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더비'와 'Original Clasico'에 대한 소고 [스크롤 주의]

by Liberta posted May 09,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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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을 지양하고 있는 개발공의 취지(?)와는 달리 매우 긴 글이니 스크롤을 주의하기 바란다. 블로그 따위는 접은지 오래됐고, 지금 내가 축덕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게시판이 여기밖에 없다. 지금에서야 밝히는 것도 있고, 아무튼 길다. 한줄요약이 불가능할 정도로.


어쨌든 이 글을 읽기로 작정했다면, 너무 길다고 중간에서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읽어라.




1. 'Original Clasico'


경기 전날, FC안양 서포터 레드와 수원블루윙즈(이하 수원B) 프렌테 트리콜로의 '합의' 사항을 봤다. 레드의 공식적인 입장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프렌테 트리콜로의 발표에 따르면 '정체불명의 지지대 더비로는 다 담아내지 못한다'라는 문구가 들어있었다.


좀 어이가 없었다. 사실 이는 매우 폭력적인 방법의 의사개진이다. 프렌테 트리콜로가 수원B 팬을, 레드가 안양팬 전체의 여론을 수렴하려는 노력이나 과정 없이 운영진들끼리 모여서 '선언'한 것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Original Clasico의 작명 의도가 아무리 좋고 그것이 지지대 더비보다 더 좋은 이름이라 할 지라도 프렌테 트리콜로의 공지글에는 상당히 큰 문제가 있다.


더욱이 라이벌전의 명칭은 당사자들끼리 '협의'해서 정해지는 성격이 아니다. 맨유와 리버풀이, 레알과 바르샤가, 셀틱과 레인저스가, 보카와 리버플레이트가 당사자들과 경기 이름을 협의했을까?


또한, 두 번째 문제는 명칭의 출처였다. 'Original Clasico'라는 문구를 처음 작명하고 걸게를 만든 게 내 기억이라면 수원 하이랜드로 알고 있다. 그랑블루와 통합되면서 프렌테 트리콜로가 되었고, 어쩄든 그들이 북패전 때마다 Original Clasico 걸게를 걸곤 했다. 그런데 문제는 안양 레드가 그 이름을 그냥 '받아들였다'는 데 있다.


치열한 관계를 지닌 라이벌이라면, 어떻게 상대팀 서포터가 지은 이름으로 '합의'를 할 수 있는지, 레드는 자존심이 없어서 그 이름을 받아들였는지, 아닌데 레드는 팀에 대한 열정과 자존심만큼은 최고일텐데.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 의문이 오늘 안양에 가고서야 조금은 이해가 되긴 하지만 사실 아직도 기분내키지 않는건, 어쨌든 '동맹'을 맺긴 했는데 그 이름 때문에 뭔가 '불평등한 동맹'이 된 것 같은 그런 기분이다. 내가 레드 내에 있지 않기 때문에 잘 모르고 한 소리일 수도 있는 것은 레드 멤버들이 본다면 용서해라. 그냥 밖에서 지켜보는 안양팬으로서 든 생각을 얘기하는 것일 뿐이니까.


오늘 레드가 내건 걸게는 Original Clasico, 밑에 안양과 수원B의 앰블럼, 그리고 '북벌연대'였다. 내 생각이 맞다면 'Original Clasico'는 레드와 프렌테 트리콜로의 '동맹'을 의미한다. 더 이상 죽이지 못해 안달이던 '치닭전' 당시의 치열한 분위기는 사실 현재 양 팀의 전력차나, 10년 동안 수원B 서포터들이 안양의 피눈물을 가장 잘 이해하고 북패륜을 가장 적대적으로 대했던 존재였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단시일내에 회복되기 어렵다. 당분간 안양과 수원B의 관계는 적대감정보다는 북패 박멸의 동지애를 갖고 갈 수밖에 없다. 아마 안양과 수원B, 그리고 북패가 '같은 리그'에서 뛰기 전까지는.


