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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8 06:32

My Love, My Suwon - 28

조회 수 544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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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렇게 일처리를 빠르게 할 수 있어?”

  “멍청이. 난 너랑은 달라. 나만 일한 게 아닌데 뭐. 나랑 은별이가 했지. 돈 관리는 엄연히 총무인 은별이 일이니까……. 게다가 나는 시험을 하루 전에 끝냈었잖아. 금요일에 미리 다 계획을 짜 놓은 거지. 그럼 너도 빨리 집에 가서 글 남겨. 그리고 집에 가면서 심심하면 나한테 전화 하던가. 아니 심심하지 않더라도 해. 걱정된단 말이야.”

  “. 그럴게. 수고했어.”

  “수고는 무슨……. 이젠 너도 수고할 때가 올 건데 뭐데. , 그건 나중에 말하자.”

 

  대충 씻고, 찜질방에서 나왔다. 아주대 거리를 걷다가 입고 있는 옷이 어제 입었던 옷 그대로인 수원 유니폼에 머플러여서 그런지, 가끔 나를 향한 시선들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이런 시선을 즐기기 위해서 어센틱 유니폼을 안 벗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주대 근처에서 잠실역으로 가는 1007-1 버스를 탔다. 24시간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면서, 깜깜해진 차창 밖을 쳐다봤다. 한 손에는 근처 편의점에서 산 삼각 김밥을 들면서…….

 

  삼각 김밥을 다 먹고 나서는 무슨 할 말이 많은지 그녀와 전화 통화를 잠실역에 거의 도착하기 전까지 했다. 예전에는 내가 전화를 들고 삼십 분이 넘게 통화한 일이 전혀 없었으나, 이제는 핸드폰이 따뜻해 질 때까지 하는 전화가 낯설지 않았다.

  이야기의 흐름은 아까 언급했던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남자가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내용이었다.

  “사실 나도 유니폼을 입고 다니면 그런 시선 따위 전혀 안 신경 쓰인다!’ 이런 거는 아니거든. , 예전에 버스를 탔을 때 이야기를 한다면, 내 기억엔 바르셀로나였어.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은 여자를 보니까, 남자들이 신기한 표정을 지었던 거 있지. 대화도 못 거는 사람들이 말이야. 그런데 웃긴 건 있잖아. 이런 유럽 축구팀 유니폼 입은 사람들을 보는 표정들은 ! 매우 신기하다!’ 이러는 눈치인데, 나같이 수원이나 ‘K리그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을 보는 시선은 어떤 지 알아? 마치 우리가 축구 오덕이예요. 이런 느낌을 주게 만드는 표정을 짓는 거야. 뭐 이런 게 다 있어?”

 

  집에 도착해서 MT 신청 공지에 글을 남기고, 인터넷 뱅킹으로 총무 은별이 누나 계좌에 5만원을 입금했다. 공지엔 추가로 돈을 걷을지도 모른다는 내용도 있었다.

 

  4월의 마지막 날. 수원 블루윙즈 승리의 행진이 막을 내렸다. 하우젠컵 4라운드, 창원 종합 운동장에서 열린 경남 FC와의 원정 경기였다. 경남의 페널티킥 기회가 후반 초반에 찾아왔다. 이운재 골키퍼가 페널티킥을 막아냈지만, 재차 들어오는 슈팅은 막지 못했다.

  수원은 0-1로 끌려 다니는 경기를 펼쳤다. 다행스럽게도 경기 후반에 양상민이 프리킥을 올렸고, 곽희주의 헤딩 골로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이날은 정식적인 경기 중계가 없어서, 아프리카에서 와이브로를 이용한 중계로 볼 수 있었다. 경기장에서 일반 관중분이 직접 촬영한 것을 보는 영상이라, 그 분에게 매우 감사했다. 그러나 화질의 문제 때문이었을까? 골이 어떻게 들어갔는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

  스포츠 뉴스로 골 장면을 보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리그컵 대회라 무승부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지만, 마음 한 구석은 아쉬웠다. 게다가 이 경기력이 리그에서도 이어질 까봐 약간은 불안했다.

 

  53, 토요일 아침. 갑작스레 그녀한테서 전화가 왔다.

  “수훈아, 오늘 바쁘니?”

  “아니. ?”

  “학교 근처 마트에서 모이려고. MT 가기 전에 물건들 사가지고 네 집에다 모셔두려고. 괜찮지? 어차피 학교에서 모이는 거니까. 베이스캠프라고 해야 할까?”

  “. 나야 괜찮지. 언제 만날 건데?”

  “. 점심 때. 근처에서 밥 먹고, 장 보고, 밤에는 너희 집에서 술도 좀 마실까 하고…….”

  “아 좋지. 너무 달리지만 않으면…….”

  “그냥 적당히 마실 거야. 또 너희 집 신세 좀 지고…….”

  “그렇게 해. 그럼 조금 있다 봐.”

 

  12시가 조금 넘었다. 학교 근처 식당에서 모인 사람은 그녀만이 아니었다. 총무인 은별이 누나와, 은별이 누나 남자 친구진영이 형이 따라왔다.

  “형은 왜 오셨어요?”

