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twat.egloos.com/1784051
좋은글인듯 하여 퍼옵니다. 우리나라 역사의식의 한계를 느낄수 있었던 글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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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축구 한일전에서 붉은 악마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걸개를 내걸어 논란이 되었다.

사진 출처: http://www.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131088
알고보니 이
문구가 이번에 처음으로 사용된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10년에 열린 한일전에도 사용된 적이 있었다.

사진 출처: http://ramaloke.egloos.com/5415405
이 문구를 두고 언론과 온/오프라인에서 갑론을박이
벌여졌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모든 사람들이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는 공리가 하나 있었다. 이 문구가 '단재 신채호 선생께서 하신
말씀이다.'라는 것이었다. 여러분도 네이버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신채호' 등을 검색해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신채호가 저런 말을 했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는지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다. 나는 TV를 잘 보지 않아서 몰랐는데, 인기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서 그런 내용을 방송에 내보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던 모양이
다.
사진 출처: 오마이뉴스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단재 신채호라는 사람이 저런 말을 했었는지 궁금해져서 발언의 출전을 찾아보았다.
어라 네이버에 검색어 자동완성까지 되네. 흠... 아무리 검색해보아도 안 나오는군. 다들 신채호 선생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더라~라는 카더라와 인용의 인용만 있지 정확하게 언제 어디서 그런 말을 했는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겨우 몇몇 블로그와 한국경제의 한 기사에서 발언의 출전을 찾을 수
있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조선상고사’에서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흠, 한경 정도면 명망 있는 언론이니 거짓말은 아니겠지. 해당 발언의 출처를 명시한 몇몇 블로그도 이구동성으로 조선상고사에 그런
내용이 적혀있었다고 전하고 있었다.
그런데 참 신기하네. 조선상고사를 마지막으로 읽어본 게 언제였는지 잘 기억나지도 않지만 저런
내용은 없었던 거 같은데. 그래서 조선상고사를 다시 읽어보았다. 저런 발언? 없다. 저것과 비슷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도
없다.
그래! 혹시 사람들이 실수한 걸지도 몰라. 신채호의 다른 저작물을 확인해보자. 그래서 신채호의 《조선사연구초》까지
읽어봤다. 저런 발언은 역시 없었다.
검색 과정에서 신채호가 했다고 알려진 또 다른 말로 '영토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있어도 역사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역시 정확한 출처는 없었다.
네이버
뉴스검색을 해보니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이 말이 본격적으로 회자된 것도 불과 몇 년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알 수
있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특정 인물의 발언이 아니라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한다.'라고 그냥 세간에 이런 말이
있다는 형태로 사용될 뿐이었다.
이상의 사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 때 나는 신채호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했다는 건 쌩구라라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 처음 축구 경기에서 저 문구를 봤을 때는 신채호가 같이 언급되어 있지 않아 그러려니 했는데
신채호가 한 말이라는 카더라를 인터넷에서 보는 순간 그 진위가 뻔히 보였다. 굳이 이글루스 역사밸리에 이런 글을 올리는 건 이곳엔 내공이 깊은
분들이 많으니 혹시 신채호가 저런 발언을 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찾아주실 수 있는 분들이 계실까 싶어서이다.
신채호가 했다는
저 말은 아무런 출처 없이 카더라 통신을 통해 확대 재생산된 것이고, 이런 카더라가 아무런 검증 없이 언론과 대중에게 아무렇지 않게 수용된 것
같다는 내 판단이 사실이라면 코메디가 따로 없을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역사 속 인물의 발언을 인용해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모양인데 그 발언 자체가 알고 보니 날조이자 역사 왜곡.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이 발언을 들먹이면서 이런 칼럼을 쓰기도 했는데, 그 발언부터가 날조이자
역사 왜곡. 역사에 있지도 않은, 이미 죽은 사람의 발언을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고 속아 넘어가 역사를 잊지 말자고 목청 높이는 꼴이 너무
한심스럽고 신채호가 정말로 저런 말을 했으면 좋겠다. (혹시, 저 발언의 정확한 출처를 제시할 수 있으신 분은 댓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저승에 있을 신채호가 알면 참으로 한심하게 생각할 것이다.
이 사례는 인터넷, 게임 등의 발달로 TV의 영향력이 사회에서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TV가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막대하다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온 자막을 아무런 비판적 자세 없이 무조건 수용하는 행태가 드러났으므로.
마지막으로 '실제로' 신채호가 한 말을
음미해보자.
"역사는 역사를 위하여 역사를 짓는 것이요, 역사 이외에 무슨 딴 목적을 위하여 짓는 것이
아니다."
우리 한국인에게, 애국심이라는 역사 이외의 딴 목적을 위해, 있지도 않은 역사적 사실을 지어내 퍼트리고 그것을
맹신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내 욕심일까.










처칠이 한얘기엿군ㄷ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