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적인 우경화

by 신감독님 posted Jul 3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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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도 그랬지만 월드컵에 대한 기대감으로 충만했던 일본은

여느 때보다 일반인들의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대표팀에 대한 기대도 컸었지.

월드컵 기간 동안 일본의 젊은이들이 볼에 일본 국기의 상징인 히노마루를 그리고 기미가요를 제창하는 것을 두고서

아사히 신문은 사설로 스포츠와 내셔널리즘에 의한 젊은층의 무의식적인 우경화를 지적했다.


물론 그 사설 쓴 사람 아직도 살아있을테니

10여년이 흐른 지금 오사카 같은 곳에선 선생이 국민의례 때 기미가요 안 부른다고 해고될 수 있는 현실을 보고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하긴 해.


이 이야기를 굳이 꺼낸 이유는 주말 한일전에 등장한 통천과 걸게 때문인데 

내 기억에 지금보다 한일감정이 격렬했던 이전에도 스트레이트하게 일본을 저격하는 메시지는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지난 2010년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란 걸게가 처음 걸렸을 땐

자성의 맥락으로도 이해된 것 같아서 큰 반향은 적었던 것 같은데

이번엔 경기 전부터 축구협회가 금지하고 적지 않은 축구팬들도 우려를 나타낼 정도로

누가봐도 붉은악마가 이 걸게와 통천을 걸려고 하는 목적과 의미가 분명했지.


사실 백번 양보하여 그 메시지가 일본이 아닌 한국을 향한 것이라 하여도

그것 나름대로의 우려할 점은 충분하다고 본다.

그 이유는 위에 아사히 신문이 지적한 '무의식적인 우경화'때문이야.

그냥 우경화라기 보다는 극우적이라고 봐야지.


붉은악마와 이에 동조하는 젊은이들은 점점 이전보다 더 축구에 내셔널리즘적인 메시지를 넣고 싶어하고 있어.

축구 그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축구를 통하여 상대국과 상대국의 축구팬들에게 공격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해.

걸게가 회수되자 붉은악마가 응원을 중지했던 걸 보면 이런 심리상태는 명확해진다.

현재 여론은 붉은악마에게 꽤나 호의적이야. 

오늘 일본정부가 유감을 표명하면서 더욱 더 붉은 악마에게 동정여론이 가지 않을까 싶다.

그냥 한일관계의 자동반사 같은 거잖아. 이런 건 일반적인 무의식적 반응이라고 봐야지.

그렇기 때문에 위의 '무의식'과 관련한 아사히의 사설도 생각난거고.


한일관계는 여러 방식으로 해결해야할 현안들이 많다.

영토문제처럼 정부의 차원에서 해결해야할 문제가 있고

그와 반대로 민간에선 함께 연대해서 할 일도 있어.

좀 더 설명을 붙이자면, 영토문제를 백만명이 궐기대회를 한 들 큰 의미가 없지.

이런 건 철저히 정부차원에서 해결해야할 문제니까.

반면에 민간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도 있는데,

두 차례나 핵의 피해를 입었던 일본과 바로 옆에서 핵을 사용하고 있고 핵의 위협에 처해있는 우리는 

핵에 대한, 핵을 무기로 쓰던 자원으로 쓰던 이에 대해 일본과의 민간차원에서 반핵연대도 가능하다.


하지만 붉은악마가 선택한 것은 이런 연대와 공존의 차원이라기 보다는

정부에서 외교적으로 밖에 해결할 수 없는 문화재 환수문제를 통해

일본에 대한 일반인들의 공격적인 감성의 내셔널리즘을 고취시키려고 했다.


거듭 말하지만 문화재 환수나 영토 문제 같은 건은 끓어오르는 의분의 혈기로 스포츠나 민간인들이 상대국을 성토하는게 아니라

국가 간의 외교로 해결해야할 문제야.

이 날 피가 끓어오르는 붉은악마의 의거는 일본정부로 하여금 공식적인 유감을 표현하게 하는 결과를 낳게했을 뿐이잖아.


붉은악마가 바보가 아니라면 작년의 박종우 사태의 전례를 보고

또 시합 전 축협의 경고에 따라 이 문제가 국가 간의 쟁점화가 될 거란 걸 모르지 않았을거야.

몰랐다면 정말 붉은악마들 큰일날 멍청이들이고 알면서도 그랬다면 이 자들의 멘탈리티를 의심해봐야지.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붉은악마를 이끄는 자들은 바보 아니면 극우적 내셔널리즘의 세몰이를 하고 싶어하는 위험한 자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