'Original Clasico'라는 이름은 결국 '짝퉁'이 있게 마련이다. 그 짝퉁은 당연히 알싸나 언론에서 '슈퍼매치'로 명명한 개패전일 것이다. 이름부터가 이미 '북패륜은 공통의 적이다'는 감정이 깔려 있다. 양팀 서포터 단체들이 선 긋듯 선언한 방식이나 레드쪽에서 프렌테 트리콜로의 이름을 그대로 갖다 쓴 것은 맘에 들지 않지만, 그만큼 양팀 서포터들의 북패륜 박멸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이번 선언에서 다시 볼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나도 수원B에 대한 적대감은 많이 희석되고, 그 적대감은 수천 배가 되어 북패륜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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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지대 더비


'지지대 더비'가 정체 불명의 명칭이라는 건 반은 맞히고 반은 틀린 얘기다. 우선, 나는 프렌테 트리콜로의 멤버들을 아무도 알지 못한다. - 예전에 알던 스컬크루 친구가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얼굴 본 게 9년 전이다 - 그러므로 프렌테 트리콜로 입장에선 '도대체 지지대 더비가 어디서 튀어나온거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 명칭은 내가 사커월드를 하던 시절에, 바로 오늘과 같은 결과가 나버린 2003년 10월 8일, 정확히 9년 7개월 전. 그 경기 전날 프리뷰를 작성하면서 처음으로 사용했던 용어다. 그러니 프렌테 트리콜로는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지지대 더비'라는 명칭만 알고 작명 의도까지는 모르기 때문에 '정체 불명'이라는 문구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작명했지만, 이 이름은 그냥 지은 것이 아니다.


나는 2003년 10월 8일 그 경기가 '마지막' 치닭전이 될 수 있다는 짐작을 하고 있었다. 같은 짐작을 하던 안양팬들도 있고, 연고이전 설을 전혀 믿지 않던 안양팬도 있겠으나, 그해 여름부터 Winamp로 안양 편파 중계(방송국 이름은 Wave였다..)를 하기 위해 구단 사무실을 자주 드나들던 나로서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촉'이 오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입에 담기도 조심스럽고 해서 어느 누구에게도 불안감을 표출하지 않았으나, 결과론적으로는 연고지를 옮겨버렸다.


2003년 당시로 돌아간다. 9월 3일, 연고지 이전설이 최초로 언론을 통해 유포된다. 당연히 그때는 확실한 보도는 되지 않는다. 다들 '설마'하던 분위기였다. 나도 사실 믿지 않았다.


그러나 9월 7일, 중패(성남)와의 홈경기를 10분 앞두고 돌연 경기는 취소된다. 비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경기를 취소해야 할 만큼의 사유는 아니었다. - 바로 그 해 7월 피스컵 중패-베식타스 경기와 PSV-리옹 경기가 논두렁 잔디밭에서 벌어진 걸 생각해보라- 비가 쏟아졌지만 안양팬들 수천명이 이미 경기장 관중석을 메우고 있던 터였다. 경기 취소는 경기감독관에 의해 최종 결정되지만 그 전에 보통 홈팀과 원정팀에게 의사를 타진한다. 그 과정에서 LG쪽이었는지 중패쪽이었는지는 모르지만 한 팀 내지는 두 팀 모두의 의사가 반영되었겠지. 아마 원정팀 중패 입장에서는 경기 취소가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을 것이니 찬성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홈팀은 어떤가. 경기가 돌연 10분 전에 취소될 경우 이미 입장한 3천여명의 반발을 사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천재지변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비가 그냥 많이 오는 수준인데 경기 시작 10분 전에 취소하는 것은 관중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 당시 연맹 규정에는 경기 시작 3시간 전에 결정하도록 되어 있었고 그 때 강행한다고 하면 일단 킥오프는 하고 봐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쩄든 취소되었고 그 경위를 묻기 위해 구단 사무실로 찾아갔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레드 대표 오라고 해. 니가 뭔데 여기까지 찾아와' 였다. (그 대답을 한 작자 이름도 기억하고 있다. 윤경식..)


경기 취소에 반발한 팬이 격앙되어 찾아갔다고 해도, 구단에서 그런 식으로 대응하지 말아야 한다. 일단 진정시키고, 서로 얘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LG구단은 그러지 않았다. 이때 '촉'이 왔다. 이새끼들은 정말 꿍꿍이가 있구나.


음모론에서 한마디 더 붙여보자면, LG가 경기감독관을 설득해서 경기를 취소시킨 것이 아닌가 짐작되기도 한다. 그러면 경기장을 찾아온 3천명의 팬들은 나가떨어지겠지 생각한 것은 아닐까. 실제로 9월 이전까지 만명대 후반을 꾸준히 유지하던 안양의 관중은 그 때 이후 한 번도 8천명을 넘지 못했다. 그러면 안양의 축구열기가 별로고 더 넓은 시장을 찾아 서울로 연고지를 옮기는 당위성이 확보되겠지 라고 LG측에선 생각한 것 같다.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닭장에서 그해 세 번째 '치닭전'이 열렸고 나드손과 에니오(현 에닝요)의 골로 0-2로 패하고 만다. 이때까지만 해도 당연히 '지지대 더비'란 명칭은 없었고 '수도권 더비'로 언론기사가 도배되었다.


