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전에 어떻게 '수호신'이 결성되었는지 안다면 이런 글 못쓸 듯. 그때 회장이 붉은악마 중진이었고 연고지 이전과 그에 따른 전투적인 반발까지 다 알고 있으면서도 지지하겠다고 나선 놈들 아닌가. 당연히 구단과 도매금으로 까일 수밖에 없음.리얼좌파? 자본가들이 힘없는 팬들에 대해 일방적인 폭행을 행사한 연고이전을 자행한 팀을 지지하는 게 리얼좌파인가?나는 사민주의나 기본소득론 운운하는 작자들도 좌파로 치질 않는데 북패충이 리얼좌파라니 하늘이 웃겠다.
=> 댓글이 너무 길어져서 썼어. 혹시 불편하거나 불쾌한 건 아니려나? 그렇진 않길 바래. 써놓고 보니까 참 읽기 어렵게 쓰긴 했는데;; 글솜씨는 이해해주긔......
우선 리얼좌파란 말은 무슨 진정한 이런 의미보단 꽤나 라는 표현으로 쓴 거라고 말해둘께. 뜬금없이 그 말을 꺼낸 이유도 저 밑에 극우가 어쩌고 하는 얘기때문에 이런 사람도 있다는 의미로 쓴 말이고. 별로 좌파적 시각으로 축구를 재단한다 이런 의미는 아니야. 그저 내 지인들이 정치적으로는 그런 포지션이지만 축구는 취미생활로 마음은 뜨겁게 머리는 시원하게 보는 이들이라는 거지, 국축판에 정치논리를 엮을 생각은 없어. (솔직히 반은 그냥 우스갯소리로 써 넣은 거였는데 반응이 자꾸 나와서 당황스럽;;;)
안다면 이런 글 못쓴다, 라고 말하는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한결같이 이성적/논리적일 수도 없거니와, 모두가 그렇게 그 사정에 밝을 수 없다는 걸 생각한다면 Liberta씨 댓글은 너무 시선을 좁게 가져가는게 아닐까 싶다. 서울이 서울로 온 시점부터 팬이 된 사람들도 많을테니까. (실제 내 지인들 모두 그에 해당되고) 물론 오랫동안 국축봐온 이들에게는 이해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또 04년 이후 팬이 된 서울팬들에게는 지금 이런 반응이 더욱 꽉 막힌 걸로 보일 수도 있어. 비판은 할 수 있겠지만, 그 많은 팬들을 한 가지 잣대로만 재려는 이런 태도는 좀 불편하게 느껴지네. 모두가 그 사정을 알 수도 없고, 그 사정에 맞춰서 행동할 수도 없는거임. 특히나 다 '즐겁자고 하는' 이 팬질에 말이지.
그래서 답답하다는 거야. 일반적으로는 가볍게 접근할 문제에 일부 팬들은 지나치게 어렵고 딱딱하게 접근한다는 거. 물론 문제제기도, 경고도 다 필요한 것이지만, 서울을 지지하는 순간 '북패충'이 되버린다면 그건 올드 국축팬들이 새 서울팬들에게 저지르는 또 하나의 폭력 아닐까? 포용력이 필요하다고. 논리는 가져가되 그 진정성을 모두가 알아주고 공유할 수 있게. 왜 같은 축구팬들의 일부를 죄인으로 만들어.
그리고 최소한 (이 내용엔 분명 동의하지 않을 사람도 많다고 생각해) 연고이전 이후가 전부 흑역사라고 할 지언정, FC서울이 보여주는 구단 운영은 리그의 파이를 넓히는 데에는 제일 적극적인 시도들이 많았다고 생각해. 우리가 그렇게 씹는 연고이전이 어떤 의미로는 리그를 조금이나마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 거잖아. 원죄를 용서하자는 건 아니야. 하지만 난 패륜논리 펴는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GS를 씹는 모양새가 도대체 어떤 발전적 내용을 품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 그럼 지금이라도 GS가 손 떼고 서울은 시민구단으로 재탄생하자는건가? 아니면 이들이 안양으로 다시 돌아가면 패륜의 죄가 씻어지나?
내 생각엔 패륜논쟁은 이제 FC서울에 대한 놀림이나 조롱을 통한 경고로 제한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봐. 나도 응원하면서 북패 씹는 건 재밌고, 분명 필요한 거라고 생각해. 근데 서울 구단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지금의 행태는 과연 얼마나 포용적인지 의심스럽다. 서울 가서 구단운영을 개판으로 했으면 모를까, 어쨌든 발전적으로 나아가는 팀을 되돌릴 수도, 없애버릴 수도 없다면 이 문제를 감정적으로 계속 논쟁화한다 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으니까.
앞으로도 기업구단의 수장들이 자기들 멋대로 하려는 마음을 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결국 앞으로 패륜논쟁이 좀 더 성숙해지고, 팬들이 많아진다면 자연스럽게 구단들이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을거다. 이상적으로는 단 한 명의 팬이라도 구단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게 맞겠지만, 최소한 지금처럼 리그가 매니악한 환경에 머무르면 기업들은 언제든 우리 뒷통수를 칠 수 밖에 없어. 이상에만 도취되느니 좀 더 리그 파이를 키우고, 팬들의 힘을 키우는 데 먼저 집중해야 한다고. 구단의 노력이 당연히 최우선이지만, 야구의 현 상황이 그러하듯 리그나 팀의 운영같은 문제는 관심가진 이가 많으면 많아질 수록 결국 더 나아질 수밖에 없어. 지금 국축팬들의 힘은, 그 이상에 닿기엔 아직 좀 모자란다고 본다.
그러니까 지금 있는 팬들끼리 제발 팬질 이상의 편가르기를 하거나, 서로를 지나치게 도덕적으로 몰아세우거나는 하지 않았으면 해. 언제까지나 이 아쉬운 상황에 머무르고 싶지 않다면. 물론 흑역사를 잊으면 곤란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