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강의나 도서들은 역사의 전체적인 맥락을 읽게 해주기 보다는
개별 사건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데 급급한 경향이 있어.
조선이 고종과 민비의 무능력으로 몰락을 자초했다는 견해도 비슷한 오류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급격히 추락한 조선과 대한제국. 그게 고종을 필두로 한 당시 조선 지배계급의 무능력 때문만이었을까?
난 오히려 '무능력'보다는 '무기력'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고 생각해.
일본이 동아시아의 열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일본의 근대화는 유럽과 비교해서도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아. 비교적 같은 선상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봐야하지.
(다소 근대화가 뒤쳐진 독일, 이탈리아와 같은 국가들과 비슷하다고 봄)
과연 그때까지 조선은 뭘했냐는거지.
일본과 마찬가지로 조선 역시 해외와의 교류를 통해서 자체적인 근대화를 모색할 수도 있었어.
하지만 고종 이전의 조선의 지배계급들은 유럽에 큰 관심이 없었지.
귀화한 네덜란드인 박연이 일정부분 화포 개량에 기여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그 사람이 어떻게 살다 죽었는지에 대한 기록도 없지.
그 뒤에 조선에 휩쓸려온 하멜의 존재, 조선은 그들에게서 뭔가를 꺼내려하기 보다는
하나의 '진귀한 구경거리'로 여겼어.
조선 자체가 가지고 있던 경직성, 그리고 강력한 중앙권력과 그 체제를 계속해서 유지하려는 속성이 조선을 멸망으로 이끌었다고 봐야지.
조선 말의 실학, 그리고 상업의 발전도 지배계층의 기득권 유지 이상으로 작용하지 못했다는 점도 있고.
(실학 같은 경우는 안철수의 '새정치'처럼 불분명한 정치적 수사였을지도 몰라. 정약용 같은 학자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도 개인적인 흥미에 머물러버렸고.)
고종 단계에서 근대화를 모색하고, 열강들을 이겨내기엔
조선은 너무나 허약했어.
중국 같은 경우는 잡아먹기에는 너무 땅덩어리가 컸고, 돈이라도 많았지. 조선은 그것도 아니었거든.
(19세기까지 중국보다 돈이 많았던 유럽 국가들이 없었어. 아편전쟁 전까지 영국은 대중 무역적자에 시달렸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