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그 자줏빛 외투가 참 잘 어울리는 사람아
고향 떠나 야구로 밥 벌어먹은 지도 20년이 훌쩍 지났소그려
젊을 때 못한 것 그리 한이 되었는가
밥이며 잠이며 설쳐가며 그렇게 매진하였소
주변인들 뭐라하든 제자들 돌보랴 또 한 경기 하루를 살아가랴
얼마나 애를 많이썼소그려
그대 잠시 떠난 사이 그 거뭇한 옷이 자줏빛이 되고
라면 냄비 앞에 여럿 모여 없는 살림으로 야구하던 시절 지나
당신 와서 연말 다가올 제 아직도 텔레비전 앞에 있었는데
이 바닥 생리가 가장 높은 이에게 다 뒤집어씌우기는 하오만은
그래도 여보 떠난다 하니 아쉬운 마음 감출 길은 없지마는
그것 또한 그대다운 마음먹음이라 막을 길도 없소그려
그대가 돌보아서 이국 땅으로만 둘이 갔고
그대가 다그치어 햇병아리가 이제 날개를 치고
그대가 지켜보아 한반도에서 야구 잘 한다는 소리 듣는 이가 많고
그대가 있었음에 자줏빛 옷이 자랑스러웠는데
고맙소 그대
내 살며 무엇 하나에 그리 매진한 적이 있었던가
오늘과 미래 희망과 결과
하나에 충실했던 여보 이제 쉬시구려
미완들이 영웅이 되는 그날
그대 이름 석자 떠올리지 않는 이가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