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 운수 좋은 날. 현진건 作 [이 글은 원작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우리 팀 달라진대도 그래.”
성남 팬 S는 홧증을 내며 확신 있게 소리를 질렀으되 그 소리엔 이제 팀이 달라질 거라 믿으려고 애쓰는 가락이 있었다. 기어이 성남FC 시민주를 더 사고 나왔다. 궂은비는 의연히 추적추적 내린다.
S는 취중에도 시민주 청약권을 두 손에 쥐고 태스크 포스 팀 앞에 다다랐다. 태스크 포스 팀이라고 해도 물론 공무원들이오, 또 축구에 관심 없는 사람들일지라도 그저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만일 S가 주기를 띠지 않았던들 한 발을 대문에 들여놓았을 때 제 그곳을 지배하는 무시무시한 정적(靜寂)― 폭풍우가 지나간 뒤 바다 같은 정적에 다리가 떨렸으리라. 대화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서걱서걱 펜으로 메모하는 소리조차 들을 수 없었다. 다만 이 무덤 같은 침묵을 깨뜨리는, 깨뜨린다느니 보다 한층 더 침묵을 깊게 하고 스멀거리는 그윽한 소리, 한데 모여 수군대는 소리가 날 뿐이었다. 만일 청각이 예민한 이 같으면, 그 수군대는 소리만 날 뿐이요, 다른 목소리가 없으니, 불통을 짐작할는지 모르리라. 혹은 S도 이 불길한 침묵을 짐작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전에 없이,
“이 난장 맞을 구단, 일화 시절처럼 하기만 해봐라. 내가 확 그냥… 이 오라질 구단.”
이라고 고함을 친 게 수상하다. 이 고함이야말로 제 몸을 엄습해오는 무시무시한 증을 쫓아버리려는 허장성세(虛張聲勢)인 까닭이다.
하여간 S는 방문을 왈칵 열었다. 원탁은 자취를 감추고, 서슬 퍼런 회색 사각 탁자에 앉아 있는 태스크 포스 팀 - 방구석 짐을 싸고 있는 기수(騎手), 그 옆 고이 모셔놓은 빠따, 등잔 밑 조기축구회 회원 명부와 태극기 함이 S의 동공에 맺혔다. 방안에 들어서며 시민주 청약권 구석에 놓을 사이도 없이 주정꾼은 목청을 있는 대로 다 내어 호통을 쳤다.
“주야장천(晝夜長川) 자기들끼리만 이야기 해!”
라며 큰 보폭으로 성큼성큼 앞으로 갔다. 이때에 수군대던 소리가 사라졌다. 태스크포스 팀은 검은색 옷을 입은 S가 잘 보이질 않는지 양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쳐다봤다. 입술은 조가비처럼 굳게 닫힌채.
그 보람이 없는 걸 보자, S는 태스크포스 팀의 머리맡으로 달려들어 그야말로 포마드 잔뜩 바른 머리를 껴들어 흔들며,
“말을 해, 말을! 입이 붙었어, 이 오라질 팀!”
“…….”
“으응, 이것 봐. 말이 없네.”
“…….”
“시민과 함께하는 구단을 만든다고 했지 않더냐. 왜 말이 없어?”
“…….”
“으응, 또 대답이 없네. 시민구단이 아니라 지자체 구단을 만들 건가버이.”
이러다가 누운 이의 개나리보다 샛노란 유니폼을, 심판복같은 유니폼을 보자마자
“이 유니폼! 이 유니폼! 축구선수들이 입는 유니폼을 만들어 오랬더니 왜 심판복을 만들어오느냐, 응?”
하는 말끝엔 목이 메이었다. 그러자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똥 같은 눈물이 침묵하는 이들만의 노랑을 어룽어룽 적시었다. 문득 S는 자신의 손에 쥐고 있던, 구겨져버린 시민주 청약권을 미친 듯이 흔들며 중얼거렸다.
“소통을 한다면서 왜 하질 않니, 왜 하질 않니……. 안산으로 안 간다고, 시민구단이 된다고 해서 운수가 좋더니만…….”
글 = 정재영(spego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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