0-2로 패하고 집으로 자전거를 몰고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만약 LG가 연고지를 이전하면 어떻게 될까? 서울도 수도권이잖아? 수도권 더비는 그럼 '서울-수원'으로 도배되겠지. 안양의 역사는 지워지겠지. 그렇게 일 년 이 년... 십 년 정도가 흐르면 자연스레 축구 커뮤니티에서 연고지 이전의 상처는 희석되고 합리화하는 작자들로만 채워지겠지.


연고이전의 불안감을 전혀 느끼지 못할 당시에는 경기 이름같은 건 신경도 안썼다. 수원은 닭이고 잡아야 할 대상일 뿐이었으니까. 지금 만약 안양과 북패륜의 경기 이름을 어느 누군가가 지어서 퍼뜨린다면 '왜? 그 경기가 이름이 필요해? 이름따위 필요없어. 그냥 북패륜은 박멸대상일 뿐이야'라고 생각하며 반발할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닭'은 정상적인 범주의 팀이었고 적개심은 충분했지만 연고이전의 불안감 속에서 기존의 더비 명칭은 '서울'이 끼어들고 안양은 지워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새로운 명칭을 퍼뜨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울'이 전혀 끼어들지 못하는 이름으로 명칭을 재구성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당시 '수도권 더비'가 대세였고 '1번국도 더비', '경부선 더비', '경기남부 더비'등의 이름이 있었다. 그러나 '수도권 더비'는 서울이 끼어들 수 있었고, 경부선도 마찬가지였다. 1번국도 또한 서울을 지난다. '경기남부 더비'는 서울은 들어가지 못하겠지만 성남으로 연고지를 옮긴 중패가 어쟸든 '경기남부'에 있기 때문에 내 기준에선 불완전한 이름이었다.


물론 '지지대 더비'도 100% 완전한 이름은 아니다. 일단 같은 도시 연고가 아니니 엄밀한 의미의 '더비'는 아니다. 물론 포괄적으로 이해하자면 '더비'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지만... 그것보다도 이 이름으로 선정하면서 단 하나 찜찜했던 이유는 지지대고개가 '의왕'과 '수원'의 경계라는 점이다. 그래서 일부 팬들은 잘못된 이름이라고 바꿔야 한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양과 수원의 특징을 최대한 반영한 그런 이름을 지어야 했다. 내 강박관념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연고이전은 차후에 합리화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없었다. 경부선도, 1번국도도, 수도권도 불완전하다. 지리적인 측면에서 찾으려니 안양시와 수원시는 시경계를 1mm도 공유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수원과 경계를 공유하는 의왕에게서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의왕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의왕도 엄연히 안양 생활권에 속해 있었고 시통합 얘기가 계속 나왔으며 - 급물살을 탔으나 과천의왕 지역구의원 안상수에 의해 좌절된다 - 의왕에도 안양팬이 가장 많았다.


고민하던 차에 2003년 9월 14일, 바로 자전거로 넘어가던 지지대고개에서 해답을 얻었다. 당시 집에서 닭장가면서 지지대고개로 올라갈 때 수원으로 향하던 300번 버스 안에서 내가 입은 안양 유니폼을 보고 두 명의 닭팬이 내게 손을 흔들었다. 나도 답례로 손을 흔들어줬다. 그 상황에서 착안한 명칭이었다.


좋아, '지지대 더비'는 LG가 서울로 연고지 옮기면 절대로 못써. 지리적 특성 때문에 타 연고지 팬들은 쓸 수 없지. 만약 최악의 경우 LG가 서울로 연고지를 옮긴다 하더라도 '치닭전'의 치열했던 그 분위기를 기억해 주는 이들은 많을 것이다. 그러나 LG가 역사를 가져가 버리고 연고이전이 자연스레 합리화된다면 '치닭전'은 잊혀질 것이야. 만약 우리가 연고이전 저지에 실패하더라도 다들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 기억들이 부활의 모티브가 될 것이니까.


