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있었던 사건에 대한 생각

by 수내동청년대장 posted May 1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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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여기에서 여성혐오가 들어가는가?
사건의 경과를 천천히 살펴보면 여성혐오로 해석될 여지가 상당히 많다고 생각해. 그리고 절대로 자신의 조현병 경력으로 변명할 수 없는 것들도 있고.
사건 경과를 살펴보면, 30대 초중반의 남성이 평소 여성이 자신을 무시하는데에 분노를 품고 알바하던 식당에서 칼을 훔쳐서 남녀공용 화장실에 숨어있다가 때마침 들어온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야. 일전에 조현병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고.
일단 병으로 문제 삼을 수 없는건 확실하다고 봐. 조현병 경력이 있거나 앓고 있으면 폭력성을 드러내기 보다는 사회적으로 위축되는데 그게 아니라 오히려 자기의 폭력성을 드러냈으니까. 거기에 전날에 칼까지 훔쳤고. 전혀 우발적인 범죄라고 볼 수 없지.
거기에 대상을 선정하는데도 매우 신중했어. 강남 수노래방, 그 사람많은 곳에서 1시간이나 기다려서 사람을 찔렀으니까. 한 둘이 오간것도 아닐텐데 굳이 여성을 살해할 필요가 있었을까? 폭력성향과 불안정한 정신상태의 문제였다면, 1시간을 기다릴 수 없을거 같은데. 당장 나가서 아무나 찔러 죽여야겠지. 피해자가 평소 여성에게 무시당하는게 화가 나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하는 이야기를 제외해도 여성혐오 범죄로 인지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지. 정신나가서 아무나 찔러죽였다 보다는.

2. 남자는 뭔 죄야?
여기 있는 형들이나 나나 그 시간에 잠을 자거나 했겠지. 하지만 자고 일어났더니 잠재적 범죄자라고 남자들을 막 욕하고 그런단 말이지.
근데 생각해보면 인간은 어차피 잠재적 범죄자야. 다들 누가 뭘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음..이게 아니라, 대부분의 남자들은 자신의 성욕을 억제하거나 혹은 불특정 다수에게 드러내지 않지만, 유감스럽게도 많은 남자들이 자신의 폭력성을 여성에게 자꾸 드러내려 들고, 실제로 드러내기도 하지. 허다하게 나오는 기사가 성범죄, 성폭행 기사인데. 게다가 어제 강력범죄에 노출된 여성의 비율이 전체 피해자의 90%라는 통계도 나왔고. (http://m.chosun.com/svc/article.html?sname=news&contid=2015092400375&Dep0=www.google.co.kr)
자연스럽게 여성들은 남자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클 수 밖에 없어. 나나 다른 남자들이야 억울해 혹은 기분나빠 정도의 감정만 가지면 끝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존재를 두려워 할 수도 있는거지. 그렇다면 더욱 안전한 사회가 만들어지기까지는 그 두려움을 인지하고 행동하는게 맞지 않을까?

3. 유독 이 사건이 왜?
왜 그럴까 하고 생각을 해봤는데. 기존의 여성살해사건은 대부분 은밀한 공간에서 발생했지만 이번 사건은 강남역 한복판에서 발생했다는게 가장 큰 차이같아. 자정에도 불야성인 곳이 강남역이고, 하루 수백만의 사람들이 이동하는 곳인데, 그곳에서 여성혐오를 기반한 범죄가 일어났다는 사실은 많은 여성들에게 큰 위협으로 작동할 공산이 크지. 그렇기에 추모의 열기도 점점 커지는거고.

4. 아니 근데 이게 왜 성대결의 장이 되는거야 자꾸?
기존에 존재하던 여성혐오에 대한 분노가 이번 사건으로 폭발한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느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는게 이번 사건을 통해서 드러났고, 그렇기에 평소에 가지던 분노가 터진거 같은데. 누군가는 일부 남혐 사이트 회원의 분노다! 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안전이 위협받는 일에서 굳이 남혐 사이트 회원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자신도 무서워 지는게 맞지 않을까. 거기에 네이버 리플에 달린 시궁창 같은 말들(안 그런 사람들이 더 많겠지만)을 보고 화가 안나는게 신기할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5. 사건과는 별 상관없는 이야기
요새 사이트 어디를 가든 흔히 볼 수 있는 리플이 여시가 또...! 혹은 메갈이 또...! 나 메퇘지같은 표현들이더라구. 일전에 풋볼리스트 문슬기 기자인가, 이민아가 피파 사절단(?) 에게 꽃다발을 전해준 것에 대해 문제삼는 기사에도 그런 리플이 달려있었어.
근데 그런 사람들을 일부고 맛이 간 사람들이라고 타자화 하기 전에 한번 쯤 왜 저런 이야기를 하는걸까 하고 생각해본 적 있어? 하다못해 일베새끼들이 왜 저러는지에 대한 기사도 있는 판국인데 왜 메갈리아가, 왜 여초사이트가 저런 이야기를 하는걸까? 에 대해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조금은 있는거 같아.
예전에 나도 정말 싫었어. 페미니즘을 공부했지만, 한남 / 와꾸빻은 뿔테남 등의 이야기를 보면 기분 나빴지. 당장 내가 와꾸빻은 뿔테남인데. 그런데 저 사람들이 왜 저러는가에 대해 생각을 해봤어. 심각한 남녀차별국가에서(취업에도 남자보다 더 어렵고, 손발톱 뿐 아니라 각질에 쇄골에 별의별 곳들을 다 관리해야 하고, 화장은 예의란 소리를 듣고, 성폭력에 노출될 위험이 현저히 높은 사회에서, 한 집단이 다른 집단에 비해 더 많이 고생한다면 그건 한 집단이 차별받는게 맞다고 봄) 자신들이 받은 차별을 거꾸로 보여주는것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고..그렇더라구. 그게 옳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저럴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
그때부터 좀 더 다른 소리를 내면 메갤이 또...! 보다는 왜 저런 이야기를 하는걸까? 싶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 어줍잖은 어그로가 아니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면 충분히 할만한 얘기들에 대해서는 그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게 되더라고.

글도 잘 못쓰는데 쓸데없는 이야기를 주절주절 했네. 원래는 리플로 남기려다 생각이 길어져서 여기에 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