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축구

[개축문학]선수 한 명

by 후리킥의맙소사 posted Aug 1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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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입니다. 먼저 수블 팬들에게는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올리고 이야기 들어갑니다.
 
내가 수원에서 본 일이다.
 
감독 하나가 연맹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브라질리언 선수 한 명을 내보이면서,
"황송하지만 선수가 후반기에 못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총재의 입을 쳐다본다. 총재는 감독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서류를 뒤적여 보고
"좋소."
하고 내어 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선수를 껴안고 몇번이나 감사 인사를 하며 간다. 그는 선수를 데리고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협회를 찾아 들어갔다.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선수를 보이며,
"이 사람이 정말 날개를 달 수 있는 선수오니까? " 하고 묻는다.
협회 회장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선수를 어디서 훔쳤어?" 감독은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FA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이런 선수를 영입명단에서 빠뜨립니까? 팬들은 호군가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감독은 손을 내밀었다. 회장은 웃으면서
"좋소."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선수를 데리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선수가 이면계약을 생각하고 있지 않나 확인해 보는 것이다. 이면딱지가 없는 걸 확인한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자신의 업적으로 동상이 세워질 티켓박스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브라질리언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모기업이 그렇게 많이 도와 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선수에게 이적불가 딱지를 붙이려 하였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날쌔게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우린 돈 없는 시민구단이요."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득점왕 출신을 거져 줍니까? 프론트가 FM에 등장하지 않는 선수를 데려온 적도 있었습니다. 동남아에서 검증된 선수를 데려오기도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 시즌 한 시즌 선수를 팔아 몇 닢씩 모았습니다. 그러고도 부족하여 아챔에 나가 10억을 받았습니다. 이러기를 두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개챌' 득점왕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선수를 얻느라 시즌이 시작하고도 절반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선수를 데려왔단 말이오? 그 선수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헤딩 한번 시켜보고 싶었습니다."
 
ps. 나중에 성남 버전으로 한번 쓰고 싶은데... 그러기 위한 용병 영입부터 좀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