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축구

'셀링'에 대한 단상

by 비내가바 posted Apr 0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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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일간 김민규 기자의 기사에 이용수 해설위원이 "셀링리그로의 이행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라고 코멘트를 달았는데, '셀링리그', 사실 꽤 민감한 단어지.


 일단 셀링리그니 셀링클럽이니 하는데 그게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생각은 안 든다. 왜냐면 선수팔아서 구단 운영하는 것도 한계가 있거든.

 <정인환 정혁 이규로>라는, 전북 같은 아시아 탑클래스 클럽에서도 주전급이 가능한 자원들을 블록딜로 팔아도 1년 운영비의 1/5 정도 밖에 못 챙기는 게 현실. 그렇다고 "셀링클럽이 되더라도 그건 바로 내 운명"을 노래하며 심정적으로는 지지를, 현실적으로는 구매력을 포기하지 않을 골수 지지자들이 충분한 것도 아냐.


 아니 그런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시피 한 축덕국가 스코틀랜드마저도 안으로는 클럽들 간의 빈부격차가 커져서 이래저래 리그 시스템을 개편하느라 고심하고 있고, 밖으로는 탑에서 노는 셀틱의 챔스리그 시작 시기도 점점 빨라져서 10년 전에는 본선 조별라운드에서 시작하던 셀틱이 이젠 리그 원톱임에도 불구하고 2차 예선부터 기어올라와야 함. 네덜란드 얘기 나왔는데 네덜란드 클럽들도 챔스 16강에서 안 보이게 된 지 꽤 되지 않았나.


 다시 케이리그로 돌아와서, 모기업의 재력이나 지자체장의 정치력으로 버티는 게 사실 거의 전부인데, 이 상태에서 가뜩이나 대중에 부정적인 선입견으로 점철된 케이리그에 '셀링리그' 이미지가 덧씌워진다면 경제적으로 의미있는 관중 수와 구매력을 확보하는 최상의 목표에 다가가기 더 어려워진다고  봐야지. 그래서 실제로 셀링클럽 셀링리그가 되더라도 그런 '이름'을 붙이는 건 좋을 거 하나 없다고 생각함. 기존 팬들의 충성도나 잠재 팬층을 날려먹는 일이고. 데얀 쇼크가 벌어지고 1년 후 페트코&유병수가 와서 두 시즌동안 그렇게 날아다니고 개인적으로는 득점왕에 팀으로서는 6강플옵까지 올라갔는데도 관중수 폭망을 막지 못한 걸 몸으로 느껴보니 그런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든다.


 마지막으로 기사로 돌아와서. 유망주 중심과 외국인(이라고 쓰고 맥락상 고비용이라 읽히지만) 약세를 투톱으로 잡은 기사에서 셀링클럽 얘기를 꺼낸 건 개연성이 없진 않지만 좀 생뚱맞기도 했고, 축구인들끼리의 심포지엄 같은 데서는 꺼내서 논의해볼 만한 이슈지만, 위에 언급한 이미지 문제의 이유로 인해 언론에 내놓기엔 안 하니만 못 한 화두를 꺼낸 게 아니였나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