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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감전(黃監傳)


황감은 해운대(海雲臺)에 감독했다. 곧장 사직(社稷) 밑에 닿으면, 전철역 위에 오래된 야구장이 서 있고, 야구장을 향하여 아시아드가 열렸는데, 두어 칸 가변석은 비바람을 막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황감은 전술읽기만 좋아하고, 그의 단장이 구단주의 아파트 품을 팔아서 구단에 선수 보강을 했다.


하루는 그 단장이 몹시 승점이 고파서 울음 섞인 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평생 우승컵을 보지 않으니, 결승은 읽어 무엇 합니까?"

황감은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아직 토너먼트를 익숙히 하지 못하였소."

"그럼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도 못 하시나요?"

"플레이오프 진출은 본래 배우지 않았는 걸 어떻게 하겠소?"

"그럼 ACL은 못 하시나요?"

"ACL은 티켓이 없는 걸 어떻게 하겠소?"


단장은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밤낮으로 전술을 읽더니 기껏 '어떻게 하겠소?' 소리만 배웠단 말씀이오? 플레이오프 진출도 못 한다. ACL도 못 한다면, 종이컵이라도 못 하시나요?"

황감은 읽던 전술책을 덮어놓고 일어나면서,

"아깝다. 내가 당초 리빌딩으로 오 년을 기약했는데, 인제 삼 년인걸……."

하고 획 문 밖으로 나가 버렸다.


황감은 축구판에 서로 알 만한 사람이 없었다. 바로 K리그로 나가서 연맹의 사람을 붙들고 물었다.

"누가 개축 구단주 중에서 제일 명문이요?"

정씨(鄭氏, 정준양)를 말해 주는 이가 있어서, 황감이 곧 정씨의 집을 찾아갔다. 황감은 정씨를 대하여 길게 읍(揖)하고 말했다.

"내가 경력이 부족해서 감독을 좀 해 보려고 하니, 예산을 지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씨는

"그러시오."

하고 당장 백억을 내주었다.

황감은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가 버렸다. 정씨 회사의 간부와 직원들이 황감을 보니 무명 감독이었다. 정장의 올이 빠져 너덜너덜하고, 구두의 굽이 자빠졌으며, 쭈그러진 안경에 허름한 웃옷을 걸치고, 얼굴에 많은 주름이 있었다. 황감이 나가자, 모두들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저이를 잘 아시나요?"

"모르지."

"아니, 이제 하루아침에, 평생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백억을 그냥 내던져 버리고 경력도 묻지 않으시다니, 대체 무슨 영문인가요?"

정씨가 말하는 것이었다.

"이건 너희들이 알 바 아니다. 대체로 남에게 예산을 받으러 오는 사람은 으레 자기 선수 시절을 대단히 선전하고, 경력을 자랑하면서도 비굴한 빛이 얼굴에 나타나고, 전술을 중언부언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저 객은 형색은 허술하지만, 말이 간단하고, 눈을 오만하게 뜨며,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적료가 없이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해 보겠다는 일이 작은 일이 아닐 것이매, 나 또한 그를 시험해 보려는 것이다. 안 주면 모르되, 이왕 백억을 주는 바에 성명은 물어 무엇을 하겠느냐?"


황감은 백억을 입수하자, 다시 자기 집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드래프트로 내려갔다. 드래프트는 경기도, 충청도 구단들이 마주치는 곳이요, 삼남(三南, 전북, 포항, 울산)의 길목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고무열·이명주·윤준성·신진호며, 문창진·이광훈·문규현 등속의 신인을 모조리 자유계약과 우선선발로 사들였다. 황감이 유스를 몽땅 쓸었기 때문에 온 나라가 교체나 로테이션을 못 지낼 형편에 이르렀다. 얼마 안 가서, 황감에게 지명포기를 받고 좋아했던 구단들이 도리어 열 배의 값을 주고도 못 사 가게 되었다. 황감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백억으로 온갖 유스의 값을 좌우했으니, 개축판의 형편을 알 만하구나."

그는 다시 선수를 가지고 대전(大田)에 건너가서 박성호를 사들이면서 말했다.

"몇 해 지나면 나라 안의 사람들이 득점을 싸매지 못할 것이다."

