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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4 22:21

My Love, My Suwon - 20

조회 수 250 추천 수 0 댓글 0



사진 = 마이데일리

 

 목요일, 그녀랑 대충 학교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을 때 일이었다. 주문을 끝내고 있을 때, 그녀는 가방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나한테 건네주었다. 흰색 포장이 되어있었고 안에는 옷이 들어 있었다.

  “이게 뭐야?”

  “열어봐,”

  포장을 뜯어봤다. 이놈의 포장은 왜 이리도 잘 찢겨지지가 않는지……. 웃음이 나왔다. 며칠 전 인터넷에서 보았던 백지훈 긴팔 실루엣 티였다. 백지훈의 골 세리머니가 파란색 실루엣으로 앞 쪽에 있었고, 그 앞엔 파란 글씨로 ‘Bluebird’라는 글씨가 써져 있었다. 아직 부상이라 경기장에서는 이번 시즌 모습조차 보여주고 있지 못하는 그였으나, 현재 그녀가 수원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그였다. 그런데 이 옷을 왜?

  “어때? 커플 티로 이지?”

  ‘그래. 그럴 줄 알았어.’라는 표정을 지어보이지는 않았다. 그저 웃음만 나올 뿐.

  “. ‘이네.”

  그러더니 그녀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

  “이 만원이야.”

  하긴 그녀가 이걸 나한테 공짜로 줄 일은 없어보였다.

  “원래는 이만 오천 원인데, 내가 그냥 확 고른 거니까 오천 원은 뺄게. 알았지?”

  “. 그냥 제가 저녁 사고 만원만 낼게.”

  “. 그러니까 내놔.”

  결국 그날 저녁 메뉴는 비싼 걸로 바뀌고 말았다. 만 원짜리 메뉴가 왜 이 만원으로 오른 건지는 식당 주인아저씨에게 따져야겠지만…….

 

  그날 밤, 나의 은인 중에 한 명인 진영이 형과 네이트온에서 채팅을 했다.

  ‘이수훈 : ! 저 커플 티 샀어요!’

  자랑도 아닌 자랑이었다.

  ‘나진영 : 많이도 사라. 그것도 자랑이라고. 나는 너무 많이 사서 경제적으로 타격이 크단 말이다!’

  ‘이수훈 : 은별이 누나가 그랬던가?’

  ‘나진영 : 나 학교에서 보면, 입었던 옷. 열에는 열. 커플 티다. 어디서 자랑이라고.’

  ‘이수훈 : . .’

  ‘나진영 : 그나저나. 너 여자 친구는 언제 보여 줄 거야? 싸이에도 없고…….’

  ‘이수훈 : 일요일 상암에서 볼 수 있을 거예요. 커플 티까지 입고.’

  ‘나진영 : 기대되는데! 넌 진짜 나한테 엎드려서…….’

  ‘이수훈 : 그런데 알면 놀라실 건데…….’

  아직 은별이 누나는 나랑 그녀랑 사귄다는 것을 진영이 형에게 말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진영 : 너 설마, 퀸카 수준으로 예쁜 애를 건진 거야?’

  ‘이수훈 : . 제 눈에는 퀸카 저리가라에요.’

  ‘나진영 : , 알았어. 일요일에 보자.’

 

  일요일이 되었다. 또 한 번의 리그 경기가 있는 날. 경기가 있기 전부터 수많은 언론에서 이 경기를 주목하고 조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만 싸움에 참여한 게 아니라는 걸 인터넷 보도로 보았기 때문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50여 명의 양 팀 서포터가 충돌해 경찰력이 동원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오늘도 경계가 더 삼엄할 거라는 이야기도 돌았다.

  어찌되었던 간에, 커플티를 입은 그녀를 만난 시간은 오후 1시 월드컵경기장역이었다. 이른 시간이었으나, 마치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양 팀 서포터의 유니폼을 보았다. 그녀와 나는 흰 옷에 파란 실루엣이었으니 그다지 이 경기와 관계가 없는 사람처럼 보일 지도 모르겠다.(, 일반인의 관점에서)

  만나자마자 나랑 그녀는 주위 신경을 쓸 필요도 없이 포옹하고, 뽀뽀까지 했다. 아직 나는 서툰가 보다.

  주위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해도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슬쩍 보는 짓은 무엇인가!

  계속 손을 잡으면서 걸어갔다. 손을 뗀 구간은 지하철에서 빠져 나오면서 교통 카드 찍을 때가 다였다.

  “너 손이 좀 차갑다.”

  “, 그래? 네 손이 뜨거운 거 같은데…….”

  “그래? 그럼 내가 뜨겁게 해줄게.”

