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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의 홍수다. 포털에 기사를 공급하는 매체들의 수는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특히 '매출(클릭 수)'가 높은 스포츠/연예 파트를 담당하는 매체의 증가속도는 '대홍수' 수준이다. 취재과정에 진입장벽이 요구될 수 밖에 없는 정치/사회 파트와는 달리, 스포츠/연예는 취재에 있어서 특별한 자격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만약 당신이 축구기자가 되길 원한다면, 인터넷에서 개당 몇천원이면 구입할 수 있는 ID카드를 제작해서 '기자 흉내'를 내길 권한다.(실제로 필자가 저러고 다녔다) 대부분의 K리그 경기장들은 그런 ID카드만 맡기면 경기 출입을 아주 손쉽게 할 수 있다. 많은 경기장들이 '취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인데, 매체는 많지만 기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그렇게 당신은 축구기자가 되었다. 축구기자가 되었으면, 축구기자로 생존하는 방법을 모색해야한다. 매체가 돈을 버는 수단은 광고다. 자사 홈페이지에 광고를 유치해야하고, 포털에 기사를 공급하면서 클릭수에 비례한 금액을 받는다. K리그 경기를 다루는 매체들이 가장 다루고 싶어하는 팀은 수원과 '이름을 입에 올리기만해도 X구멍이 막힐 것 같은 어떤 팀'(이하 '어떤 팀')이다. 팬들도 많고, 인지도도 높고, 관심도도 높다. 이들에 관한 기사를 많이 쓰면 쓸수록 매출에 도움이 된다. 다른 기사들도 많이 쓰면 쓸 수록 매출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스포츠 조선의 김성원 기자처럼 '당파성'에 근거한 기사를 쓰는 것도 도움이 된다. '어떤 팀'을 강하게 사모하는 그의 기사는 '어떤 팀' 팬들에게는 정론직필처럼 여겨지기에 읽히고, '어떤 팀'을 혐오하는 축구팬들은 그 기사를 '까기위해' 클릭한다.


'클릭수=수익'의 공식은 기사의 질을 떨어트리는 주범이 되었다. 말을 많이할 수록 팔로워가 증가하는 트위터처럼, 온라인 뉴스도 기사를 많이 쏟아낼 수록 수익성이 좋다. 거의 대부분의 매체들이 매우 적은 직원들로 생계를 유지하는 영세업체인데, 작은 회사일수록 기자 1인당 작성 기사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기사를 내야하는 타이밍도 있기 때문에 기사의 질을 따지고, 기자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까지 관심을 기울일 수가 없다. 이들에게 좋은 기자는 공장처럼 기사를 마구잡이로 찍어내는 기자다. 


운영비를 절감하기 위해 몇몇 업체는 이른바 '넷포터'라는 형태의 변종 기자들을 등장시킨다. '글 좀 길게 쓸 줄 아는' 팬들에게 '기자'라는 간판을 쥐어주고 경기장에 풀어놓는다. 긍정적 사례도 일부 존재하지만, 부정적인 사례들이 가득하다. 뽑아놓고 가르치진 않기 때문에 기사의 질은 더 떨어진다. 그리고 구단이 굳이 관리하지 않아도 이미 해당 구단의 팬인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구단의 '앵무새'로 전락하기 쉽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싸게 부려먹는' 관행을 더욱 고착화 시켜, 온라인 매체 기자들의 급여와 직업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기자증과 약간의 원고료만 주면 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니, 굳이 거금들여 기자 키울 필요가 없다.


낮에는 K리그와 국가대표팀 기사를 쓰고, 밤에는 해외축구 기사를 써야하는 축구기자들의 삶은 팩트를 확인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11월 18일에 보도된 스포탈코리아의 <'운명의 40R' 지나니 우승팀 '두둥' 강등팀 '안개>라는 기사를 보면, 박희철이 전반 28분만에 퇴장당한 것으로 보도하는데, 사실 박희철이 퇴장 당한 시간은 후반 28분이었다. 류청 기자는 그 시간에 멀쩡히 잘 뛰고 있던 선수를 퇴장시켜버렸다. 기사를 빨리 찍어내야한다는 강박에서 다 쓴 기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첫 번째 잘못과, 경기 내용도 모르면서 기사를 쓴 두 번째 잘못이 혼재되어있는 기사다. 이런 형태의 실수를 축구 기사에서 너무 쉽게 볼 수 있다. 어떤 매체들은 다른 매체가 이미 쓴 기사를 그대로 복사해서 짧게는 몇분에서 길게는 며칠 뒤에 올리는 '시간 차 공격'을 강행하기도 한다.


축구 자체에 대해 '밝은 눈'을 가진 기자는 점점 보이지 않고 있다. 사실 애초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서형욱 등으로 대표되는 '축구전문가' 1세대들은 매니아적 지식이 풍부한 사람들이 매우 드물었던 시대적 배경에서 탄생했다. 그들이 지금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은 냉정하게 말해서 단순히 그들이 남들보다 일찍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누구나 그 정도 지식은 갖출 수 있다. '그 이상'을 보여줄 수 있는 전문적 식견을 가진 사람이 부족할 뿐이다. 하지만 더 깊은 눈을 가지기 위한 경험과 지식의 단계까지 가기에는 너무나 멀고 어려운 길을 가야하는데, 지금과 같은 형태의 미디어 산업 구조에서는 등장하기 어렵다. 온라인 매체들은 기자를 '키워낼' 인내심과 금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부고 기사 잘못써서 40대 기자가 데스크에서 뺨을 맞았다'는 어느 중앙 일간지의 기준에서 볼 때, 온라인 매체 기자들은 단순히 뺨만 맞고 끝날 수준이 아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전문 기자'가 아닌 '그냥 기자'를 키울 여유와 능력도 온라인 매체들에겐 없다. '기사의 대홍수' 속에서 축구팬들은 아무래도 좀 더 오랜 시간동안 방주를 타고 표류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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