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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남자, 서울 여자.
- 너와 나 그리고 세 번의 슈퍼매치
- 3화. 첫 번째 슈퍼매치
수원 남자, 서울 여자 3화 첫 번째 슈퍼매치 - 4
현우의 품에서 벗어난 민아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펴봤다. 모두 수원 유니폼을 입고 있다. 심지어 현우까지. 자신만 서울 유니폼을 입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을 째려보고 있다. 이 상황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엄마야!”
“야, 어디가!”
민아는 뒤돌아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야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달렸다. 현우는 그 뒤를 쫓았다. 뭔 여자가 저렇게 빠른 건지. 쫓아가는 것이 힘에 부쳤지만 최선을 다해 달음박질쳤다.
민아와 현우의 추격전은 경기장 주차장에 가서야 끝이 났다. 뒤따르던 현우는 크게 숨을 내쉬며 호흡을 진정시켰다.
“야 갑자기 왜 뛰어.”
가파른 숨을 진정시킨 현우가 민아에게 말했다. 민아는 땅바닥에 주저앉은 채 헉헉거리고 있었다.
“아니 그게 내가 깜빡하고 우리 유니폼을 안 벗고 가서, 나 빼고 다 수원 유니폼을 입고 있어서… 응? 잠시만.”
용수철이 튀어 오르듯 갑자기 불쑥 일어나 현우 앞으로 다가갔다. 양 손으로 바지 뒷부분 먼지를 털어내며 현우를 아래위로 훑었다.
“너 왜 수원 유니폼을 입고 있어?”
민아의 말에 현우는 움찔거렸다. 지금까지 자신을 서울 팬이라고 말했는데, 지금 수원 유니폼을 입고 있다. 물증이 떡하니 들어난 상황이라 딱히 잡아 뗄 수도 없다.
“이게 뭐가 어때서. 어쩌라고. 어차피 이젠 상관없잖아.”
이런 말을 하려고 한 게 아닌데……. 현우는 말을 하면서 후회했다. 좋게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입 안에서 튀어나온 건 뾰족한 화살이었다.
“야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사람 섭섭하게.”
민아는 뾰족한 대답에 잠시잠깐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곤 곧바로 현우의 어깨를 살짝 치며 웃었다. 이 같은 반응에 현우는 어이가 없어서 한마디 하려는 순간 함성 소리가 들렸다. 경기장에서 뿜어 나온 소리였다.
“벌써 경기 시작했나봐. 아 오늘 경기 재밌을 텐데. 어떡하지.”
발을 동동 굴리며 현우를 쳐다봤다. 현우는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민아는 옆으로 다가가 팔짱을 꼈다.
“이렇게 된 거 우리끼리 경기나 보자. 내가 오늘은 쏜다!”
6.
“다행히 시간이 많이 지나진 않았네.”
현우는 여전히 무뚝뚝한 표정이었다. 아까 팔짱을 꼈을 때 현우가 곧바로 뿌리칠 줄 알았다. 다행히 그러진 않았지만 음식점까지 올 때까지 현우는 쭉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말을 해도 아예 무시하거나, 단답형으로 답할 뿐이었다.
기분이 나쁠 거다. 많이 나쁠 거다. 현우가 먼저 화를 내긴 했지만, 그렇게 해선 안됐다. 왜 자신이 그 순간 발랄하게 행동했는지 살짝 후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더라면 영영 현우를 만나지 못할 거 같았다. 다시는 아까처럼 현우에게 안기지 못할 거 같았다.
수원과 서울의 슈퍼매치는 전반전이 중반정도 진행된 상태였다. 양 팀은 강력한 압박으로 상대의 공격을 봉쇄했다. 거친 파울까지 불사했다. 수원은 측면에서 강세를 보였고, 서울은 가운데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우리 내기할래? 서울이 이기면 내가 이기는 거고, 수원이 이기면 네가 이기는 걸로 해서. 너 서울 팬인지, 수원 팬인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수원 유니폼 입고 있으니까. 콜?”
“그러든가.”
“오케이. 그럼 지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 소원 하나 들어주는 거다.”
현우는 아무 말이 없었다. 민아는 TV를 바라봤다. 붉은색과 푸른색이 치열하게 초록 잔디 위를 뛰어다녔다.