황감이 이렇게 말하고 얼마 안 가서 과연 공격수 값이 열 배로 뛰어올랐다.


황감은 늙은 플라비오 코치를 만나 말을 물었다.

"수도권 밖에 혹시 공을 찰 만한 빈 공터가 없던가?"

"있습지요. 언젠가 풍파를 만나 동쪽으로 줄곧 사흘 동안을 흘러가서 어떤 공터에 닿았습지요. 아마 송라(松羅)와 월포(月浦)의 중간쯤 될 겁니다. 꽃과 나무는 제멋대로 무성하여 유스가 절로 익어 있고, 축덕들이 떼 지어 놀며, 시민들이 선수를 보고도 놀라지 않습니다."

그는 대단히 기뻐하며,

"자네가 만약 나를 그 곳에 데려다 준다면 함께 부귀를 누릴 걸세."

라고 말하니, 코치가 그러기로 승낙을 했다.

드디어 바람을 타고 동남쪽으로 가서 클럽하우스에 이르렀다. 황감은 높은 곳에 올라가서 사방을 둘러보고 실망하여 말했다.

"땅이 천 리도 못 되니 무엇을 해 보겠는가? 잔디가 비옥하고 물이 좋으니, 단지 우승팀은 될 수 있겠구나."

"텅 빈 클럽하우스에 코치라곤 하나도 없는데, 대체 누구와 더불어 사신단 말씀이오?"

플라비오의 말이었다.

"덕이 있으면 사람이 절로 모인다네. 덕이 없을까 두렵지, 사람이 없는 것이야 근심할 것이 있겠나?"


이 때, 영남대(嶺南大)에 수십의 선수(選手)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각 지방에서 축구부를 징발하여 경기를 벌였으나 좀처럼 패하지 않았다. 선수들도 감히 나가 드래프트를 못 해서 배고프고 곤란한 판이었다. 황감이 선수의 대학을 찾아가서 김병수 감독을 달래었다.

"백 명이 우승 상금을 빼앗아 와서 나누면 하나 앞에 얼마씩 돌아가지요?

"일 인당 십 만 원이지요."

"모두 아내가 있소?"

"없소."

"구단은 있소?"

선수들이 어이없어 웃었다.

"구단이 있고 처자식이 있는 놈이 무엇 때문에 괴롭게 대학생이 된단 말이오?"

"정말 그렇다면, 왜 아내를 얻고, 구단과 계약하고, 승점을 타서 승리 수당을 갈고 지내려 하지 않는가? 그럼 대학생 소리도 안 듣고 살면서, 집에는 부부의 낙(樂)이 있을 것이요, 돌아다녀도 군대 갈 걱정을 않고 길이 의식의 요족을 누릴 텐데."

"아니, 왜 바라지 않겠소? 다만 실력이 없어 못 할 뿐이지요."

황감은 웃으며 말했다.

"U리그를 하면서 어찌 실력을 걱정할까? 내가 능히 당신들을 위해서 마련할 수 있소. 내일 송라에 나와 보오. 가로로 검빨 깃발을 단 것이 모두 돈을 실은 버스니, 마음대로 가져가구려."

황감이 선수와 언약하고 내려가자, 선수들은 모두 그를 미친놈이라고 비웃었다.


이튿날, 선수들이 송라에 나가 보았더니, 과연 황감이 계약금을 싣고 온 것이었다. 모두들 대경(大驚)해서 황감 앞에 줄이어 절했다.

"오직 감독님의 명령을 따르겠소이다."

이에, 선수들이 다투어 돈을 짊어졌으나, 한 사람이 오천만 원 이상을 지지 못했다.

"너희들, 힘이 한껏 오천만 원도 못 지면서 무슨 드래프트를 하겠느냐? 인제 너희들이 유럽파가 되려고 해도, 이름이 드래프트 명단에 올랐으니, 갈 곳이 없다. 내가 여기서 너희들을 기다릴 것이니, 한 사람이 오천만 원 씩 가지고 가서 에이전트 하나, 축구화 한 짝을 거느리고 오너라."

황감의 말에 선수들은 모두 좋다고 흩어져 갔다.

