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건이 헤르메스에 올린 글

by Thomascook posted Feb 0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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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허건입니다. 이 곳에 가끔 들어와 보았지만 막상 글을 쓰려니 쑥쓰러운 마음이 앞섭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제 마음을 전하고자 쑥쓰러움을 무릅쓰고 글을 올립니다.

지난 시즌 마친 후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한동안 멍해 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축구선수로서 축구를 너무나도 좋아하기에 다시 운동장에 서고 싶고 아직은 축구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에 혼자 운동도 해봤지만 마음을 잡기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축구를 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때를 지났기 때문에 조금은 더 무기력했던 것 같습니다.

그 무렵 지인을 통해 모금 운동 소식을 들었습니다. 사실 “왜 나 같은 하찮은 선수한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타플레이어도 아니고, 많이 주목 받는 선수도 아니었기 때문에 전례 없던 모금 운동이 조금은 당황스러웠습니다. 회사에서 받은 보너스를 보내신다는 분, 돈이 없으니 물건을 팔아서 동참하신다는 분, 예매했던 비행기 티켓을 취소하셨다는 분, 학생이라 돈이 없어 조금 밖에 하지 못해 미안해하시던 분..

그리고 훨씬 더 많은 분들께서 저를 위해 마음을 모아 주신다는 것에 마음이 벅차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조금 더 잘했더라면 여러분께 이런 모습 보여 드리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정말 좋았다고만 생각했던 기억들이 지금은 너무 후회스럽습니다. 조금 더 뛰고 조금 더 노력할 것을…

다시 운동장에서 부천FC의 유니폼을 입고 땀 흘릴 수 있어 다행입니다. 모든 것이 여러분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제겐 정말 기적과도 같은 일입니다.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소중한 마음은 절대 잊지 않고 반드시 운동장에서 보답하겠습니다.제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가 팬분들께 보답할수 있는것은 운동장안에서 죽어라 열심히 하는것밖에 없는거 같습니다.

팀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며 저에게 다시 부천유니폼을 입게 해주신 헤르메스 분들과 여러 팬분들 실망시켜드리지않도록 목숨걸고 뛰겠습니다. 저는 지나온 그 어떤 날보다 행복한 현재를 살고 있습니다. 이 짧은 글로나마 여러분께 제 작은 마음이 전해졌기를 바래 봅니다. 여러분과 함께여서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부천FC 1995 허건 올림


요즘 우리 애들도 방출되서 위로해주고 있는터라 허건 글 보니 눈물이 핑돈다.
그리고 맞춤법을 다 맞춰써서 더 감동. ㅆ쓰는 축구선수 많이 없는데...쿨럭

아무튼 잠들기전 울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