  그녀는 잡은 내 손을 자기 입술 부근에 가져다 대며 불어댔다. 아직 여기까지는 안 해봐서 거절하고는 싶었으나, 그냥 놔두었다. 그녀가 해줄수록 기분이 좋았으니…….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는 동안 주변의 시선 따위는 무시했다. 특히 저 미친 개랑들이라고 중얼거리는 솔로(?)인 상대 팀을 응원하는 여자를 보면서는 웃음도 나왔다.

  ‘꼬우면 커플이나 사귀고 경기장 가던가?’ 라고 외치고 싶었다.

 

  경기장 내부로 들어가려는 그 때, 한 정장을 입은 남자가 우리를 막았다.

  “저기 수원 팬이세요?”

  “. 그런데요?”

  “여기로 들어가시지 마시구요. 돌아가세요. 이쪽은 서울 팬 출입구이거든요.”

  “, . 돌아갈게요.”

  나는 최대한 정중하게 말한 뒤에 돌아서며 웃어버렸다.

  “내가 미쳤다고 저기로 들어갈 사람으로 보이나? 더러워서.”

 

  그런데 더러운 건 둘째 치고 배가 너무나 고팠다. 그래서 월드컵 경기장 안에 있는 롯데리아에 가기로 정했다. 경기 날이고 휴일이다 보니 많은 줄은 예상을 하고 있었다. 가장 일반적인 메뉴인 불고기 버거 세트 두 개를 고르며(그래도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7분이 넘게 걸린다고 했다), 여유롭게 자리를 맡아(신기하게 두 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하나 존재했었다) 대기를 했다.

  역시나 경기 날이 아니랄까봐, 빨강과 파랑의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30% 정도가 내 눈 앞을 지나갔다. 우리를 그냥 아무렇지 않게 보고 지나가는 사람도, ‘여기엔 왜 온 거야?’라는 심보로 우릴 보는 사람도 존재했다.

 

  그녀랑 나는 내가 PMP에 넣어 둔 최근 수원의 경기 하이라이트들을 보면서 기다렸다. 지난주 수요일에 있었던 상암 원정은 백미 중에 하나였다.

  “그런 생각 안 들어?”

  “어떤 거?”

  “무언가 이번 시즌은 운이 넘쳐나는 거 같은 느낌?”

  “맞아. 지금쯤 최소한 한, 두 경기는 졌을 것 같은데…….”

  “저것도 봐. 박주영 골대 맞추는 장면…….”

  “저때는 아찔했었지.”

 

  곧 햄버거가 나왔다. 햄버거를 먹다가, 우리 앞에 있는 큰 게이트를 든 상태 팬들을 보았다. 잠깐의 어색함이 흘렀지만, 난 싸움이나 그런 걸 걸고 싶은 생각 따위는 없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장외에서 서로 이해 충돌로 싸운 다는 것이,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서포터의 본래 의미는 바로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뛰는 선수들을 응원하는 게 아니던가. 경기장에서 물병을 던지고, 마시던 맥주 캔을 우그러뜨려서 던지고, 이런 행위들은 도대체 왜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이렇게 말해놓고, 명재에게 주먹을 내지른 나는……. 그건 서포팅 싸움이기보다는 개인 간의 싸움이라고 치자.(내가 너무 이기적인가?)

 

  햄버거를 먹고 난 뒤, S석 쪽으로 향했고, 미리 ‘GS25’에서 예매한 티켓을 내보였다. 들어간 경기장에는 무언가 큰 카드섹션이 준비되어 있었다. N석의 일층 거의 모든 부분이 검은색, 빨간색 줄무늬 같은 바탕 위에, 가운데엔 노란 별, 마지막으로 흰색 글씨로 절대 강자라고 써져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의 카드섹션을 따라하는 모양이었다.

  “절대강자? 내가 보기엔 절대감자인데?”

  “푸훗, 아 누나도 참. 그나저나 저렇게 크게 디자인해서 다 들어올리기나 할까나?”

  “저건 분명 실패야.”

 

  한편, 경기 시작 두 시간 전부터 수원 서포터 그랑블루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무언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뒤에서 보면 흰색과 파란색의 카드가 늘여져 있어서 뭐라고 적혀있는 지는 알 길이 없었다. 운영진 중 한 분으로 보이는 사람이 들고 있는 도면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것은 흰색이 글자이고, 파란색이 바탕 화면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글씨는 ‘SUWON’, 수원 블루윙즈의 첫 원정 카드섹션 계획이었다.

  “역시, 대단해.”라는 찬사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우리의 카드 섹션이 상대의 그것보다 사이즈가 약간 작을지는 몰라도, 한 네 개 섹터의 반은 차지하는 이 정도 크기면 100% 실행 가능한 규모였다. 욕심을 부려서 조금만 더 크게 했어도 될 것 같은 데라는 아쉬움은 나만이 가지고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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