황감은 몸소 오십 명이 1년 받을 연봉을 준비하고 기다렸다. 선수들이 빠짐없이 모두 돌아왔다. 드디어 다들 구단 버스에 싣고 클럽하우스로 들어갔다. 황감이 선수를 몽땅 쓸어 가서 이적 시장에 시끄러운 일이 없었다.


그들은 공을 차 점유율을 높이고, 패스를 엮고 골을 만들었다. 잔디 기운이 온전하기 때문에 패스가 잘 자라서, 한 선수나 세 선수만큼 걸러 차지 않아도 한 터치에 아홉 패스가 달렸다. 3년 동안의 전술을 비축해 두고, 나머지를 모두 버스에 싣고 FA컵으로 가져가서 써먹었다. FA컵이라는 곳은 육십사 구단이나 참여하는 축협(蹴協)의 대회(大會)이다. 그 대회가 한참 홈 어드밴티지가 들어서 우승하고 현금 이억 원을 얻게 되었다.


황감이 탄식하면서,

"이제 나의 조그만 시험이 끝났구나."

하고, 이에 외국인 선수 세 명을 모아 놓고 말했다.

"내가 처음에 너희들과 클럽하우스에 들어올 때엔 먼저 부(富)하게 한 연후에 따로 전술을 만들고 국적(國籍)을 새로 제정하려 하였더니라. 그런데 골이 적고 팀워크가 없으니, 나는 이제 너희를 방출하련다. 다만, 아이들을 낳거들랑 오른발로 패스를 쥐고, 하루라도 먼저 득점한 사람이 먼저 수당을 받도록 양보케 하여라."

다른 에이전트들을 모조리 불사르면서,

"방출하지 않으면 영입되는 이도 없으렷다."

하고 남은 전술을 리그 가운데 던지며,

"리그가 마르면 주워 갈 사람이 있겠지. 이 전술은 클래식에도 용납할 선수가 없거늘, 하물며 이런 외국인 선수에서랴!"

했다. 그리고 티키타카를 아는 자들을 골라 모조리 함께 버스에 태우면서,

"우리 구단에 화근을 없애야 되지."

했다.


황감은 리그 안을 두루 돌아다니며 기복 있고 골 없는 공격수들을 구제했다. 그러고도 ACL 티켓이 남았다.

"이건 정씨에게 갚을 것이다."

황감이 가서 정씨를 보고

"나를 알아보시겠소?"

하고 묻자, 정씨는 놀라 말했다.

"그대의 안색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으니, 혹시 백억을 실패 보지 않았소?"

황감이 웃으며,

"재물에 의해서 얼굴에 기름이 도는 것은 프론트 말이오. 백억이 어찌 도(道)를 살찌게 하겠소?"

하고, ACL 티켓을 정씨에게 내놓았다.

"내가 하루아침의 경질을 견디지 못하고 전술 읽기를 중도에 폐하고 말았으니, 당신에게 백억을 빌렸던 것이 부끄럽소."

정씨는 대경해서 일어나 절하여 사양하고, 십분의 일로 수당을 쳐서 주겠노라 했다. 황감이 잔뜩 역정을 내어,

"당신은 나를 장사치로 보는가?"

하고는 소매를 뿌리치고 가 버렸다.


정씨는 가만히 그의 뒤를 따라갔다. 황감이 송라 밑으로 가서 조그만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멀리서 보였다. 윤성효가 아시아드에서 감독하는 것을 보고 정씨가 말을 걸었다.

"저 조그만 곳이 누구의 집이오?"

"황 감독 집입지요. 중위권 형편에 전술 공부만 좋아하더니, 하루아침에 집을 나가서 두 시즌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으시고, 구단주가 혼자 사는데, 집을 나간 다음 해로 축협을 갔지요."

정씨는 비로소 그가 황새라는 것을 알고, 탄식하며 돌아갔다.


이튿날, 정씨는 수당을 가지고 그 집을 찾아가서 주려 했으나, 황감은 받지 않고 거절하였다.

"내가 부자가 되고 싶었다면 다른 구단을 버리고 수당을 받겠소? 이제부터는 당신의 도움으로 살아가겠소. 당신은 가끔 나를 와서 보고 연봉이나 떨어지지 않고 유스나 쓰도록 하여 주오. 일생을 그러면 족하지요. 왜 이적 자금 때문에 정신을 괴롭힐 것이오?"

