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포항의 작은 역사 - (1) 장사장 라이즈

by 흥실흥실 posted Jul 1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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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환 사장(이하 장사장)은 포항제철소 섭외부장, 포스코 상무를 거쳤다. 포스코가 주최했던 ‘포항 국제불빛축제’를 주도하고, 수해민 지원사업, ‘월드컵 청결봉사단’과 같은 대외업무를 주로 맡았던 인물로 파악된다. 장성환 사장이 포항 스틸러스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08년 2월 주주총회에서 김태만 사장의 부임과 함께, 포항의 비상임 이사로 임명되면서다.(참고 기사 : http://sports.media.daum.net/soccer/news/breaking/view.html?newsid=20080226125511715)





장사장은 2012년 3월 포항 스틸러스 대표이사로 취임한다. 취임인사에서 그는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이기는 축구보다는 관중들이 즐거워하고 신나는 경기, 모든 시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축구로 전 시민의 서포터즈화를 이루어 명실상부한 시민의 구단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말한다. (참고 기사 : http://osen.mt.co.kr/article/G1109367119)





구두쇠 장사장



장사장의 2012년은 크게 두드러지는 모습이 나타나진 않는다. 기존의 외국인 선수 아사모아와 함께 이아니스 지쿠와 조란을 영입했다. 그리고 적지않은 돈을 들여 대전에서 박성호를 조기에 영입한다. 씀씀이 큰 행보를 보여주던 포항이 이상기류가 포착되었던 것은 작년 전반기가 지나면서부터다. 주장 신형민을 UAE의 알 자지라로 이적시켰고,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지쿠를 강원으로 임대를 보내면서 스쿼드에 빈자리가 생겼지만 추가적인 선수보강 없이 시즌을 마무리 한 것이다.





신형민의 이적에 관해서는 다소 의문이 남는 지점이 있다. 선수 본인이 이적이 확정될 때까지 이적에 관해 아는 바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황선홍 감독이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표시했다고 전해지고, 이적 당시에 황선홍 감독이 “팀이나 선수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는 묘한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신형민의 이적이 팀의 재정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정황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2013년 여름 신형민이 장성환 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다음 시즌 이후 국내복귀 의사를 전달했는데, 장사장은 “몸값을 낮추면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신형민 인터뷰 :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3070512593430537


황선홍 인터뷰 : http://isplus.liv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9087030&cloc=





2013년 시즌 초반, 황진성과 신화용의 재계약 문제에서도 잡음이 들려왔다. 선수가 희망한 연봉액수와 포항 구단 측에서 제시한 액수의 격차가 너무 컸고, 시즌 개막 한 달전인 2013년 2월에야 이들과 재계약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황진성과 황선홍 감독은 지지부진한 재계약 과정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새로운 선수 영입 없이 기존 선수들을 붙잡는데 집중하겠다는 구단의 공언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황선홍 인터뷰 : http://sports.media.daum.net/soccer/news/k_league/breaking/view.html?newsid=20130109105408471


황진성 인터뷰 http://news.sportsseoul.com/read/soccer/1126084.htm





특별한 선수 영입 없이 새 시즌을 맞이하게 된 황선홍 감독은 시즌 전 인터뷰에서 “올 시즌은 잘해야 3위”라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막상 시즌 초 뚜껑을 열어보니 포항의 경기력은 상상이상으로 좋았고, 전반기 동안 1위 자리를 굳게 지킬 수 있었다. 외국인 선수 없는 포항에 ‘쇄국 축구’라는 브랜드가 붙었고, 황선홍 감독은 ‘황선 대원군’이라는 별명이 뒤따르게 되었다. 이 시기 장사장은 ‘쇄국축구의 설계자’라는 이름으로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게 된다.





쇄국축구의 진실은?



포항 구단은 외국인 선수와 영입이 없는 현 상황의 원인이 철강경기부진으로 인한 운영비 삭감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신빙성이 떨어지는 주장이다. 2013시즌 포스코에서 지급한 운영비 예산은 100억원으로, 작년의 110억원에서 10억원이 감액된 액수이다. 생각보다 삭감된 액수가 크지 않다. 그리고 외국인 선수들의 방출과 이적, 신형민의 중동이적으로 인한 이적료 수입이 존재한다. 외국인 선수들을 거의 ‘거저주다시피’할 정도로 싸게 팔았다는 후문이 있지만, 신형민의 중동 이적료를 생각하면 선뜻 이해가 가질 않는다.



