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잉국] AFC윔블던 개막전 보고 썰이나 풀기.

by 계피한량 posted Aug 1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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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블던.jpg


해외살아서 국축이야기는 눈팅만 하고 영국 축구이야기는 잘안했는데, 그래도 영국와서 4부리그 경기보는 사람은 정말 드물 것 같아서 재미삼아 보시라고 한번 끄적여봅니다.  


AFC 윔블던 한국에서도 유명한 팀이죠. 잉글랜드 축구 흑역사로 불리는 2002년 윔블던FC의 연고이전 이후 팬들이 모금하여 새롭게 창단한 팀인데, 바닥부터 시작해서 9년만에 지금의 4부리그인 리그2에 진입하는데 성공했죠. (잉글랜드는 리그2부터 프로리그입니다.) 그래서 매치데이에 경기장 오면 유니폼 이외에도 'It only took nine years'라고 쓴 티셔츠 입고 오는 팬들도 꽤 많습니다. 팀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그대로 느껴지는 문구죠. 


홈경기장은 킹스메도 스타디움(현재는 스폰서 이름을 붙여 체리레드 레코드 스타디움)이고, 4,700명 정도 들어오는데 좌석은 W석과 N석에만 있고 E석과 S석은 입석입니다. ㅋ 저는 무릎이 안좋은(...) 관계로 앉아서 보는 스탠드석을 선호하는데, N석은 스폰서 농심(네, 그 라면파는 농심...) 이름이 붙어서 농심 스탠드입니다. 오늘은 맨 앞자리 걸려서 저렇게 괜찮은 사진 폰으로 찍을 수 있었어요. ㅎㅎ 경기장이 작아서 경기 중에 한 서너번은 꼭 경기장 밖으로 공이 나가게 되고, 오늘은 경기 중에 스프링쿨러가 작동하기도... ㅋ


가끔 리그2 경기 보러 다닌다고 하면 선수들 수준 어떠냐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데, 확실히 선수들이 어딘가 부족한 면들이 있습니다. 가끔 엄청난 개인기로 적 진영을 휘젓는 선수가 있는데 '왜 저런 선수가 여기서 뛰지'라고 생각하고 있다보면 정말 시야가 고양이 이마만하다든가, 의욕에 비해 기량이 부족하다든가 확실히 단점들이 있긴 합니다. (캐챌에서 버틸 수 있는 선수도 드물다는 느낌) AFC 윔블던의 경우에는 Harry Pell (오늘의 MOM!!) 이 한단계 위의 기량을 보여주긴 합니다. 롱볼축구 쓰는 윔블던 공격의 시발점인데, 활동량도 크고 롱패스를 정교하게 양쪽 윙, 특히 오른쪽 윙어로 뛰는 21번 Porter 선수에게 잘 전달합니다. (Pell - Porter - Smith로 이어지는 게 주 공격라인) 다음에 유니폼 살 때는 Pell로 마킹을 하고 싶어요. 지금은 머플러만 사서 들고 가지만... 


잉글랜드 축구팬들 험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데, 이것도 클럽 별로 좀 다른 느낌이에요. 예전에 밀월경기 볼 때는 경기장 가기도 살짝 무서웠는데 (밀월팬들이 소문만큼 험하지는 않은데, 기세가 정말 대단해서 매치데이 때마다 한 정거장 떨어진 역에서부터 노래부르며 행진하고 이러는 거 모르는 사람이 보면 시위 있는 줄 알거든요. ;;) 윔블던은 팬들이 그렇게 적대적이지 않더라고요. 오늘 관중 4,335명 왔는데 장내 아나운서가 관중수 발표하면서 '오늘 위콤비 팬 620명도 와주셨습니다'라고 하면 같이 박수쳐주고 이런 건 좋더라고요. 


물론 경기중에 상대팀 선수 욕은 엄청 합니다... 정말 90분 내내 쉬지 않고 욕하는 거 보고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10살도 안된 꼬마애도, 환갑 넘은 것 같은 어르신도 욕을 하는데, 만약 원정온 선수가 저처럼 멘탈이 쿠크다스같으면 멘붕 오겠더라고요. 물론 이렇게 욕 많이 해도 인종차별 관련 발언은 절대불가입니다. 여기는 자기 집에서 인종차별 발언을 해도 밖에서 들리면 신고하는 나라에요. (얼마전에 연맹 언플 기사에서 '욕설하는 극성팬들 때문에 떠나가는 족팬들도 있다'고 한 구단 관계자가 그랬다는 걸 봤는데, 여기는 그렇게 팬이 떠나도 다른 욕쟁이가 들어와서 채워주는 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오늘 경기 이야기는 안했네요. ;; AFC 윔블던이 지난 시즌 마지막 라운드에서야 강등 피하는 걸 확정지어서, 올 시즌 걱정이 상당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의외로 괜찮은 경기내용을 보여줘서 많이 안심이 되네요. 개인적으로 팀 에이스라 생각하는 Harry Pell도 이번 시즌 남아주고, 새로 영입한 Ross Worner 키퍼라든가, 번리에서 임대온 George Porter라든가, 찰튼에서 임대온 장신 스트라이커 MIchael Smith 등 다 괜찮은 활약을 보여줘서 앞으로도 기대가 큽니다. 주장 Alen Bennett이 오늘 삽질을 제대로 한 게 걱정이지만... ;; 경기는 전반에 Wycombe의 Stuart Lewis가 35분 퇴장당하고 잠시후 Luke Moor 선수가 결승골을 넣으면서 1-0으로 이겼어요. 위콤비의 Jo Kuffor 선수가 여기저기 휘젓고 다녔지만 무사히 막아서 다행입니다. ㅠㅠ 


그 외에 또 AFC 윔블던에 대해 재미있는 내용이 있다면...

메인스폰서가 에펨 만드는 SI라서 클럽샵에서 FM2013을 팝니다. 에펨 참고 사는데 볼때마다 지르고 싶은 충동에 돌아버릴 것 같아요. (에펨은 끊는 게 아니라 참는 거죠.)

그리고 다른 경기장들과 마찬가지로 맥주를 사서 들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밖에서 마시고 들어가야 하는 게 귀찮아서 그냥 커피 사마셨는데, 진심 이렇게 한약맛 나는 커피는 몇년만에 먹어보는 것 같아요.


그럼 여기까지 쓰고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잉국에서 축구보는 다른 이야기도 슬쩍 해보겠습니다. 



한줄요약: 다 필요없고 직관이 꿀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