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졌다

by 세라 posted Jan 2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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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여친이 나한테 무관심 한 듯" 이라고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여자가 "남친이 나한테 무관심 한 듯" 이라고 말하는 경우는 엄청 많다.

일반적인 남자라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일어났다고 문자를 보내고, 퇴근길 회사를 나서는 순간 퇴근한다며 문자를 왜 보내야 하는지 절대로 알지 못한다. 그저 그렇게 하지 않았을경우 여자친구가 자꾸 짜증을 부리고 귀찮게 하니까 그냥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할 뿐이다. 게다가 여자들은 남자들에게 [그런 행위가 관심을 받고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어떤 기준중에 한가지이다] 라는 것처럼 하나둘씩 설명해주지도 않는다. 마치 관심 받고 싶다고 징징대는 꼬락서니 같기도 하고, 행여나 다른여자로 갈아탔을때 나한테는 안그러더니 다른여자한테는 해줄까봐 불안하기도 하고, 아무튼 여러가지 이유로 "그걸 어떻게 말하냐"며 절대로 얘기하지 않는다. 그저 맘에 안들때 마다 땡깡을 부려서 내 맘에 들게끔 하는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여친의 땡깡을 받아줄때, 그걸 사랑하니까 이정도 쯤이야 하며 받아주는게 아니라, 매우 귀찮기 때문에 조금 더 덜 귀찮은 것을 선택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어나자마자 문자를 보내고, 퇴근하는 순간 전화를 걸고, 어디 놀러가서 니 생각이 났다며 선물을 사다주는 남자는 그 여친를 매우 사랑하는 남자라기보다, 어떤 여자가 굉장히 잘 길들여놓은 남자를 당신이 재수좋게 건져왔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얘기다.

그러다보니 여자는 결과적으로 억울해 지고 불쌍해진다. 남자가 어느날 매우 바빴거나, 숙취로 헤메고 있거나, 아프거나, 귀찮거나, 까먹었거나 등등 여러가지 이유로 여친한테 연락을 하지 못했다고 치자. 그래서 여친은 매우 화가 났고, "나 화났어" 라고 얘기하는 것은 여자로써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으니 그냥 또 땡깡을 피우기 시작했을때. 이쯤되면 대부분의 남자는 이제 이 땡깡을 받아주지 않는다.

왜냐면 지금까지 땡깡을 받아주는건 여자에 대한 호의였기 때문이다. 절대로 이 남자라는 동물은 그것을 의무라고 생각했거나 여자를 이해했거나, 자연스러웠거나, 사랑했거나, 항상 생각이 나서 그랬던게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그러고 있으니 그냥 호의를 베풀어 주고 있었을 뿐이라는거다.

그래서 여자는 어느순간 이제 이 남자가 더이상 나한테 땡깡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고 드디어 그만 만나자고 말하는 가장 극강의 땡깡을 부려본다. 하지만, 그정도 상황이 되었을때는 남자가 그것을 땡깡이라 생각하지 않고 드디어 해방이라는 탈출구를 만났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니까 이 남자가 나를 사랑하는지 사랑하지 않는지 궁금하다면, 그가 사회성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 있는 "친구", "회사" 이외에 가장 첫번째로 돈을 투자 하는게 당신인지 아닌지 그걸 따져보면 된다. 남자에게 [일터]는 존나 개같은 곳이지만 일단은 돈을 모을 수 있는 곳이고, [친구]는 돈을 들이지 않아도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수단이며 점점 가면 갈수록 사라지는 멸종 위기종이라 돈을 퍼 부어도 새롭게 만들 수는 없는 존재이다. 그래서 수면욕과 성욕보다 우선하여 본능적으로 지켜내고 있는 "사회성" 중에 한가지인지라, 여자친구는 당연히 순서가 세번째로 밀릴 수 밖에 없다. 사회성에서 밀리면 친구들과 회사에서 찌질이가 되거나 쫄따구 말단 병신이 되어 여자친구는 가질 수가 없는 존재가 될까봐 여자친구보다 일단 본능적으로 먼저 사회성을 지켜내야 한다는 얘기이다.

대부분의 남자는 여자들이 평소에 "아 이것 참 예쁘다" 라고 하는 얘기를 귀담아 듣지 않는다. 여자가 생일이라면, 생일때 되어서 무엇이 갖고 싶은지 물어보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카드를 긁어 무리해서라도 사주면 존나 좋아 할텐데, 난 이번에 그렇게 무리 할 준비가 되었어!" 라는 마음가짐으로 "야 너 뭐갖고 싶냐?" 라고 물어보며 스스로 존나 개념찬 인간이 된줄 알기까지 한다. 개처럼 벌고 병신처럼 아껴서 너한테 다 가따 바친다는것이야 말로 남자가 여자한테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중 한가지가 아니고 무엇이겠냐는 마음으로.

여자가 빼빼로데이 2주일 전, 빼빼로를 만들려고 마음 먹은 그 순간부터 빼빼로 만들꺼다 어제 뭐샀다 오늘은 뭐 살꺼다 내일은 뭘 해야 한다 노래를 부르는 반면, 남자는 신경 끄고 있다가 빼빼로데이 당일날 가장 번쩍거리는데가서, 여기서 제일 비싼 빼빼로 주세요! 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는거다.

애석하게도 난 또다시 수컷이 무엇인지 모르는 전형적인 여자에게 2년동안이나 남자를 잘 아는 개념찬 여자로 만드려는 프로젝트를 완전히 실패해버렸다. 프로젝트가 반복 될 수록, 호의가 계속되면 의무인줄 아는 여자만 만들고 있었다. 전 여친님께는 미안하지만 헤어지자는 말을 드디어 찾아온 해방으로 받아들였다. 나쁜 남자를 많이 만나본 여자가 정답이고, 나랑 나이차이 얼마 안나는 여자가 정답이다. 내가 졌다. 그래, 당신들이 이겼다. 나의 이런 실수가 또다시 반복 되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