전반전은 무득점으로 끝났다. 이어진 후반전 수원이 선제골을 넣었지만, 서울이 곧바로 동점골을 집어넣었다. 한차례 득점 폭풍이 지나간 뒤 양 팀은 선수교체를 통해 호흡을 가다듬었다. 후반 추가시간 코너킥 상황에서 서울 공격수가 깔끔한 헤딩 슈팅으로 수원 골 망을 흔들었다. 그리고 나선 곧바로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렸다.
“오케이! 역시 서울이지. 내가 이긴 거다. 소원 하나 들어주는 거야. 내 소원은 말이야…”
7.
“간다.”
민아의 소원은 다름 아닌 자신을 집까지 데려다달라는 것이었다. 둘은 버스를 타고 민아의 집까지 오면서 단 한마디도 하질 않았다.
“왜 그래?”
현우가 돌아서려고 할 때 민아가 급히 그의 손목을 잡았다. 손목을 빼려고 하자 민아는 두 손으로 손목을 꽉 잡았다.
“저기, 있잖아. 우리 예전처럼 지낼 수는 없겠지?”
민아가 땅을 쳐다보며 이야기했다. 현우는 그런 민아의 모습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솔직히 말해봐. 너 지금 나 가지고 장난치는 거지?”
“아니야, 정말 아니야!”
고개를 올려 현우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 좋아한다. 어장관리 그런 것도 절대 아니다. 그렇지만…….
“나 너 진짜 좋아해. 그런데 잘 모르겠어. 너랑 연인을 해도 되는 건지. 무섭기도 하고 잘 모르겠어. 정말”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하곤 다시 고개를 숙였다. 현우는 민아의 뒤통수를 지그시 바라봤다. 조금의 시간이, 억겁같이 느껴진 시간이 지나고 입을 뗐다.
“그럼 됐어. 그럼 된 거야.”
민아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무슨 말이야?”
“태초 신이 생명체들을 만들 때 실수로 외로움이란 감정을 넣어 버렸어. 하나의 독립된 자아를 가지고 살아가는데 이런 감정이 들어가 버리니까 모든 생명체들이 외로움에 시름시름 앓아버리는 거야. 이 것 참 골치 아픈 일이지. 그래서 대책을 세운 게 공감이란 감정을 준 거지. 다른 생명체와 소통하면서, 서로 같은 생각을 가지며 외로움을 잊으라고.”
민아의 적갈색 눈동자가 새하얀 눈자위 안에서 부들부들 떨었다.
현우는 자신이 이런 말재주가 있는지 전혀 몰랐다. 지금 이 순간 그저 입이 시키는 대로, 몸이 시키는 대로 이야기 했다.
“그러니까 내 말은 사랑도 어떻게 보면 하나의 공감이 아닐까. 두 생명체가 만나 같은 생각을 나누는 거니까.”
말을 마친 현우는 입술을 가볍게 오므렸다. 꼴깍, 침을 삼켰다.
“나는 당신을 진심으로 좋아합니다. 당신도 나를 좋아한다고 했으니까 우리는 공감하고 있는 거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거야. 그 것 이상이 뭐가 필요 있어. 서로의 생각이 같은데. 서툴고 바보 같을 수도 있겠지만 분명 사랑을 시작하고 있는 거야.”
민아의 눈동자가 촉촉해졌다. 또르륵. 투명한, 차디찬 한 방울이 광대를 쓰다듬었다. 입술이 옴짝달싹 거리며 말을 뱉어냈다.
“나는, 나는 당신을 좋아, 아니 사랑합니다.”
비가 내렸다. 민아의 얼굴에만 비가 주륵주륵 내렸다.
현우가 민아를 안았다. 행여나 비에 휩쓸려 떠내려갈까 온 힘을 다해 껴안았다.
“나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우리는 모두 축구를 한다. 우리는 모두 사랑을 한다. 누구나 사랑을 한다. 그러나 장애물에 지레 겁을 먹고는 그 것이 사랑이 아니었다고 이야기한다. 막상 생각해보면 지상 어느 것보다 쉽고 간단하다. 당신이 나를 사랑하고,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 그럼 끝이다.
당신을 좋아합니다. 좋아합니다. 사랑합니다.
비가 그쳤다. 한낱 소나기였다. 이제 해가 고개를 들 차례다.
글 = 정재영(spegod@naver.com)
*수원 남자, 서울 여자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정기 연재하려고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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