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긴글] TV중계에 맞춰 킥오프 시각을 변경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by Liberta posted Sep 30, 201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http://sports.media.daum.net/soccer/news/k_league/breaking/view.html?newsid=20130930110104425


모 축구 커뮤니티나 이곳 댓글들은 야구보다 시청률이 높다고 악의적인 보도라 이 기사를 폄하한다. 그러나 이 기사는 악의적인 글도 아니며, 오히려 크리그가 돌아봐야 할 것들만 간략하게 집어준 매우 좋은 기사로 평가해야 한다. 이 기사가 집어주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시청률이 아니다.


본질적인 문제. 'TV중계 시각에 맞춰 킥오프 시각을 변경해야 하는가?'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몇 년 전부턴가 팬들은 TV중계를 위해서는 시간대를 갑자기 변경하거나, 오늘 벌어지는 군경전처럼 월요일 경기를 한다던지 하는 것들을 아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보기 시작했다. 일부 축구팬들은 언론 노출이 많아져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중계가 없어서 인기가 떨어졌다고 이야기하며, 중계만 많이 되면 제2의 크리그 부흥이 일어날 것 처럼 이야기한다. 그래서 02-03년 이후로 개축이 부흥했는가? 오히려 몇 년 동안 숨죽이며 내실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 프로야구에 제대로 밀려버린 꼴이 되었다.


TV중계 때문에 엿맹에서 멋대로 킥오프 시각을 변경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아무리 시청률이 높게 나오고 넷상에서 자위질을 한다 해도, 관중이 경기장을 찾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TV중계를 위해 엉뚱한 시간대에 킥오프를 하면서 관중이 텅텅 비어있으면, 언론노출에 의한 효과가 나는 것이 아니라 역효과가 난다. 어제 전주에서의 경기처럼 TV중계 때문에 갑자기 시각을 바꾸고, 휴일에 경기장을 찾기 어려운 오후 2시라는 시작 시각을 앞세우는가? 찾아오려는 관중도 오지 말라고 내쫓는 격이다. 94년 월드컵때 마라도나가 일갈했다. 낮기온 40도에 이르는 살인적인 더위에 단지 유럽에 TV생중계를 해야한다는 이유만으로 낮경기를 치루는 것에 반대한다고. (그에 대한 피파의 보복은 상당히 의심스러운 '코카인 양성반응' 결정이었지) 지금 개축의 상황이 94년 월드컵의 극단적인 기후조건은 아니더라도, 관중들이 찾기 쉬운 조건의 시간대에 경기를 치르는 것은 아니다.


중계를 위해 경기 시각을 바꾸지 말고, 경기 중계를 위해 다른 프로그램의 시각을 TV채널들이 알아서 조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엿맹 총재 정몽규가 'K리그 경기 요일수를 늘리겠다'고 했다지? 정몽규는 체육의 체자가 뭔지도 모르는 헛소리를 하고 있다. 선수들 사이클이 무너져 어제 경기(전북-수원)처럼 양팀이 헛발질만 하고,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관중들이 실망하는 것을 계속 보여주는 게 '파이 늘리기'인가?


'파이 늘리기'라는 단어에 중독된 자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신규 유입팬이 많아져야 유럽축구처럼 분위기가 살며 아니면 '슈퍼매치'같은 경기가 많아진다고. (애시당초에 언론이 만들고 그 경기 때문에 다른 경기에 대한 보도는 일절 되지 않는 제로섬 개패전을 띄우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지만) 10년 전에도 파이타령하던 자들이 얘기하기를, '서울에 팀이 생기고 비어있는 월드컵 경기장이 활용되어야 신규 유입팬이 많아지고 국가적으로 축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서...' 그 결과 벌어진 참사가 연고지 이전이다. 신규유입팬은 커녕 기존팬들이 축구를 등지게 만들었다. 물을 따르긴 쉽지만, 엎어버린 물을 주워담기는 어디 쉽던가?


마케팅이라던가 파이 넓히기라던가 하는 것들을 진행하기 전에 기본적으로 축구장에 관중을 모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기 가장 쉬운 시간대에 경기가 벌어져야 하며, 선수들이 컨디션 사이클을 일정하게 유지하여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어야 한다. 이게 구단에서 준비할 수 있는 '마케팅'의 기본 중 기본, ABC라 할 수 있다. 나머지 팬서비스나 경기장 내에서의 이벤트는 부수적인 요소이다. 팬들 중에서도 골수팬들을 위한 정책이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그 다음은 자주 경기장을 찾는 팬들, 그리고 모든 것이 갖춰진 다음에야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TV중계다. TV로 보는 팬들은 직접 찾아가는 팬들보다 관심이나 애정이 적은 게 당연하다. 굳이 이들을 다 끌어들이려 할 필요가 없다. 있는 팬들이 나가떨어지지 않고 골수팬이 될 수 있도록 현상유지라도 잘 하면 그것이 성공적인 마케팅이다.


링크한 기사에서 최강희 감독이 '오후 2시 경기는 선수들의 생체 리듬이 안맞아서 버겁다'고 했다. 종이 한 장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프로의 세계에서 컨디션이라는 건 상당히 큰 요소이며 운동을 해 봤다면, 아니 프로구단의 프런트라면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사항이다. 또한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기 쉽게 하기 위해서는 경기가 벌어지는 요일과 시각을 구단별로 고정할 필요가 있다. 주중에는 수요일 19시 30분이나 20시, 주말에는 하계에 토요일 19시, 동계에 일요일 15시에 모든 경기를 동시 킥오프하는 것이 최상이다. 선수들 입장에서도 신체리듬이 맞기 때문에 최적의 컨디션을 선보일 수 있고, 관중들도 킥오프 날짜와 시각이 고정되므로 일정 조정에 있어서 당연히 편하다. 리모콘을 조작하는 자들이 아닌 직접 찾아가는 사람들에게 최적화된 정책을 펴는 것이 구단 운영의 기본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