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팀이 시즌을 준비하면서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코어 트레이닝을 위시로 한 기초 체력 훈련이다. 극단적인 경우엔 볼도 못 차게 하는 지도자(예를 들자면 학범슨이거나.. 김학범이거나.. 탈모때문에 놀림 받는 김 모 감독이거나..)도 있는 판..
그럼, 전술 훈련 돌입하면 어느 부분부터 손을 대나?
대다수가 수비조직과 공수 간격을 만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전체 팀의 유기적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 센터백의 수나 미드필더의 구성, 공격진의 배치 등을 고려하게 되는 것이다.
상당수의 축덕들이 "포백에서 센터백 하나만 더 넣으면 스리백 되는거고 스리백에서 센터백 하나 빼면 포백 되는 거 아니냐?"며 "우리도 스리백/포백 써 봤음 좋겠다" 라고 하는 걸 종종 보는데, 이거 상당히 곤란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포백은 대체로 두 명의 센터백과 두 명의 사이드백으로 구성되어 수비시엔 4명의 수비수가 각자의 영역에서 수비작업을 진행하는데, 이를 아무 준비 없이 스리백으로 전환할 경우, 좌우로 위치한 센터백들이 포백에서의 사이드백들이 담당해야 했던 상대팀 윙어들을 상대해야 할 때가 생길 수 있다. 윙백들이 놓치면 그렇게 되는 거지.. 중앙지역에서 상대 공격수를 맞이하는 것과 사이드지역에서의 상대 윙어를 맞이하는 건 천지차이다. 스텝부터 다르고, 중앙지역보다 사이드 지역의 상대 팀 선수는 훨씬 빠르다.
포백에서 사이드백 역할을 했던 선수들이 다소 전진배치되어 미드필더 역할을 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 된다. 윙백들의 지능이 중요하게 되는 건데, 이게 부족하면 당신 팀의 사이드는 상대팀 윙어들의 놀이터가 된다. 윙백들이 이를 부담으로 여겨 수비진영에서 안 나오게 되면, 대신 공격이 빈약해지는 거지..
수비수들만 부담이 생기겠나.. 미드필더들도 무리가 생기지.. 수비형 미드필더의 경우 때로는 백패스로 수비진과 연계해 패스줄기를 이어가고, 수비수들이 주는 패스를 받기 위해 포지셔닝을 해야 하는데, 수비진 구성이 달라지면 거기 적응해서 따로 훈련을 해야 한다. 요즘같이 전방압박이 유행하는 때에 수비형 미들이 자기 진영에서 볼 빼앗기면 그 결과는 참혹한 법이니.. 그리고 수비형 미들이 공격 전개의 시작점이라고 하는데, 공격도 엉망진창 될 가능성이 높지. 공수간격을 좁게 서서 압박 수위 높이는 게 요즘 유행인데, 이것도 준비 안 되어 있으면 상대팀이 좀 더 여유롭게 공격을 전개시킬 수도 있고..
그러므로 4백에서 3백으로, 3백에서 4백으로 컨버전하는 작업은 단순히 센터백 숫자 늘리는 일이 아니게 된다. 팀 전체가 동계훈련 다시 하는 것과 같은 거다. 그것도 시즌 중에.. 4백 쓰던 팀이 어설프게 3백 쓰다가 오히려 가패 당하는 거 많이 봐 왔을 터..
단순히 숫자 늘리는 것이 아니라 팀 전체의 철학을 송두리째 바꾸는 작업이 되는 거.. 수비라인은 어디까지 올릴 것인가, 각자 활동하는 영역은 어떻게 할 것인가. 역습 패턴 플레이는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상대팀 압박은 어느 지점부터 할 것인가.. 수비진 간의 간격 유지는 어떻게 할 것인가..
경기 도중에.. 혹은 시즌 중에 3백과 4백을 자유자재로 전환해가며 안정적으로 굴리는 팀이 있다면, 시즌 준비 빡세게 했다고 생각하고 찬사를 보내도록 하자..
아.. 그러고보니, 이거와 비슷한 문제가 시즌 중 원톱 투톱 컨버전 문제이긴 하나, 글 길이는 이 정도가 적당할 것 같아 여기서 줄임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