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기사 읽다가 좀 울컥했네

by 유콜 posted May 0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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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fourfourtwo.co.kr/news/news_view?idx_B=2693

 

경기 전 양쪽 감독실의 분위기도 그랬다. 최진철 감독은 수비수 3인을 세우는 백쓰리(back three) 전술을 “미드필더가 없어서”라고 설명했다. 필승 전술이 아니라 고육지책처럼 들렸다. 최 감독은 대뜸 “포항 패스 축구가 언제 나오나 싶으시죠?”라고 물었다. 취재진이 뜨끔해서 웃었다. 최 감독은 상황이 씁쓸해서 미소를 지었다. 어려운 상황을 이야기하는 최 감독의 표정에서 해탈, 달관 등의 단어가 떠올랐다.

 

반대편 감독실은 화기애애했다. 최용수 감독의 금연 선언에 관한 농담이 잽을 날렸다. 동기 최진철 감독이 겪고 있을 마음고생의 선배로서 최용수 감독이 허허실실 농담이 다시 잽, 잽, 그리고 원투스트레이트. 끝으로 “상대는 이기겠다는 생각보다 지지 않겠다는 마음인 것 같다. 우리는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홈 팬들이니까 슈팅과 움직임 모두 능동적으로 가자고 선수들에게 말했다”라고 하며 어퍼컷.

 

90분 동안 서울이 때린 슈팅 20개, 유효 슈팅 9개 중에서 1개만 내준 신화용에게 물었다. 올 시즌 평가절하된 현실이 동기부여가 되었는지 궁금했다. 신화용은 “자존심이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자존심을 살려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셨다”라고 짧게 대답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채운 1만7천 관중 대부분 서울의 승리를 원했던 90분, 주위에서 ‘서울이 이길 거야’라고 믿었던 경기, 긴장감이 예전만 못하다는 맞대결에서 포항이 자존심을 지켰다. 그 자존심이 참 ‘포항’스러웠다.

 

자존심을 살려줘서 고맙다는 말이 왜 이렇게도 가슴을 울리냐

 

그래 시발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거지가 되어도 40년도 넘은, 우승컵도 징하게 들어올린 구단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