  “그건 내가 할 말인데…….”

  진영이 형은 귓속말로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둘 다 지금 억지로 끌려온 것 같은 느낌이란 말이지.”

  “? 너 좋다고 왔잖아!”

  은별이 누나가 진영이 형을 째려봤다.

  “아니. 꼭 그렇다는 게 아니고……. MT 준비를 위해서라면 이 한 몸 바쳐야지!”

  한편 그녀는 짐 가방을 메고 왔다. 나는 짐 가방을 들어주며 물었다.

  “이건 뭐……예요?”

  말을 놓을 뻔 했다. 그랬다간 선배들의 얼굴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을 것 같아서 바로 말을 높였다.

  “, 네 집에서 신세 진다고 말 했잖아. 그냥 내일 같이 출발하려고.”

  이런 적극적인 그녀를 사귀고 있는 게 정말 행복했다.

 

  집 근처 단골 식당에서 밥을 먹은 뒤, 장을 보기 위해 대형 마트에 들어갔다. 그녀가 살 물품 리스트들을 적어 놓은 포스트잇 조각을 꺼내들어 말했다.

  “, 일단 사야하는 걸 먹는 것부터 시작하면……. , 라면, 삼겹살, 상추, 고추장, 쌈장, 양파, 마늘, 과자류, 안주류, 어묵, 골뱅이, 소면, 오이, 당근, 소주, 맥주, 음료수…….”

  여기 들려지는 리스트들은 MT와 관련해 매우 정상적인 리스트였다.

  “……. 식혜, 소금, 까나리 액젓, 레몬…….”

  그런데 내가 카트에 동전을 넣었을 때 불리는 리스트들은 정상적이지 못했다.

  “그건 뭐예요. 무슨 복불복이라도 한다는 거예요?”

  “빙고. 당연한 거 아니야? 요즘 대세는 따라야지.”

  그녀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항상 ‘12에 나오는 멤버들은 이렇게 말한다. ‘나만 아니면 돼!’

  “그리고 일회용 수저, 종이컵, 접시 등 사면 되는데, 이러니까 우리가 남자 두 명을 데려온 거 아니야.”

  “그래. 남자 친구 사귈 때는 이런 때를 두고 사귀는 거지. 일꾼.”

  은별이 누나가 이렇게 말하자 진영히 형이 돌쇠 목소리로 외쳤다.

  “. 마님. 분부만 내려주십쇼!”

  모두가 한바탕 웃으며 쇼핑을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라면 파는 곳에서 라면을 20개짜리 두 박스를 샀고, 근처에서 장류를 담았다. 하이라이트는 야채나 과자가 아닌 삼겹살이었다.

  “얼마정도 살 건데요?”

  “20근 정도? 작년에도 이 만큼은 먹었어.”

  “20근이라……. 그렇게나 많이요?”

  “네가 아길레온즈의 식성을 몰라서 그러는데……. 우리는 항상 이렇게 말하지. 우리는 술값보다 안주 값이 수 배 이상 필요하다고.”

  진영이 형이 말하자 은별이 누나가 이어나갔다.

  “맞아. 저번 MT 때 그렇게 많이 샀는데 다 먹는 걸 보면 기가 막히더라.”

  다음은 술 차례였다. 술을 몇 병 사는가에 대해서는 잠자코 지켜만 보기로 했다. 기본 소주 50병에, 맥주는 피처 20병을 사기로 결정했다.

  “이게 만약 남으면 바로 경기장으로 가져가면 되니까 많이 사 두는 거야. 편하잖아.”

  그렇게 가벼운, 아니 약간은 많은 쇼핑을 마무리 했다. 적자가 되지 않을 만큼 구매한 것 같아 다행이었다. 엄청난 양의 짐을 들고 집으로 향할 뻔 했지만, 네 명이 든다는 자체가 매우 힘들어보여 결국 배달 서비스를 이용했다.

  “찬휘 오빠랑, 호철이 오빠가 내일 아침에 네 집으로 오실 거야. 그런데 우리가 너무 많이 샀나?”

  “아니. 작년에도 이만큼 사지 않았나? 미혜 누나랑 찬휘 형이 같이 장본 걸로 기억나는데…….”

  진영이 형이 은별이 누나에게 말했다.

  마트에서 진영이 형과 은별이 누나와는 헤어졌다. 토요일 저녁 데이트를 잡았다고는 했으나, 늦게까지는 놀지 않을 거라고 했다.

 

  저녁이 되었다. 그녀와 나는 집에서 술을 마셨고…….

  “저기, 이거 사놓은 거 우리가 먼저 마셔도 되는 거야?”

  “. 너만 알고 나만 알면 되는 거야. 알았지?”

  그녀가 손가락을 내 입술에 가져댔다.

  “.”

  “조금만 마시는 거야.”

  그녀의 목소리가 귀에 감겼다. 목소리로도 몸이 사르르 녹는 느낌은 바로 이런 거였다.

  그렇게 마시고 놀다가 자정 가까운 시간에야 잠에 들었다.

  물론 그냥 맨 정신으로는 잠을 잤다고 한다면 그 말은 거짓말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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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kffactory.com/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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