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포항-세렛소전의 소감 몇 가지.

by elofwind posted Feb 2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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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포항-세렛소전의 소감 몇 가지.

1. 멀티탭 축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전반 포항은 작년보다 훨씬 스위칭이 심한 제로톱을 구사했다.
멀티탭 축구라는 말로 포장이 되긴 했는데. 좌<->중, 중<->우, 1선<->2선의 포지션 체인지를 극단적으로 요구하는 움직임. 하지만 아직까지 선수들에게 맞지 않는 옷인데다가, 약속된 위치가 부정확했던 탓도 있고 전반 세렛소의 극단적으로 압축된 1~3선라인과 적극적인 전방 압박 탓에 제대로 가동이 되질 않았다.
특히나 중원에서 확실하게 볼키핑을 해주어야할 볼란테 파트에서 김태수가 여전히 기복있는 플레이를 보여주며 무너지자 덩달아 완전히 무너진 상황. 멀티탭 축구라지만 김태수 본인은 거의 고정위치에 가까웠는데, 황지수의 복귀가 언제냐에 따라 퀄리티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작년의 제로톱과 달라진 거라면 역시 황진성의 유무로 봐야겠는데, 황진성은 볼 배급과 준수한 프리킥은 좋았기 때문에 스위칭이 많지 않더라도 충분히 해나갈 수 있었다면, 지금은 황진성급의 패서는 없는 상태고, 반대로 김승대와 신영준이라는 빠르면서 전방을 공략하는데 특화된 선수가 있는 만큼 고무열<->이명주<->조찬후의 포지션 체인지와 잘 맞물리면 충분히 파괴력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전히 가장큰 문제는 중심을 잡아줄 볼란테와, 과연 90분을 저만큼 헤집고 다닐 체력이 있는지가 문제.

2. 김태수의 기복...
김태수는 신기할 정도로 경기 감각에 좌우되는 모습을 보이는데 보통 4~5경기 쯤 1주일 간격 경기를 뛰면 확실히 퀄리티를 내주는 선수이다. 하지만 그 전까지는 정말 볼키핑도 안되요. 패스도 안되요. 수비도 뭔가 파울로 끊어도 격한 파울 남발... 암튼 황지수 한 명으로 시즌을 떼울 수는 없기 때문에 김태수가 잘해줘야 하는 상황이고, 심지어 팀에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들도 드물어서 김태수가 잘해주기만을 빌 뿐이다.

3. 후반 4-2-3-1. 익숙한 축구는 훌륭한 조직력을 보여주었다.
이명주가 밑으로 내려오면서 이명주-김재성이 중앙 미들로 수비에서 공격까지 커버하면서 둘이서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중원을 안정시켰고, 배천석이 중앙으로 들어가면서 중앙 침투 부담이 줄어든 고무열-조찬호 두 윙어도 덩달아 공간 활용이 편해진 느낌이 확실히 느껴졌다. 사실 이 전술만으로도 한동안 먹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 하지만, 너무 노출이 많이 된 상태라 1년 내내 이걸로 돌리기에는 부담이 있고, 김승대나 신영준이 3의 중앙을 담당하기에는 아무래도 약하다. 그렇다고 황진성은 없으니 제로톱과 원톱을 번갈아 가며 사용해야 할텐데 선수들이 잘 적응해주기만을 바랄 뿐. 생각보다 배천석이 2선까지 내려와서 연결하는데 부담을 느끼지는 않는 것 같아서 다행이고.

4. 포항공략의 답이 전반 초반의 전방압박일까?
세렛소는 전반 초반 강한 압박을 통한 역습으로 선제점을 넣었다. 대체로 작년 포항을 공략하려던 팀들이 대체로 이와 비슷한 전술을 썼었는데, 그 자체는 틀리진 않았다고 봐야한다. 다만 포항 애들이 아직 어리고 체력이 팔팔한 상태임을 감안하면 좀 위험한 전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작년 포항은 역전 혹은 끌려가다 동점도 많이 만들어 냈는데 후반에 체력이 떨어진 틈을 공략하는 결과가 많았기 때문이고, 세렛소도 그게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세렛소는 전반 만큼은 아시아 탑클래스의 축구를 보여줬는데 후반은 실망스러울 정도로 확 가라앉았는데, 이는 전반에 포항이 못한 것도 있으나, 세렛소 자체도 아직 강한 축구가 자리잡히기엔 모자란 게 아닌게 싶은 것도 분명.
어쨌거나, 생각보다 포항 조직력은 여전히 든든해 보이기 때문에 포항을 상대할 팀들의 고민은 깊어질 것.

5. 신성 이광혁.
형인 이광훈 보다, 나름 이름값 쌓은 문창진보다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피지컬이나 긴장하는 걸 보면 확실히 아직 애는 애다 싶지만, 공 다루는 센스나, 전방을 향해 계속 전진하는 모습은 감명 깊었다. 02년 이후 체계적으로 지도 받은 애들의 특징이기도 한데 어쨌거나 나름 탄탄해 보이는 포항 주전 스쿼드를 뚫을 신인이 있다면 이번 시즌은 이광혁인듯. 다만 패턴은 좀 뻔한 것 같으니 얼마나 형들 도움 받아서 잘 해나갈지가 의문이고.

6. 어쨌거나 강심장 황선홍
아무튼 ACL이고 개막전이라는 중요한 시점에서 전반을 통틀어 멀티탭 축구 하겠다고 테스트 베드로 돌려버린 황선홍은 강심장이긴 하다. 후반 막판 쫓아가야 될 때 이광혁을 투입하는 것도 그렇고. 어찌보면 한경기 한경기 죄다 선수들의 성장 자양분으로 써야 하는 처지긴 하지만 내가 저 자리에 있으면 진짜 절대 못할 것 같다. 이번 경기랑 리그 개막전은 잡고 간다는 생각으로 베스트 일레븐에 가장 익숙한 전술을 사용했을 것 같은데도 황선홍의 시야는 그 뒤에 자리잡혀 있는 것 같다. ㅎㄷㄷ


좀 두서 없지만 3줄 요약
1. 멀티탭 축구 적응이 포항 시즌 결과의 키가 될 것+김태수 좀...
2. 여전히 조직력이나 팔팔한 애들은 쓸만, 황진성은 아쉽지만 어떻게든 될 것 같다.
3. 황선홍 강심장 대단하다. 단군이래 최대로 욕먹은 사람이란 타이틀이 그를 강하게 한 것일까. 암걸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