만큼 과정도 우선시돼야 한다.

터치의 속성은 일방적이지 않다. 무엇을 만질려면 대상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서울 이랜드의 터치는 선수들에게도 선순환을 일으키는 스킨십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로 이날 선수들도 한 시즌의 노고를 털고 신선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주장 김동철은 “올 시즌 좋았던 기억도 슬픈 기억도 많다. 후회는 있지만, 아쉬움은 없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응원해 주시면 더 좋은 분위기에서 이런 자리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라며 희망찬 시즌을 기약했다. 고참이고 후배고 할 것 없이 모든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팬들과 스킨십했다. 누가 억지로 시켜서는 나올 수 없는 표정이었다. 이날의 추억은 한 시즌 동안 축구에 매몰됐던 선수들에게 ‘축구를 하는 진짜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는 기회의 장이 되었을 듯하다.

올 시즌 서울 이랜드는 아쉽게 원하던 승격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그 대신 진정으로 구단을 사랑하는 지지자들을 더 많이 얻었다. 설령 바라던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욕설보다는 이면에 자리한 땀방울을 위로해 줄 수 있는 팬들 말이다. 이런 행사가 처음이라 생소하다던 박 감독도 “서울 이랜드는 확실히 다른 클럽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런 자리가 색다르지만 팬들과 소통할 수 있어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결과도 결과지만 팬분들께 실망감을 안겨 드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며 결과만큼 가치 있는 내용을 약속했다.

영국 명문 구단 리버풀은 ‘You’ll never walk alone(당신은 결코 혼자 걷지 않으리)’이라는 팬들의 응원가로 유명하다. 선수들 뒤에는 열두 번째 선수인 콥이 함께 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팬과 하나되는 리버풀의 정신을 상징한다. 서울 이랜드 관계자는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언젠가는 (서울 이랜드를) 리버풀과 같은 문화를 지닌 클럽으로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선수와 팬과 프런트 모두가 ‘같이’ 참여함으로써 ‘가치’를 만드는 클럽,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축구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시도는 성과주의에 매몰된 한국 프로 축구계의 뿌리 깊은 편견과 벌이는 사투이기에 더욱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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