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경근 감독 사건 관련 글을 보다 1995명칭 사건이 떠 올라서 글을 씁니다.

by 1995?? posted Dec 1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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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전혀 안녕하지 못 하는 시국에 인사 드립니다.
평소 읽기만 하고 축구 커뮤니티에 글을 잘 안 쓰는 사람이지만 늘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축구 관련 게시판에 글을 쓸 기회도 없고 안 쓴지도 오래 되어서인지 좀 어색하지만 글을 작성하기 위한 진입장벽이 낮고, 열려있는 개발공이기에 이렇게 어렵게나마 글을 써 봅니다. 경어체가 다소 개발공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최근 곽경근 감독이 화두가 된 선수관련 문제가 현재 부천 팬들 입장에서 분개할 사안임에는 일반 축구팬입장에서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와중 개발공 베스트 게시판에 있는 ‘위대한부천을위하여’님의 '@민당 글에 대한 소고'라는 제목의 글을 읽으면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글을 읽어 보다 글 내용 중 “내가 생각하는 서포터는 말 그대로 지지자. 클럽의 발전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고 클럽 구성원에 무한 지지 신뢰를 보내는 그룹이라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잘못된 방향으로 나서는 클럽에 대해 묵묵히 있다면 "서포터"라는 이름을 왜 다는지 모르겠고 이럴 때 서포터 특권의식 좀 발휘해보자 이거야. 서포터 이기전에 한 클럽의 팬이고. 팬은 의사를 내비칠 수 있다고 본다.”의 내용이 현재 이 글을 쓰게 한 큰 동기가 되었는데 매우 공감되고 맞는 내용이었습니다.

현재의 모두가 알고 있는 부천이라는 구단... 아니 저는 그냥 1995라고 칭하는 게 편하기 때문에 ‘부천 FC 1995’구단을 1995라 칭하겠습니다. 과거에는 부천SK 시절 서포터였지만 현재는 2007년 이맘때 이후로 ‘부천 FC 1995’를 인정하지 않고 축구장을 떠난 수많은 부천FC의 올드팬 중 한 사람입니다. 2006년 부천SK 연고이전 후 現‘부천 FC 1995’의 창단과정에서 구단명칭 선정과정 의혹이 일었는데 당시 부천 FC 창단시민모임 웹사이트에서 있었던 일화가 떠 올라서 이렇게 자판을 두드립니다. 당시 논란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시민모임 웹사이트에서 구단명칭을 게시판상에서 공모
2. 창단 TF팀(대다수 부천 서포터즈로 구성)내부에서 구단명칭에 서포터 색이 들어간 명칭은 지양한다에 공감대 형성
3. 공모중 대체적으로 부천 FC, 부천 헤르메스 FC로 압축
4. 공모결과 부천 FC가 가장 많이 나왔고 부천 FC로 사실상 확정
5. TF팀 모 인물이 당시 창단위 단장이었던 배기선 의원에게 구단 명칭 공모 선정에 관한 최종 결재를 받기 위해
작성한 결재서류에 부천 FC가 아닌 임의대로 1995를 중간에 삽입하여 ‘부천 1995 FC’로 작성해서 실무자에게 넘김
6. 직접 결재서류를 들고 결제를 받은 담당 실무직원조차 뜬금없는 1995에 의아해함
7. 결재 후 TF팀 진행사항 보고에서 1995 삽입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고 부천시 측에서도 1995에 대한 의문제기
8. 부천시 측에서 1995부분에 대해 말이 나오자 TF팀은 1995를 뒤쪽으로 배치시켜 부천 FC 1995라는 명칭으로 최종 확정
9. 명칭과 엠블럼을 공식 발표되고 시민 모임 게시판에서 공개적으로 1995 명칭선정에 대한 의혹과 논란이 일어남
10. 구단명칭 관련 TF팀 게시판 게시글 내용도 모두 공개했지만 1995를 임의대로 삽입하여 현재의 명칭을 바꾼 의혹은 풀지 않은 체 일단락

어느덧 6년이 지난 이야기이지만 1995 사건 말고도 TNT흡수, SK 6억 문제 등 이래저래 다양한 이유로 부천 축구장을 그리고 부천 서포터를 떠난 사람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실제로 1995년 한국 축구 서포터 문화에 있어서 빼 놓을 수 없는 당시의 하이텔 축구동호회 회원들조차 부천 1995만 나오면 목에 핏대 세우며 분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1995라는 구단이 흥하든 망하든 이제는 제게 사실 큰 관심거리가 아닙니다. 가슴을 설레이게 하거나 나를 들끓게 하던 부천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곽경근 감독 비리의혹과 사퇴론이 뜨거운 이 시점에 왜 이런 글을 쓰는가? 개발공 베스트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위대한부천을위하여'님의 글 대목 중 “잘못된 방향으로 나서는 클럽에 대해 묵묵히 있다면 "서포터"라는 이름을 왜 다는지 모르겠고 이럴 때 서포터 특권의식 좀 발휘해보자” 라는 부분이 지금 상황과 6년 전 상황이 오버랩되서 입니다.

