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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남자, 서울 여자.

 

- 너와 나 그리고 세 번의 슈퍼매치

 

- 2화. 즐거운 편지

 

현우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또 다시 짐을 들고 카페를 빠져나왔다. 해는 중천에 다다랐다. 분수대에서 뽑아져 나오는 물은 햇빛에 반사돼 빛났다. 민아는 그런 풍경을 째려보며 코웃음을 쳤다.

 

현우의 뒷모습이 보였다. 현우는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머리를 매만지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던 민아는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아야!”

 

현우에 시선을 고정한 채 걸어가다가 그만 돌부리에 발목을 삐끗했다. 깽깽이 발을 디디며 발목을 주무르다가 고갤 슬며시 올려 현우 쪽을 바라봤다. 다행히 현우는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현우가 민아가 있는 쪽으로 고갤 돌렸다. 현우는 웃음을 지었다. 서로 눈이 마주쳤다. 둘은 서로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가까이서 현우를 바라 본 민아는 ‘풋’하고 웃을 뻔 한 걸 겨우 참았다. 미간과 턱 밑에 채 바르지 않은 선크림이 보였다. 머리카락 끝엔 안 녹은 왁스가 햇빛을 받아 빛났다.

 

“왔어? 내가 너무 늦은 거 아니지?”

 

현우에게 한마디 쏘아붙이고 싶었다. 그런데 해맑게 웃는 그의 모습을, 약간은 멍청해 보이는 그의 모습을 보니 그냥 웃었다

 

바보 같다. 한 사람 때문에 기분이 좌우되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보가 되어도 조금 괜찮다고, 생각했다.

 

5.

 

현우와 민아는 지정된 좌석에 착석했다. 스크린에선 광고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둘은 서로 몸을 부딪치지 않기 위해, 한편으론 부딪히기 위해 자주 어깨를 들썩였다.

 

밥을 먹으며 민아는 현우에게 영화를 보러가자고 했다. 현우는 싱글벙글 웃음을 감추지 못하면서 그 영화 자기도 보고 싶었다면서 흔쾌히 승낙했다.

 

사실 현우는 영화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제목만 보고는 코미디 물인가 했는데, 영화가 시작되기 5분 전 로맨스 멜로 영화란 걸 알았다. 뭐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영화의 내용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완전 지루했다. 어디서 본 거 같은 줄거리의 반복이었다. 유일하게 좋은 건 민아가 옆에 있다는 건 뿐이었다. 가끔씩 눈동자를 돌려 민아를 곁눈질 하며 지루함을 이겨냈다.

 

영화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제외하면서 끝났다. 지루함의 정점을 찍었다. 어떻게 이런 영화가 21세기에 나올 수 있는 건지 현우는 양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 순간 옆에서 누군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민아가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순간 현우의 머리는 백짓장이 됐다. 영화의 줄거리가 어땠는지, 감독이 어떤 놈인지에 대한 생각은 싹 사라졌다. 지금 중요한 건, 민아가 울고 있다.

 

달래줘야 되긴 달래줘야 될 거 같은데… 아직 안아주기는 조금 그렇고, 이리저리 움직여대던 손은 민아의 어깨에 살포시 착륙했다. 현우는 이정도면 무난하겠지 생각하며 민아의 어깨를 매만졌다.

 

자 이제 무슨 말을 하긴 해야 될 텐데……. 현우는 머리를 쥐어짜면서 지금 상황에서 어울릴만한 문장을 생각해냈다.

 

“왜 울어? 이제 가자. 불 켜졌다.”

 

…가끔 저 말이 생각나면 지금의 나는 부끄러워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다.

 

 

여차저차 눈물을 그친 민아와 향한 곳은 영화관 근처 카페였다. 각자 커피를 주문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다 울었어?”

 

현우는 커피 스푼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민아에게 너스레를 떨었다. 민아는 살짝 부끄러운 듯 시선을 내리깔며 말했다.

 

“아니 그게 마지막 장면이 너무 감동적이었잖아. 너는 안 그랬어?”

“나도 그랬어. 감동이긴 감동이더라.”

 

감동은커녕 하품이 나올 뻔 했다. 그러나 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

 

“우리 팀 다음 주에 수원이랑 붙지?”

“응? 우리 팀? 아 맞아 맞아.”

 

민아의 질문에 실수를 할 뻔했다. ‘우리 팀’이란 말에 수원을 가리키는 줄 알고 “수원?”이라고 반문할 뻔 했다. 현우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너 슈퍼매치 때는 꼭 와야 된다. 안 오면 내가 때릴 거다.”

 

민아는 현우를 째려보며 말했다. 최근 들어 유난히 수원과 서울의 경기가 겹치는 날이 빈번했다. 현우의 입장에선 민아와 함께 서울을 응원하는 것도 좋지만, 일단 자신은 본래 수원 서포터다. 근래 몇 경기는 약속이 있다는 핑계를 대고 민아와 익종 무리와 서울을 응원하러 가지 않고, 수원을 응원하러 빅버드(수원 월드컵 경기장)로 갔다.

 

“요즘 따라 유난히 일이 많아서... 미안해. 그 때는 최대한 갈 게.”

 

현우는 뒤통수를 긁적였다. ‘꼭 갈게’라고 단언하고 싶었지만, 혹여나 서울 서포터즈와 함께 있을 때 아는 수원 서포터를 만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무슨 일이 그렇게 많아. 아 맞다 너 책 편집한다고 했나?”

“응. 프리랜서로 편집자하고 있어.”

“대단하다. 책 만드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아니야. 그냥 나는 도와주는 일만 하는데 뭘. 진짜 책 만다는 건 작가님들이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현우는 속으로 내심 흐뭇했다. 지금 이 순간 편집자라는 직업에 대해 엄청 자부심이 느껴졌다.

 

“너는 책 좋아해?”

“아니, 나는 별로. 가끔씩 시집 읽어.”

 

현우는 시럽을 넣은 아메리카노를 스푼으로 저으며 민아에게 질문했다. 민아는 카페모카를 먹다 말고 잔을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시집? 어떤 시를 좋아하는데?”

 

민아는 입술을 오므리고, 눈동자를 위쪽으로 쳐올렸다. 자신이 어떤 시를 가장 좋아하는 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너무 간단한 시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조금 그럴 거 같고, 뭐라고 말해야 되지... 그래 이거다!

 

“나는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라는 시가 좋더라.”

 

민아의 대답에 현우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나도 그 시 좋아하는데.”

“정말? 오 우리 통했는데~”

“대박이다. 나 예전부터 그 시 좋아했는데.”

 

민아와 현우는 서로를 바로 보며 웃었다. 서쪽으로 향하던 태양이 민아와 현우를 발견하곤 따스한 빛을 내리 쬐어줬다.

 

그야 말로 즐거운 햇살이다.

 

*수원 남자, 서울 여자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정기 연재하려고 노력중입니다...

 

글 = 정재영(spego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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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kffactory.com/295
  • ?
    title: 수원 삼성 블루윙즈_구응답하라1999 2014.01.05 02:05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이제 다음주면 클라이맥스(?)로 갈것 같군요
    항상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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