정씨는 황감을 여러 가지로 권유하였으나, 끝끝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정씨는 그 때부터 황감의 집에 연봉이나 유스가 떨어질 때쯤 되면 몸소 찾아가 도와주었다. 황감은 그것을 흔연히 받아들였으나, 혹 많이 가지고 가면 좋지 않은 기색으로,

"나에게 재앙을 갖다 맡기면 어찌하오?"

하였고, 혹 공격수를 데리고 찾아가면 아주 반가워하며 득점 기계가 되도록 훈련했다.


이렇게 몇 달을 지나는 동안에 두 사람 사이의 정의가 날로 두터워 갔다. 어느 날, 정씨가 두 시즌 동안에 어떻게 FA컵 우승과 ACL 티켓을 얻었던가를 조용히 물어 보았다. 황감이 대답하기를,

"그야 가장 알기 쉬운 일이지요. 개축판이라는 곳은 유스가 외국에 통하질 않고, 외국인 키퍼가 나라 안에 다니질 못해서, 온갖 전술이 제자리에 나서 제자리에서 사라지지요. 무릇, 십억은 적은 돈이라 스타급 선수를 영입할 수 없지만, 그것을 열로 쪼개면 일억이 열이라, 또한 열 명의 선수를 영입할 수 있겠지요. 연봉이 작으면 로테이션이 쉬운 까닭에, 한 선수에서 부진을 보더라도 다른 아홉 명의 선수에서 재미를 볼 수 있으니, 이것은 보통 승(勝)을 취하는 방법으로 보통의 감독들이 하는 짓 아니오? 대개 백억을 가지면 족히 유스 시스템을 독점할 수 있기 때문에, U-15면 U-15 전부, U-18이면 U-18 전부, 한 대학이면 한 대학을 전부, 마치 총총한 그물로 훑어 내듯 할 수 있지요. 공격수를 슬그머니 독점하고, 미드필더를 슬그머니 독점하고, 수비수를 슬그머니 독점하면, 유소년이 한 곳에 묶여 있는 동안 모든 선수들이 고갈될 것인데, 이는 리그를 씹어 먹는 길이 될 것입니다. 후세에 타 구단들이 만약 나의 이 방법을 쓴다면 반드시 드래프트를 병들게 만들 것이오."

"처음에 내가 선뜻 백억을 지원해 줄 줄 알고 찾아와 청하였습니까?"

황감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당신만이 내게 꼭 지원해 줄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능히 백억을 지닌 구단치고는 누구나 다 주었을 것이오. 내 스스로 나의 재주가 족히 ACL 티켓을 딸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운명은 하늘에 매인 것이니, 낸들 그것을 어찌 알겠소? 그러므로 능히 나의 말을 들어 주는 사람은 복 있는 사람이라, 반드시 더욱더 큰 구단이 되게 하는 것은 하늘이 시키는 일일 텐데 어찌 주지 않았겠소? 이미 백억을 빌린 다음에는 그의 복력에 의지해서 일을 한 까닭으로, 하는 일마다 곧 성공했던 것이고, 만약 내가 사사로이 했었다면 성패는 알 수 없었겠지요."

정씨가 이번에는 딴 이야기를 꺼냈다.

"방금 국가대표들이 동아시안컵에서 일본에게 당했던 치욕을 씻어 보자고 하니, 지금이야말로 지혜로운 감독이 전술을 뽐내고 일어설 때가 아니겠소? 선생의 그 재주로 어찌 괴롭게 파묻혀 지내려 하십니까?"

"어허, 자고로 묻혀 지낸 사람이 한둘이었겠소? 우선, 박종환(朴鍾奐) 김정남(金正男) 같은 분은 브라질에 감독으로 보낼 만한 인물이었건만 늙어 은퇴하였고, 봉동 이장(鳳東 里長) 최강희(崔康熙) 같은 분은 공수(攻守)를 조달할 만한 재능이 있었건만 저 최종예선에서 경질되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의 수뇌부들은 가히 알 만한 것들이지요. 나는 감독을 잘 하는 사람이라, 내가 얻은 전술이 족히 결승(決勝)의 머리를 살 만하였으되 리그판에 던져 버리고 돌아온 것은, 도대체 쓸 곳이 없기 때문이었지요."

