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PD는 왜 청춘 FC를 금수저 일레븐으로 만들었나

by 낙양성의복수 posted Oct 0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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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FC는 헝그리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생이었던 그들에게 왜 누구보다도 좋은 것만을 먹이고 입히는지 되물어보고 싶다. 분명히 그들에게는 프로가 될 '기회', 또는 프로가 될 '자격' 둘 중의 하나가 없었을 것이다. 그 결여된 청춘들에게 제작진은 '기회'를 제공해주고자 했고, 그 기회를 통해서 그들은 스스로 '자격'을 얻어내야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K리그 챌린지 선발선수와의 경기가 확정되었고, 그로 인해 더이상 청춘 FC와 그 선수단이 미생이 아니게 된 것은 퍽이나 꼴불견인 일이다. 도전자 주제에 갑질이라니 꽤나 패기 넘치는 일이 아닌지? 아니 엄연히 말하면 그것은 패기라고는 볼 수 없고 병이 갑을 업고 을에게 갑질하는 것 뿐이지.

 

이는 플롯과 개연성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무성의하게 방송을 진행시키다 적당히 시즌을 마치되, 그 빈약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반사이익만은 기어이 챙겨야겠다는 무리한 욕심을 부린 제작진의 제안서를 얼씨구나 하고 고민도 없이 덥석 받아 문 프로축구연맹의 잘못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선수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멍석이 과하게 화려하게 깔렸든 간에, 판이 깔렸다면 최선을 다해서 꿈을 이뤄야만 하는 것이 청춘들의 길이고, 위에서 까라면 할 수 없이 까야 하는 이들이 바로 기득권(Classic)에 대한 도전자(Challenge)들인걸... 그들은 마지못해 뛰어야만 하는 것이구.

 

클래식, 주로 기업구단 구단주들을 주축으로 이루어진 프로축구연맹 이사회가 챌린지의 의사를 얼마나 반영해 주었을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인데, 이 결정이 공교롭게도 프로와 아마추어 중 최고의 축구팀을 가리는 FA컵을 TV에서 내쫓을 줄 그들이 알았을지는 모르겠다.

 

알았다면 더더욱 큰 문제이기도 하고.

 

어쩌면 그들도 '한국축구 발전을 위한 대승적 차원' 이라는 축구계 최고의 갑에게는 한없는 을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일개 프로축구단 단장이래봤자 공중파 방송사 앞에서는 병이고 정이어서일지도 모른다.

 

결국 갑질이 갑질을 물고 낳은 사태로 인해서 클래식 팀들은 FA컵 공중파 방송이라는 기회를 잃었고, 챌린지는 승강 플레이오프가 걸린 시즌 막판에 이벤트 경기를 위해서 소중한 스쿼드를 기부했으며, 청춘 FC는 열심히 축구한 대가로 금수저라는 비아냥을 사게 됐다.

 

이 프로세스를 거쳐서 이익을 본 것은 졸렬한 플롯으로 시청률을 꽤나 올려 먹은 PD와 방송사뿐이고, 프로축구계에 있어서는 하등 이익이 없는 것이 개중에서 프로선수로 재도전할 재목이 있을 확률이 고교생 자유계약 대상자중 찾을 것보다 낮으며, 막말로 '선수도 되지 못하는 이들' 덕분에 '진짜 선수'들이 주목받을 기회를 크게 박탈당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청춘 FC의 팬들이 과연 그 경기를 통해서 프로축구 경기장을 찾을지는 더더욱 의문이다.

 

객관적으로 청춘 FC의 전력은 내셔널리그와 챌린저스리그 사이쯤이라고 봐야만 하는데, 이들과 상대하기 위해서 2부리그 각 팀에서 전력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선수들 2~3명씩이 어중이떠중이 모인 팀이 조직되었고, 그들이 펼치는 경기를 보고 경기력 면에서 만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축구의 흥행이 경기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내 지론이지만, 이 청춘 FC라는 팀이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비로소 이목의 중앙으로 올라온다손 치더라도 그들은 방송이 끝나면 더이상 청춘 FC가 아니고 프로축구선수를 꿈꾸는 미생으로 돌아가며, 팀으로서 존재하지 못하는데... 홈도 없고 경기장도 없고 팀도 없는데 경기가 있을 리가 만무하니 팬은 무엇을 위해 존재한단 말인지?

 

그렇다고 그들이 드래곤볼 흩어지듯이 전국의 프로 팀으로 스카우트되어서 팬덤이라도 형성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반 년의 훈련으로 프로 팀에 입성할 수 있었다면 그들이 청춘 FC에서 뛰고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설령 정말 운이 없어서, 기회가 없어서 실패했던 이들이 있어 개중에 몇몇이 계약을 맺는 데에 성공한다 치더라도 고교 최대어도, 대학리그 MVP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체육선생님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한 K리그에서 레귤러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냐...? 이는 스카우터도, 선수도 부정적이리라 본다. 그런 그들을 현 청춘 FC의 시청자들이 경기장에서 묵묵히 기다려 줄 것인지에 대해 나는 매우 회의적이다.

 

여러모로 얻을 것이 없는 경기를 위해서 너무 많은 것을 희생했고,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서 믿고 응원해줘야하는 이들은 청춘 FC 선수들보다는 그보다 더한 노력과 재능을 인정받고 당당하게 축구선수라는 '직업' 을 갖고 있는 계약직 전문직종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이 방송사의 편인 것은 너무나 슬픈 일이다. 그 대중들이 '대한민국 축구 팬' 임을 자처한다는 것이 더더욱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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