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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들 전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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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남자, 서울 여자.

 

- 너와 나 그리고 세 번의 슈퍼매치

 

 

- 4화. 지극히 보편적인

 

 

수원 남자, 서울 여자 4화 지극히 보편적인 - 1

 

1.

 

잠재성이 있는 어린 축구선수들을 유망주라고 부른다. 우리는 유망주들이 잘 성장하여 최고의 축구선수가 되길 바란다. 그러나 그들 중 소수만이 최정상급 선수가 될 수 있다.

 

 

남자와 여자가 연인이 된다. 그들은 평생 행복할 거라고, 남들과 같은 사랑을 하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들 중 소수만이 행복해진다. 그리고 행복한 연인들은 모두가 비슷하다.

 

2.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현우는 곧장 민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작고 고요한 목소리였다.

 

 

가슴이 뛰었다. ‘여보세요.’라는 글자에 설렘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편집자이기에 수많은 활자를 접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저 네 글자보다 아름다운 것을 찾지 못했다.

 

“집에 잘 들어갔어?”

 

흥분을 가라앉히고, 겨우 7마디를 토해냈다.

 

“응, 너는?”

“나도 잘 들어왔어. 지금 막 들어왔어.”

“그렇구나. 다행이네.”

“고마워.”

 

 

어색한 대화가 이어졌다. 자유로이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부끄러웠다. 할 수 있는 건 그냥 입가에 미소를 그리고 있는 것 뿐이었다.

 

“그런데 있잖아…”

 

민아가 뜸을 들이며 말을 이어갔다.

 

“나 있잖아 엄청 덤벙거려. 그래서 물건도 많이 잃어버리고, 고장도 많이 내. 접시도 한 달에 한 개씩은 깨트리고. 그리고 엄청 더러워서 집에서 나갈 일이 없으면 씻지도 않고, 설거지도 안 해. 청소는 집에 누가 와야 하고. 조숙하지 못하고, 말이 많아서 여자답지 못하단 소리도 많이 들었어. 그리고 전번에 내가 즐거운 편지라는 시 좋아했다고 말한 것도 거짓말이야. 아니 거짓말은 아닌데 좋아하긴 하는 건데 암송도 못하고 그냥 가볍게 좋아하는 거야.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 참 매력 없는 여자야. 네 상상 속의 내가 어떨지는 모르겠어. 그런데 내 모습들에 실망 안 했으면 좋겠어.”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현우와 민아도 모두 입을 떼지 않았다. 휴대폰 수화기로 상대방의 숨소리가 찾아 올 뿐이었다.

 

현우는 눈을 감았다. 정지용의 즐거운 편지를 암송했다. 오래 전부터 암송해오던 시였지만, 토씨 하나 틀리지 않기 위해 집중했다.

 

암송이 끝나고 현우는 혀로 입천장을 튕겼다.

 

“들었지? 나 제대로 암송했다. 하나도 틀리지 않고. 네가 못하는 건 내가 하면 돼. 어떻게 사람이 완벽해. 서로 맞춰나가자.”

“그럼 되겠네. 그럼 되겠어. 나 참 바보 같다. 이런 거나 걱정하고.”

 

풋, 민아가 웃었다. 뒤이어 현우도 웃었다. 민아와 현우는 웃었다. 각자의 음성은 전파를 타고 상대방의 귀를 간질였다.

 

3.

 

소파에 앉은 민아는 무릎을 가슴께로 올리고, 양 손으로 감쌌다.

 

“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까 전 현우의 모습은 정말 멋있었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게 됐다.

 

‘서툴고 바보 같을 수도 있겠지만 분명 사랑을 시작하고 있는 거야’

 

현우가 아까 전 했던 말이다. 그 때 현우의 눈빛과 깜빡거리던 가로등, 색이 바란 담벼락… 모든 요소들이 사진처럼 자세히 떠오른다.

 

“꺄아악! 완전 좋아!”

 

현우가 자신을 껴안았을 때까지 생각해버리니 가슴 속에서 무언가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이 올라왔다. 좌우로 몸을 들썩이며 소리를 질렀다. 소파는 그러한 격정적인 움직임이 부담스러웠는지 민아를 땅바닥으로 떨어트렸다.

 

휴식을 즐기던 바닥은 갑작스런 충격에 ‘쿵’ 소리를 질렀다. 민아는 엉덩이를 문지르며 신음소리를 냈다.

 

“아이고, 바보야.”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엉덩이를 문지르던 민아의 얼굴이 일순간 굳어졌다. 그러다가 길게 한숨을 한번 내쉬웠다.

 

‘현우는 이런 모습을 좋아할까?’

 

지금까지 현우에게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말도 많이 하지 않았고, 덤벙거리는 행동도 최대한 자제했다. 그 밖에도 현우가 싫어하지 않게 모든 행위에 항상 주의했다.

 

그러나 이제부턴 연인 사이가 된다. 예전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할 것이고, 서로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내가 만든 캐릭터를 보여줬다면, 이젠 진짜 나를 보여줘야 된다.

 

 

문뜩 그 남자가 생각났다. 그 남자와 사귈 때는 어떻게 했는지 떠올리려고 했지만 잘 모르겠다. 그 땐 그저 어리광만 많이 피웠던 거 같다. 애초에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냥 하루하루 어떻게 하면 예쁘게 보일지 생각했다.

 

손을 올려 자신의 뒷목을 긁었다. 두 손으로 턱을 괴고 눈을 감았다. 한참을 그 자세로 있던 민아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종이와 펜을 들고 왔다. 종이에 자신의 단점들을 썼다. 덤벙거린다. 시끄럽다. 더럽다… 다 쓰고 읽어보니까 절로 한숨이 나왔다.

 

잠시 뒤 현우에게서 전화가 왔다. 잠시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휴대폰을 귀에 갖다 댔다.

 

통화가 이어졌다. 어색한 통화였다. 처음에 ‘여보세요’를 너무 힘없이 한 게 아닌지 후회했다. 서로 말이 없어지고 정적이 흐를 무렵 민아는 그야말로 툭, 지금까지 자신이 적어놓은 단점들을 뱉어냈다.

 

자신이 지금 이 걸 왜 이야기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말을 하면서 후회 했고, 여기서 멈출까 생각도 했다. 그러나 입은 쉬지 않았다.

 

결국 끝까지 다 말한 민아는 현우의 대답을 기다렸다. 한 숨을 쉰다거나,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돌릴 줄 알았다. 그러나 달랐다.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맬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즐거운 편지였다. 민아는 숨을 죽이고 현우의 암송을 들었다.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음성은 민아의 가슴 속으로 파고들었다.

 

민아는 생각했다. 이 사람과는 연애를 하고 싶다고. 이 세상 그 어느 누구보다, 특별한 사랑을 하고 싶다고.

 

글 = 정재영(spegod@naver.com)

 

 

*수원 남자, 서울 여자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정기 연재하려고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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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kffactory.com/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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