한 언론 보도에 의하면 포항은 올 시즌 구단의 부채 30억원을 털어내기로 결정하고, 올해 예산을 70억~80억 정도로 잡았다. 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구단별 국내선수 연봉 현황을 참고하면, 올 시즌 포항의 연봉 지출은 60억원이다. 외국인 선수가 없는 포항의 특성상, 이 수치는 2013시즌 포항 선수단 예산 총액이 60억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100억원의 포스코 지원금에서 선수단 연봉 60억과 부채탕감에 쓴 비용 30억이다. 10억원정도의 잔여예산과 기타 스폰서 수익은 선수단 인건비 외의 구단 운영비로 사용되어지는 것으로 보이고, 이 예산은 20억원 내외로 추산되는데, 어떤 곳으로 지출되는지는 정확한 내역을 알 수 없다.


(아테미와의 스폰서 계약으로 얻은 17억 중 1년치에 해당하는 8억여원을 포함했다. 기타 스폰서 비용도 포함하면 더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언론 보도 : http://sports.khan.co.kr/news/sk_index.html?cat=view&art_id=201301172142393&sec_id=520201


아테미와의 계약 : http://osen.mt.co.kr/article/G1109536406





앞서 살펴본 내용을 보면 포항의 운영이 빠듯해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포항의 긴축운영이 단순한 재정문제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여지진 않는다. 2013년 시즌을 앞두고, 포항은 대전에서 뛰던 공격수 케빈 오리스의 영입을 타진했었다. 막판에 포항이 영입을 포기하면서 결국 전북으로 이적하게 되었지만, 포항이 좀 더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섰다면 케빈의 영입은 성사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케빈 영입시도 : http://osen.mt.co.kr/article/G1109511363





장사장도 ‘쇄국 축구’의 이유가 재정문제 때문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외국인 선수에 투자하느니 국내선수들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황선홍 감독에게도 외국인 선수 없이 운영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는 내년, 그 이후에도 외국인 선수 영입이 없는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노력으로 ‘쇄국 축구’는 어느 정도 성공한 정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쇄국축구에 관해서는 많은 이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던진다. 포스코에서도 외국인 선수 없이 운영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정준양 회장이 “그게 가능하겠어?”라고 반문했다고 전해진다. 포항 40주년 기념행사에서 이회택 전 축구협회 부회장은 쇄국축구에 대해 “박태준 회장님은 팀에 스타가 있어야한다고 말했다”며 포항 구단의 운영방침을 비판했다. 신형민은 언론 인터뷰에서 “적은 투자로 좋은 성적을 내면 자칫 타 구단까지 영향을 받아 프로축구 시장이 작아질 수 있다. 중견급과 실력 있는 선수들은 자꾸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나타낸다.


장사장 인터뷰 : http://news.sportsseoul.com/read/soccer/1179831.htm


이회택 발언 : http://sports.media.daum.net/soccer/news/k_league/breaking/view.html?newsid=20130527151106372





장사장의 공과



여러모로 팬들의 의심을 받고 있는 장사장이 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테미를 상대로 2년간 17억이라는 큰 규모의 후원을 얻어냈고, 구단 SNS와 사회공헌활동, 40주년 기념행사 등의 모습들은 주목할만한 사업들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성적에 초탈한 모습, 선수 재계약과 영입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는 비판의 여지가 충분하다. 그리고 포항의 다양한 사업들과 성과에 대한 공을 자기자신에게 돌리는 모습에서 그에 대한 의심이 증폭된다. 그리고 ‘쇄국 축구’라는 정책을 지나치게 고집하는 모습이 과연 팀의 장래를 위해서 좋은 모습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쇄국 축구’의 후유증은 2013시즌 중반을 지나면서, 더 크게 나타나는 것처럼 보인다. 몇몇 경기에서 포항은 최전방 공격수 포지션에서 약점을 드러냈는데, 이 문제가 예견되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는데 구단에서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는 점에서 팬들이 실망할 여지가 분명하다. 몇몇 선수들에 대한 이적설이 끊이지 않고, 여름 이적시장에서 주축선수들이 포항을 떠나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등장한다. 사실 확인이 어려운 문제지만, 팬들은 장사장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인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적설에 대해 매우 예민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