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의 불안을 가장 쉽게 잠재우는 방법

by 후리킥의맙소사 posted Oct 1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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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고래로부터 내부에 불안요소가 있을 때는 언제나 더 큰 이슈 내지는 외부에 있는 적을 설정함으로써 내부에서 오는 흔들림을 막는 방법을 썼습니다. 또한 동정표를 사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감정에 호소하고 이 감정을 이용해 정당성을 획책하지요. 이는 조직관리에서 상당히 유용한 방법입니다.

 

현대사에서만 봐도 반공이 국시였고, 기치를 세울 때 진정으로 통치자들이 공산주의에 심각한 문제를 공감하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설정한 건 아니었습니다. 철저한 조직관리와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외부의 적을 설정했던 면도 분명 있었습니다. 반대로 북한도 주적을 미국으로 설정하고 이를 통한 군국체제를 구축한 것도 외부의 적을 설정함으로써 내부적인 불만을 잠재우는(라기보단 억누르는) 도구로 쓰고 있지요.

 

구 일제도 비슷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할 때 왜 ABCD자원포위가 생긴건 깡그리 무시하고 "미제와 구라파의 압박을 이겨내고 자주권와 생존을 위해 대항하자" 같은 소리가 먹혀들어 갔었으니까요. 또한 전후에는 자신들이 식민지에서 침탈한 건 생각지도 않고 "핵을 맞은 유일한 국가"라며 동정심을 사려는 걸 보고 우리는 혀를 차겠지만 실제로 일본에서는 이런 여론이 먹혀들어가고 있지요.

 

좀 스케일을 낮춰서 보면 간혹 언론에 예수쟁이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보도될 때도 비슷합니다. 예전에 아프간 피랍 사건때도 기독교 내부에선 "하나님께서 주신 시련", "예수님이 사탄의 유혹을 이긴 것처럼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와 같은 논리를 폈던 것도 조직의 균열을 막고자 하는 방법이지요. 법에서 규정한 여행금지 지역으로 법망을 피해 날아간 사실을 쏙 빼놓고 말입니다.

 

이제부터 쓴소리

그리고 전북 구단에 대해 이번엔 쓴 소리를 좀 할까 합니다. 최강희 감독은 오늘자 인터뷰(http://sports.news.naver.com/kfootball/news/read.nhn?oid=139&aid=0002063898)에서 외부의 적을 설정하였습니다. 심판의 판정에 대해 불만을 보여줬지요. 그리고 이달 초 이동국은 승점 삭감이 우리를 흔들지 못할 것이다(http://sports.news.naver.com/kfootball/news/read.nhn?oid=109&aid=0003405228)는 인터뷰를 통해 이런 고난을 이겨내고 흘린 땀의 댓가를 받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지요.

 

솔직히 심정을 피력하자면 이게 지금 징계를 받는 구단이 할 소리인가 싶습니다.

 

전북이 징계를 받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구단 직원이 매수를 했으며 실제로 그로인해 2013시즌에 혜택을 봤기 때문입니다. 그 시즌에 비록 우승은 못했을지라도 스포츠의 기본가치인 페어플레이 정신을 훼손한 것은 엄청난 일입니다. K리그 팬 전체를 상대로 사기를 친 셈인데요. 솔직히 타 팀이지만 해당 시즌에도 경기장에 뺀질나게 찾아간 저로써는 경기를 보기 위해 들였던 모든 비용을 연맹과 전북 구단에게 손해배상 청구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런 전북이 심판판정에 불만을 갖는다? 징계가 자신이 흘린 땀의 댓가를 방해한다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은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 됩니다.

 

 

전북의 이런 행동은 합리적이나 양심이 없다.

앞서 들어가는 말에 조직관리를 위해 양심이 없는 부류들을 열거했었습니다. 그리고 전북 구단은 솔직히 이들과 별반 다를게 없다고 봅니다. 내부적인 동요를 잠재우기 위해 심판과 연맹의 징계를 적으로 삼았지요. 그리고 만약 우승을 하면 "시련을 이겨내고 광명을 찾았노라 할렐루야!"를 외치는 예수쟁이 같을 것이고, 우승을 못하면 "왜 나만 갖고 그래?"같은 전두환스런 반응(https://www.youtube.com/watch?v=UX2mJKLzlqg)내지는 일본같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이런 행동은 분명 내부적인 결속을 다지는 데는 매우 합리적입니다. 왜냐하면 전북 구단은 이거 말고는 딱히 스스로의 정당성을 대변해 줄 수 있는 도구가 없기 때문입니다. 없는 걸로 쥐어짜낸 보호수단으론 이게 최선이긴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구축한 정당성은 내부적인 정당성만 가질 수 있을 뿐, 외부에서 보기엔 그냥 헛웃음만 나올 뿐입니다. 당연히 외부에서 보는 시각은 잘해봐야 예수쟁이고, 더 나쁘면 북한 독재정권이나 전두환, 일제밖에 안 됩니다. 양심이 없다는 거지요.

 

이래나저래나 전북 구단뿐만 아니라 최근들어 그 스탭과 선수들까지 인식이 나빠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이들의 행동은 정말로 합리적이지만 그 합리를 위해 희생한 것은 구단의 진실성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심정을 토로하자면, 북괴가 우승해도 덤덤할 지경이 되었습니다. 매수가 우승하나 연고복귀가 우승하나 개개인이 느끼기에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떳떳함"을 갖고 있는 이가 우승하긴 글러먹은 상황입니다. 네, 글러먹은 리그죠. 최소한 전북 구단은 그렇다치더라도 감독 이하 선수단이라도 이 떳떳함을 간직하길 바라면 뭘 합니까? 그들의 떳떳함은 이미 바래버렸는데요. 예전엔 전북이 우승했을때 승자에 대한 존중 차원에서 박수를 쳐 줄 수 있었다면, 이제는 그럴 자신이 없습니다. "심판을 매!수하!리라! 매북 알레알레오!"라고 안티콜을 부르지 않으면 다행이겠지요. 이제 외부에선 아마도 전북 구단차원뿐만 아니라 선수단에 대한 최소한의 동정심조차 지워버리게 되었다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걸 자초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만 듭니다.

 

개인적으로 바라는 게 있다면 제발, 정말로 제발 팬들까지만은 이러한 "합리"를 추구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