정씨는 한숨만 내쉬고 돌아갔다.


정씨는 본래 허정무(許丁茂) 감독과 잘 아는 사이였다. 허정무가 당시 축협 부회장이 되어서 정씨에게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 혹시 쓸 만한 인재가 없는가를 물었다. 정씨가 황감의 이야기를 하였더니, 허 부회장은 깜짝 놀라면서,

"기이하다. 그게 정말인가? 그의 이름이 무엇이라 하던가?"

하고 묻는 것이었다.

"소인이 그분과 상종해서 3년이 지나도록 여태껏 이름도 모르옵니다."

"그인 명장(名匠)이야. 자네와 같이 가 보세."


밤에 허 부회장은 구종들도 다 물리치고 정씨만 데리고 걸어서 황감을 찾아갔다. 정씨는 황 부회장을 문 밖에 서서 기다리게 하고 혼자 먼저 들어가서, 황감을 보고 허 부회장이 몸소 찾아온 연유를 이야기했다. 황감은 못 들은 체하고,

"당신 임대해 온 김은중이나 어서 이리 내놓으시오."

했다. 그리하여 즐겁게 훈련하는 것이었다. 정씨는 허 부회장을 밖에 오래 서 있게 하는 것이 민망해서 자주 말하였으나, 황감은 대꾸도 않다가 야심해서 비로소 손을 부르게 하는 것이었다.

허 부회장이 방에 들어와도 황감은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않았다. 허 부회장은 몸 둘 곳을 몰라 하며 나라에서 어진 인재를 구하는 뜻을 설명하자, 황감은 손을 저으며 막았다.

"밤은 짧은데 말이 길어서 듣기에 지루하다. 너는 지금 무슨 벼슬에 있느냐?"

"부회장이오."

"그렇다면 너는 축협의 신임 받는 간부로군. 내가 히딩크 같은 이를 천거하겠으니, 네가 회장께 아뢰어서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하게 할 수 있겠느냐?"

이 대장은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우승(優勝)의 계책을 듣고자 하옵니다."

했다.

"나는 원래 '우승'이라는 것은 모른다."

하고 황감은 외면하다가, 허 부회장의 간청을 못 이겨 말을 이었다.

"화란(和蘭) 감독들이 한국은 옛 사례가 있다고 하여, 그 제자들이 많이 우리나라로 와서 정처 없이 떠돌고 있으니, 너는 축협에 청하여 대표팀의 자리를 내어 모두 그들에게 계약하고, 북패(北悖) 권귀(權貴)의 경기장을 빼앗아서 그들에게 나누어 주게 할 수 있겠느냐?"

허 부회장은 또 머리를 숙이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했다.

"이것도 어렵다, 저것도 어렵다 하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겠느냐? 가장 쉬운 일이 있는데, 네가 능히 할 수 있겠느냐?"

"말씀을 듣고자 하옵니다."

"무릇, 천하에 대의(大義)를 외치려면 먼저 천하의 강팀들과 접촉하여 결탁하지 않고는 안 되고, 남의 나라를 이기려면 먼저 첩자를 보내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는 법이다. 지금 독일 구단이 갑자기 세계의 강팀이 되어서 다른 곳과 친근해지지 못하는 판에, 차범근이 다른 사람보다 연이 닿게 되어 저들이 우리를 가장 믿는 터이다. 진실로 브라질, 잉글랜드 때처럼 우리 선수들이 유학 가서 선수까지 하도록 허용해 줄 것과, 감독의 출입을 금하지 말도록 할 것을 간청하면, 저들도 반드시 자기네에게 친근하려 함을 보고 기뻐 승낙할 것이다. 협회에 간부들을 가려 뽑아 머리를 깎고 독일의 옷을 입혀서, 그 중 축구인은 가서 연수를 하면서, 저 나라의 약점을 정탐하는 한편, 저 땅의 감독들과 결탁한다면 한 번 월드컵을 뒤집고 국치(國恥)를 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유럽에서 구해도 사람을 얻지 못할 경우, 세계의 구단을 거느리고 적당한 사람을 리그에 천거한다면, 잘 되면 대국(大國)의 감독이 될 것이고, 못 되어도 아시아 맹주의 지위를 잃지 않을 것이다."

