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후기.

 

1. 전반전 이상기 골은 무랄랴 0.8골+이상기 침착성 0.1골+골키퍼 위치선정 0.1골.

이상하게 전반 25분까지는 위기를 스무스하게 넘어가면서, 골욕심내지도 않고, 중원에서 탄탄하게 빌드업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좋은 형태의 모습을 보였음.

전반 막판 양동현 골은 이상기의 좋은 위치선정을 칭찬해야 할 듯. 광주의 2줄 수비 사이 틈새에 딱 자리잡아 광주 수비수의 클리어링 실수를 놓치지 않고 양동현에게

침착하게 패스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음. 오늘 경기의 MVP는 강현무와 이상기 사이에서 고민을 하겠지만, 강현무는 이제 놀랍지도 않음. 이상기가 MVP라고 생각.

오프더볼 상황에서 열심히 전방압박 해주었고, 공격할 때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에 오늘 포항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 전반전 경기는 수비수들 뻘짓한 것 빼면 완벽했음.

 

2. 사실 광주가 전반전엔 오판을 했음. 포항은 이번 시즌에 유독 전방압박에 많이 약했지. 북패-남패전에서는 그걸 극복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었지만(사실 북패전때는 전방압박의 강도가 그리 높진 않았지. 남패전이 높았지) 아직까지 전방압박에서 자유로운가에 대한 문제는 풀리지 않음. 후반전 때에 보이던 전방압박을 전반전부터 계속 했다면 오늘 경기의 결과가 어떻게 됐을까에 대한 생각을 한다면 포항이 절대 이기진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함. 광주가 후반전에는 전방압박을 잘 했음. 그래서 느슨했던 경기가 갑자기 쫄깃해지는 경기가 됐고 나도 갑자기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음.

 

3. 2에 대한 대처가 상당히 아쉬운데, 왜 심동운을 빼고 황지수를 넣었느냐 이거지.

광주의 빌드업과정을 보니 중앙에서 어떻게든 선수들이 움직여줘서 패스할 공간을 만들어 주고 좌우측 공간으로 내달리는 선수를 보고 좋은 패스를 찔러주는 과정이던데, 이미 여기에 대한 첫 번째 과정을 막는 것 부터 틀렸음. 황지수는 그리 빨리 움직이며 압박하는 선수가 냉정하게 '이젠' 아닌데도 굳이 황지수를 넣어서 광주가 빌드업을 더 하기 쉽게 하느냐 이거지. 심동운을 뺐으면 압박을 좀 더 잘하고 빠릿빠릿한 서보민을 일찍 투입시켜서 패스를 손쉽게 못하게 했어야 하는데 너무 아쉬움.

 

 또 하나 아쉬운 건 우리는 왜 양동현때문에 전방압박을 이다지도 쉽게 포기하는지 모르겠음. 물론 최순호말마따나 공격수가 압박은 포기하고 골만 박아주면 별 불만은 없겠지만, 전체적인 게임 플랜이 너무 상대방에 좋게 흘러가는 느낌이 듬. 상대방은 우리 진영에서부터 손쉽게 압박하는데 우린 중원에서부터 압박을 하니 미칠 노릇. 심리적인 부분에서 지고 들어간단 말이지. 물론 양동현이 지금 골을 많이 박아주고 있고 승점차&골득실차가 많이 나진 못하지만 2위기도 해서 좋긴 좋다만, 매번 실점을 하는 것을 생각해봤을 때 어느 정도의 전방압박은 필요하다고 생각. 상대방이 원하는 그림을 쉽게 그릴 수 있기 때문에 요근래 실점을 많이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함.

 

4. 심동운은 저번 경기보다 조금 좋아지긴 했지만, 제발 동료들을 살려주는 플레이를 해줬으면. 시즌 초에 했던 그 마음가짐 어디갔니. 동료들을 이젠 살려보겠다며.

너만 경기력이 돌아와주면 돼. 조금만 잘해주라.

 

5. 현무야 사랑한다. 씨바 격하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