작명 자체에 피눈물이 들어간 이름이다. '치닭전'은 서울과 수원의 경기가 될 수 없다. LG 너희들이 안양에 있을 때에만 성립되는 그런 경기다. 만약 연고지를 옮기게 될 경우, 역사는 끊어진다는 내 나름대로의 LG에 대한 시위였다. 실제 마지막 '치닭전'이 벌어진 2003년 10월 8일 당시에만 해도 안양팬들은 속으로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지는 모를지언정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고 있었다. 무언의 시위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LG가 연고지 이전을 하고 나서야 작명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래서 마지막 '치닭전' 직전에 이름을 처음 내건 것이다. 물론 '지지대 더비'가 알려진 건 연고이전 이후지만, 작명은 연고지 이전하기 전에 되었음을 밝혀둔다.


처음엔 사람들이 다들 뜻도 모르던 '지지대 더비' - 실제로 지식인에선가 누군가가 '팬들이 많이 지지해줘서 지지대'라는 개드립을 치기도 헀다 -,  단순한 이름이었지만 실제 연고이전 저지에 실패한 이후 예상외로 널리 퍼져서(언론놈들은 개패전 직전에만 끼워팔기로 기사질 했었지. 구역질난다) 다들 그 경기들을 기억해 주었고, 실제로 북패륜은 더 이상 '수도권 더비'의 이름을 가져가지 못하게 됐다. 그리고 안양, 수원B, 그리고 K리그 내의 (북패충을 제외한) 다른 팀 팬들도 그 경기를 기억해 주었지. 비록 안양의 부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진 않았다고 해도 팬들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고 이렇게 안양과 수원의 경기에 기사라도 나는 것을 보면 단 0.1%의 역할을 했어도 나는 만족한다.




3. 내가 내린 결론


Original Clasico이 되었건, 지지대 더비가 되었던 명칭은 사실 큰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건 끊어진 축구의 명맥을 다시 살리고 이어나갈 수 있느냐는 것이지. '지지대 더비'가 안양과 수원의 더비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고 부활의 모티브로서, 그리고 앞으로도 격렬한 라이벌이 될 수 있는 경기로서 동기부여를 제공해 줄 수 있다면, Original Clasico는 북패륜에 대한 박멸의 의지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명칭이 될 것이다. 어쩄든 안양의 경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거니까. 그리고 북패륜은 박멸되어야 하니까. 다만 안양빠로서 하이랜드가 만든 'Original Clasico'라는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것이 자존심 상했을 뿐이다. '니들이 지은 이름 말고 이름을 새로 짓자'던가 하는 자존심 세우는 모습을 좀 보고 싶다. 안양이 단지 북패륜 박멸만을 위한 클럽도 아니고, 수원B나 다른 K리그 팀들과 동등한 위치에 서 있고 당당하게 자존심 세워가면서 상대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뭐 그게 당연한거고. 축구팬의 유일한 미덕은 자신이 지지하는 팀과 함께한다는 자존심 아닌가?


경기 내용을 얘기한다면 오늘 경기는 9년 7개월 전과 똑같은 결과로, 선제골을 안양이 넣었지만 후반막판 안양의 자그마한 실책에 의한 수원B의 동점골, 그리고 연이어 역전골. 똑같은 안양 홈에서.. 1-2로 역전패하였다. 9년전과 결과도 비슷하고 경기 내용조차 비슷했다. 하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9년 7개월 전(7375명으로 기억한다)보다 더 많이 경기장을 찾았고 공식 관중수가 11724명으로 집계되었다. 또한 일반석에서 지켜보는 팬들의 홈팀에 대한 응원도 9년 7개월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이 뜨거워졌다. 닭장이나 전주, 광양, 심지어 포항을 가도 일반석에서 그런 열기는 느낄 수 없다. 안양의 미래가 밝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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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 회원이 이 글을 읽는다면 보길 바란다. 난 지금 레드의 일원은 아니지만, 레드에게 빚을 진 것이 있다. 2004년 안양서포터가 레드와 안양시티즌으로 분열될 때 안양시티즌 쪽에 있었으니까. 그리고 2006-7년을 전후해서 거기서도 나와서 야인이 되었지만. 2006년에 부천 연고이전할 때 레드 대표였던 김정현 형이 나를 찾아줘서 고마웠다. 사실 레드와 안양시티즌이 갈라질 때 좀 안좋게 갈라졌지만 인간적으로 싫지는 않았다. 지금도 생각이 다른 부분은 있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레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이뤄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멀찌감치 빠져 있었고 그 부분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해. 그리고 그동안 다른 사람들로서는 감당되지 않았을 9년을 버텨주어서 고맙다. 어제 Original Clasico 관련해서 날서게 비난하기도 했지만 레드의 그 노력만큼은 잊지 않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