허 부회장은 힘없이 말했다.

"감독들이 모두 조심스럽게 바르셀로나 축구를 지키는데, 누가 압박(壓迫)을 하고 독일 축구를 하려 하겠습니까?"

황감은 크게 꾸짖어 말했다.

"소위 감독이란 것들이 무엇이란 말이냐? 선 굵은 축구에서 시작해 자칭 감독이라 뽐내다니, 이런 어리석을 데가 있느냐? 공격은 측면을 선호하니 그것이야말로 잉글랜드나 쓰는 것이고, 점유율을 한데 묶어 벌떼같이 만드는 것은 네덜란드의 전술에 지나지 못한데, 대체 무엇을 가지고 바르셀로나 축구라 한단 말인가? 무링요는 엘 클라시코를 이기기 위해서 자신의 입을 아끼지 않았고, 과르디올라는 우승컵을 모으기 위해서 독일의 구단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이제 월드컵을 위해 우승을 하겠다 하면서, 그까짓 전술 하나를 아끼고, 또 장차 손흥민을 달리고 김신욱을 쓰고 이명주를 던지며 압박을 당기고 크로스를 던져야 할 판국에 기성용을 고쳐 기용하지 않고 딴에 바르셀로나 축구라고 한단 말이냐? 내가 세 가지를 들어 말하였는데, 너는 한 가지도 행하지 못한다면서 그래도 신임 받는 간부라 하겠는가? 신임 받는 간부라는 게 참으로 이렇단 말이냐? 너 같은 자는 서포터로 치킨 청문회를 당해야 할 것이다."

하고 좌우를 돌아보며 서포터를 찾아서 후려치려 했다. 허 부회장은 놀라서 일어나 급히 뒷문으로 뛰쳐나가 도망쳐서 돌아갔다.


이튿날, 다시 찾아가 보았더니, 재계약이 되어 있고, 올대 감독설은 간 곳이 없었다.



어제 새벽을 바친 것 치고는 결과물이 그다지 재미가 없다.

  • ?
    title: 강원FC_구roadcat 2013.10.01 19:32
    이런 말이 있지... 창작자는 자기가 지은 만화건 영화건 글이건 재미없다고... 난 재미있게 봤음 ㅋㅋㅋ
  • profile
    title: 포항스틸러스_구유콜 2013.10.01 20:07
    웃음 포인트를 몇 개 넣었는데 거기 과연 재밌었을 지 잘 모르겠음ㅋㅋㅋ
  • ?
    title: 강원FC_구roadcat 2013.10.01 20:09
    오른발로 패스를 넣고... 는 지쿠를 두고 한 말이렸다.. ㅋㅋㅋㅋㅋ
  • profile
    title: 포항스틸러스_구유콜 2013.10.01 20:10
    (뜨끔!)
  • profile
    title: 2015 포항 16번(심동운)스틸러스 2013.10.01 19:39
    굿
  • ?
    여촌야도 2013.10.01 19:45
    오즈의 마법사 패러디작 봤던게 꽤 된것 같은데 새 작품 올렸네 ㅇㅇ
  • profile
    title: 포항스틸러스_구버들 2013.10.01 20:17
    선추천 후감상
  • profile
    title: 포항스틸러스_구버들 2013.10.01 20:36
    치킨 청문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깨알같다
  • profile
    title: 수원 삼성 블루윙즈_구세라 2013.10.01 21:47
    야이시밬ㅋㅋㅋㅋㅋㅋㅋ
  • profile
    title: 수원 삼성 블루윙즈_구서리 2013.10.02 00:14
    캬~ 주모 여기 황뽕 한사발이요!
  • profile
    title: 포항스틸러스_구유콜 2013.10.02 00:36
    황선홍의, 황선홍에 의한, 황선홍을 위한 황비어천가
  • profile
    title: FC안양_구홍득발자 2013.10.02 08:51
    계약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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