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4-2-2-2에 중앙 공격을 신봉하던 알툴 감독이 (대외적으로 알려진 바에 의하면)전술상 고집을 이유로 감독직에서 경질되었다. 사실, 알툴 감독이 밀던 전술을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이 선호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수석코치였던 배명호 코치가 팀에서 나갔다는 이야기가 있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믿을 수는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알툴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기 시작한 지난 충주 원정에서부터 그 조짐이 보였다고도 볼 수 있겠다.
1. 9월 7일. 대전과의 홈경기에서 알툴 감독이 퇴장을 당해 2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고, 그 2경기동안 코칭스태프들이 원하는대로 팀을 굴려보자는 의견이 제출되었다'고' 한다. 고로, 충주전서부터는 박효진 코치가 선수들을 데리고 다녔다고 봐야 한다. 박효진 코치는 9월 13일 충주전때는 전형적인 알툴식 축구를 구사하였다. 4-2-2-2 포지션을 구사하여 중앙 미들에 이창용과 이우혁을 두고, 좌측 공미로 알미르, 우측 공미로 김윤호를 뒀으며, 주장인 김오규는 여전히 센터백으로 둔 형태였으며, 최전방은 최진호와 김동기가 맡았다.
사실, 충주가 우리한테 매우 약하다. 지금까지 이 경기를 포함해 3전을 치러 3경기 다 우리가 이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세 경기 중 이 경기가 가장 답답한 흐름으로 전개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알미르와 김윤호는 제 갈 곳을 못 찾았고 충주전에서 올시즌 첫 해트트릭을 기록했던 최진호도 그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중앙 일변도의 공격은 수비진과 공격진 사이의 간격을 오히려 늘려버리는 효과를 줘 버렸고, 끝내 어렵게 경기를 치르다 세트피스를 통한 이창용의 천금 같은 결승골로 진땀승을 거뒀다고 봐야 옳다고 보겠다. 위에 첨부한 하이라이트만 봐도 답답함이 느껴지는....
2. 9월 17일 대구전 라인업을 확인한 순간 나는 '어? 이거 어떻게 짜여진 라인업이여?' 라는 반응을 보였다. 아니 배효성하고 김오규랑 정우인이 같이 있는데 수비형 미드필더 자원인 이창용도 있고.. 김윤호에 서보민에.. 미드필더는 아예 없는 것 같이 짜여진 라인업이 제출된 것이다. 전혀 알 수 없는 묘한 스타팅 라인업을 보고서 경기를 직접 챙겨보기 시작했는데, 음....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정우인을 전진 스위퍼로 활용하는.. 변형 스리백이 바로 그 해답이었다. 수비시에는 정우인이 가운데로 들어오면서 스리백의 중심 축을 맡고, 공격으로 전개시에는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해 주면서 공격진의 전진을 독려했다. 특히, 중앙 지향적인 투톱에서 스리톱으로 바뀌면서 측면으로 빠진 최진호와 서보민으로 하여금 더욱 더 측면에서 넓은 움직임을 요구했다는 점이 특이한 점이라 할 수 있다. 대구의 수비진이 뒷공간을 허용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줬는데 그것을 효과적으로 이용한 팀의 두번째 골(2분 45초부터)과 세번째 골(4분 7초부터)은 측면에서 풀어나가는 플레이의 일단면이라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경기 보면 볼수록 기분 좋은데, 최근 대구를 상대로 이렇게 큰 점수차로 이긴 적도 없었을 뿐더러, 지난 원주에서 대구 상대 홈경기 첫 패배를 기록해서 불안했던 상황에 보인 낭보라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어찌 되었든 변형 스리백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며, 수비의 안정을 취했고, 측면공격이 살아났으며, 충주전에 이어서 세트피스 골이 계속 나왔다는 것이 매우 고무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알툴 감독은 이 경기가 끝난 후 경질되었다.
3. 9월 21일 광주전 또한 대구전과 같은 라인업으로 들고 나왔다. 근데, 이 경기에서는 이 전술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드러나 버린 경기가 되어버렸다.
전반전에 2득점 하고, 3경기 연속 세트피스로 득점을 뽑아낸 것은 좋다. 하지만, 후반전의 4실점 이유가 모두 다 측면수비 불안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상당히 아쉽다. 특히, 오른쪽 수비를 맡기 시작한 김윤호가 상당히 아쉬웠던 것이다. 시즌 내내 공격수 혹은 측면 미드필더로 출전하던 김윤호가 지난 대구전서부터 라이트백을 맡기 시작했는데, 오버래핑이나 공격적인 면모는 좋은 점이라 볼 수 있으나, 수비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특히, 세번째 네번째 골의 원인은 거의 다 김윤호였다고 봐야 되는 상황. 이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해 보였다. 거기에 PK를 허용하며 김오규가 경고를 받아 센터백으로 출전해 좋은 모습을 보이던 김오규를 다음 경기인 부천전에서 볼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호드리고나 최인창 같은 몸싸움 잘 하는 선수들을 상대하는 게 버거워지는 지점이었다. 전진 스위퍼 정우인을 센터백으로 내려야 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4. 9월 27일. 상대는 부천이었다. 내가 걱정했던 것이 있었던 게 무색할 만치로 의외로 답은 나와 있더랬다.
정우인이 내려가면 이창용도 내리면 되는 거고, 군대 전역한 애들 쳐박아 둬서 뭐하나.. 써먹어야지
그렇다. 백종환이 있었던 것이다. 김윤호의 수비 불안이 있었다면, 백종환은... 어휴... 오버래핑도 잘하고 수비도 괜찮고.. 그토록 강원이 올시즌 찾아 헤맸던 라이트백 자리가 한번에 해결되었다. 그와 동시에 정우인이 센터백으로 예상대로 내려왔고, 그 자리에 비어버린 중앙미들.. 특히 공격쪽으로 치우친 자리로 장혁진이 바로 들어왔다. 장혁진의 플레이는 다소간 호흡이 안 맞고 골결정력이 아쉬운 순간도 있었지만, 이쯤되면 그래도 성공적인 복귀경기라 볼 수 있겠다. 특히, 군대 다녀오기 전에도 그렇게 활약하지는 못했던 걸 생각하면... 부천의 퇴장도 한 몫했지만, 전반전의 호드리고와 후반전의 최인창의 파상공세가 무서웠던 것은 아무래도 센터백의 몸싸움이 약해졌다는 것이겠다. 이창용의 전진스위퍼 롤 수행은 공격작업으로 나아가는 빌드업에 있어서는 정우인보다 낫지만, 수비적인 역할을 할 때에는.. 즉, 센터백 위치로 내려온 상황에서는 수비 불안을 야기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일요일에 원주에서 열릴 충주전이 중요하게 되었다.
과제가 많다. 근데, 그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수비가 그나마 좀 나아졌고, 세트피스로도 득점을 뽑아내기 시작했다는 것 정도...
알툴이 그대로 있었다면, 센터백에서 미친듯한 활약을 해 주는 김오규는 계속 라이트백으로 기용되었겠지..
이모저모로 바뀐 게 많다.
7경기 남았는데, 과연 새 전술체제는 어떤 힘을 발휘할지.. 나 조차도 확언을 못 하겠다.
장단점이 훤히 드러났기에 곧 간파당하기도 하겠고.. 그런 의미에서 더 발전시킬 것 같기도 하고..
난 그저 응원할 뿐이다.
내가 일등!
근데 내가 회사라 동영상은 못보고 글만 읽었는데..
전술 특성상 수비 공간이 빈데가 많을 것 같네.
특히나 공격을 지속하다가 역습을 맞을때 대책이 없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