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이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소속감을 갖게 하는게 중요하다.

by 뱃놀이가자 posted Mar 1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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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팀은 나의 팀이고 나의 모든것이며 응원하는 이유같은건 없다.


이런 맹목적인 믿음과 사랑을 보내줄수 있는 팬을 보유한 구단은 과연 얼마나 될까



가끔 인터넷 덧글에서 찾아볼수있는 개리그까들의 단골 래퍼토리중에 


'이런 수준낮은 리그. 가끔 티비에서 나오는거 보면 하품나오는 리그를 과연 누가 보냐' 같은 의견들이 있는데



그치들이 기준으로 삼는 '축구'라는건 100여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럽의 프로축구를 말하는거일테니 


수준낮고 지겨운건 당연하지. 나도 인정하는걸. 나도 똑같은 시간에 인천 말고 다른팀 개리그 재방송이랑 


첼시나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를 한다면 당연히 후자의 경기를 보지 뭣하러 개리그 경기를 봄?


중요한건 그렇게 수준낮다는걸 알고도 '저 팀은 나의 팀'이기때문에 애정을 갖고 지켜본다는거지.



어떤 아이가 피아노를 치는데 아직 미숙해서 다른 사람이 듣기엔 소음 수준밖에 안되는 연주라 해도


그 아이의 부모라면 그 소음도 아주 듣기좋은 야상곡으로 들리기 마련이야


왜냐면 그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우니까, 점점 갈고닦아 실력이 느는걸 보면서 뿌듯함과 행복을 느끼니까



'나의 팀'이라는 소속감을 가진 프로스포츠 팬의 마음도 이와 똑같다고 본다.


비록 서툴고 엉성하더라도 내 자식과도 같고 내 모든것과 같으니까 


이 팀이 성장하고 발전하는걸 지켜보면서 같이 늙어간다.


아마 여기 있는 대다수의 개리그 팬들이 공감하는 최고로 기분좋은 순간이겠지




물론 그런 '소속감'이라는게 하루 아침에.


높으신 분들이 '그게 그렇게 좋다는데 한번 만들어봐'해서 만들어지는게 절대 아니지



유럽처럼 조기축구회부터 시작해 100년이 넘어가는 역사를 가지면서 자연스레 세대에 세대를 거쳐 


태어나고 보니 내 아빠랑 할아버지가 응원하길래 나 역시 자연스럽게 그 팀을 응원하게 된다.



이 정도 수준은 되어야 축구라는게 그 사회의 하나의 문화의 일원으로서 녹아들어가며


그 누구의 강요나 권고 없이 스스로 그 팀에 소속감을 갖게 할텐데



어느날 가카께서 '그곳에 빛이 있으라'(Let there be light)해서 갑자기 '펑!'하면서 만들어진 


한국 프로축구에 과연 팬들이 그런 소속감을 갖게 만들수 있을까



거기다 프로팀을 그저 '대표팀 상비군'쯤으로 여기며 리그우승보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을 지상최대과제로 삼을만큼 


각 지역보다는 '하나의 나라, 하나의 민족'. 국가주의, 민족주의 색깔이 강한 대한민국에서 말이지





물론 그런 의문을 해소시키고 실제로 경기장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건 각 구단들의 몫이지.


실제로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도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소속감'을 갖고 응원하는 팬들이 생기고 있으니까 



나를 비롯해 개발공에 상주하는 수많은 개리그 팬들처럼.





이 나라가 EPL이나 NBA, MLB처럼 세계 최고수준의 리그를 가진것도 아니고


유럽축구의 영향으로 팬들의 눈높이가 높아져있는 상황속에서 그런 소속감이라는걸 갖게 하려면 경기 외적인 면으로 


먼저 그 팀을 좋아하기전에 먼저 그 팀이 속한 연고지를 사랑하는 마음이 우러나와야 한다.




막연히 'K리그 생각보다 재밌어요. 경기장에 오면 정말 재밌어요. 꼭 오세요' 라는 일단 와보라식의 막무가내 마케팅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아봤자 그런 사람들은 당연히 개리그 경기보단 호날두, 메시가 뛰는 축구가 더 재밌겠지


그리곤 '아 재미없어. 아 답답해. 아 지루해'하고 다시는 볼 생각을 안하겠지



당연하잖아. 나도 인천 유나이티드 정말 사랑하지만 호날두가 더 축구 잘한다는건 인정하니까



중요한건 '재미'가 아니라(물론 재미도 중요하긴 하지만) '애정'이라는거지.



이 팀이 내가 사는 도시를 대표해서 뛰고있다.


이 팀이 나를 대신해서 뛰고 있다.



팬들이 그 팀을 볼때 항상 이런 생각이 들게끔 해야한다.




물론 서울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만큼 서울 한 도시에 사회,경제,문화,인구까지 너무나 많은 집중이 되어있는


이 나라에서 다른 나라의 프로리그처럼 강한 지역색을 보여줄수 있을까 의문이 들긴 하지만




기둥이 아니라 지붕부터 먼저 만들어버린 개리그의 태생상 


이것말고는 방법이 없을것 같다.









그냥 갑자기 쓰고싶었음...


과연 내가 응원하는 팀은 올바른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걸까 의문이 들때도 있지만


그래도 믿어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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