6년전 1995명칭으로 시끄러웠던 그때 말입니다...그때 여론은 크게 세가지로 나뉘었습니다.
하나는 “후보에도 없던 명칭이 어떻게 선정되었는가? 왜 1995인가? 누가 1995로 정했는가? 원안대로 부천 FC로 바꿔야 한다” 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개선을 바라는 부류와 다른 하나는 “1995면 어떻고 1997이면 어떠냐? 창단이 눈 앞인데 재 뿌리지 말고 그냥 아닥하고 감사해라”라는 측 그리고 “1995는 좀 뜬금없지만 창단을 한다니 일단 조용히 지켜보자”하는 침묵을 한 부류로 나뉩니다. 그런데 지금 곽경근 감독의 선수비리에 대해서는 성명서까지 발표하고 매우 강경하더군요.

침묵할거라면 서포터라는 이름을 왜 달고 있을까? 지금 곽경근 감독 선수비리 문제로 아우성 치는 1995구단 서포터들은 6년전 1995라는 명칭 문제로 시끄러웠던 그 당시 대부분 침묵을 했었습니다. 구단명칭을 누군가 임의대로 바꾸는 중대한 사건임에도 바로 잡을 생각은커녕 대부분 침묵을 했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구단명칭 그렇게 중요한 문제 아닐 수도 있었겠지요. 당시 침묵을 했던 서포터 대다수가 1995명칭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곽경근 감독 선수비리 문제도 누군가에게는 분개할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별로 중요치 않게 생각할 문제일 수도 있겠군요.

제가 보는 이번 곽경근 감독 문제의 핵심은 선수관련 비리 포함 결국은 성적부진이 핵심이라고 봅니다. 만약 올해 곽경근 감독이 선수들과 미친 척 마법을 부려서 1995구단을 클래식으로 승격 시켰다라고 합시다. 그리고 현재 상황처럼 선수단 물갈이를 하고 기타 비리에 연루되었다고 합시다. 아마도 선수 전원 물갈이 하더라도 성적이 좋았고 클래식 승격 시킨 감독이라는 공이 있기 때문에 눈앞에 보이는 비리와 의혹에 대해서 누구 하나 입을 열기 쉽지 않을 것 입니다. 아니 만약에 누군가 용기를 내어 곽경근 감독 행보에 의혹을 제기하더라도 곽경근 감독님 나름 생각이 있겠지 하면서 침묵을 하거나 오히려 곽경근 감독을 감쌀 것이라 예상합니다. 왜냐하면 6년전에 1995구단 팬들은 그랬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방향으로 나서는 클럽에 대해 묵묵히 있다면 "서포터"라는 이름을 왜 다는지 모르겠고 이럴 때 서포터 특권의식 좀 발휘해보자”와 같은 의식을 갖고서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던 사람들..6년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라고 목소리 내던 사람들은 시대를 잘 못 만난 탓인지 지난 2006년 기업에 의해 클럽을 잃고, 2007년 어떤 개인의 욕심으로 인해 구단 명칭이 멋대로 바뀌고, 같은 팬들이 침묵을 하는 상황 속에서 현재 곽경근 감독 사태를 보니 매우 묘한 기분이 듭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더 있는데 써봤자 아련한 옛 기억들 떠 올리다 보면 부천 클럽을 갖고 장난친 그들에 대한 분노가 끓어 오름과 동시에 그런 박탈감만 남은 체 부천 축구장을 떠난 많은 부천 팬들을 생각해서 이정도만 쓰겠습니다.

끝으로 현재 1995팬들이 분노하는 마음 제가 갖고 있는 모든 반감을 제외하고 그냥 축구팬 입장에서 어떤 마음이고 기분인지  공감하고 지지합니다. 하지만 6년 전 부천팬들은 이미 오늘과 같은 아우성 치는 목소리를 냈어야 함에도 스스로 침묵을 했었고 앞으로도 이러한 역사가 여러분의 정당성을 평가하고 이야기 할 것입니다. 한국 프로축구가 더디긴 하지만 분명 성장을 하고 있고 축구팬들 역시 성장해 왔습니다. 내가 응원하는 클럽의 정체성에 부끄러운 요소가 있다면 그것을 들춰내고 변화시키는데 큰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그것이 서포터의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