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달성을 눈 앞에 둔 몰리나, 하지만 북패애들로부터 저평가받고 있다.

by J-Hyun posted Oct 1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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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매번 쩔어주고 있는 몰리나가 북패충에게 까이고 있는 실태를 디스하는 글.

 

 

('20-20' 이라는 K리그 신기록을 수립하기 위해 도전하는 마우리시오 몰리나. 사진출처 스포탈코리아)

 

K리그 신기록을 향해 나아가는 몰리

 

   몰리나도 어느새 한국에서 뛴 지 4년차에 접어들었다. 2009년 여름에 약 14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하고 성남으로 막 건너올 때만 하더라도 '과연 이 선수가 성남의 믿을맨인 모따의 공백을 메꿀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브라질 최고의 명문클럽인 산토스 등번호 10번 출신답게 그새 적응을 마치고 K리그에서 미친듯이 날뛰었다(리그 데뷔전이었던 포항전에서 데뷔골을 기록했다). 2009년 K리그 하반기 최고의 선수로 군림하던 몰리나는 이듬해인 2010년에 성남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등극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공헌을 하였고, 신태용 감독의 핵심선수로 거듭났다. 그러나 운명의 여신이 장난질이라도 친듯이, 이제 성남이 날개를 펴고 뭔가 해보려고 하려니까 몰리나는 이적료 15억원에 성남을 떠나 서울로 이적했다. 성남의 긴축재정으로 인해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구단에서 그를 이적시킨 것이다.

 

   몰리나의 서울생활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자신이 뛰던 성남과 달리 서울의 전술이 다르다보니 적응하는 데에 있어서 상당히 애를 먹었으며, 특히나 기존에 있었던 우즈베키스탄 플레이메이커인 세르베르 제파로프와 동선이 겹치면서 방출설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2011년 6월 18일 강원전에서 데뷔골을 성공시키기 전까지 언론에선 그를 쉴새 없이 흔들었고, 심지어 사우디 아라비아의 명문클럽인 알이티하드 이적링크까지 떴다. 제파로프가 알샤밥으로 떠난 이후, 몰리나는 그제서야 자신의 기량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특히나 전남전에서 터뜨린 결승골이나 2011년 8월 27일 강원과의 홈경기에서 K리그 최초로 더블 해트트릭(3골 3도움)을 기록하면서 후반기 서울의 상승세의 실질적인 주역이 되었다.

 

    올시즌 몰리나는 더더욱 물이 올랐다. 서울이 승리하는 데 있어서 몰리나가 기여하지 않은 경기가 거의 손에 꼽을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실제로 막강했다. 오히려 데얀보다도 더 큰 존재감이었다. 현재(10월 13일 기준) 서울이 리그에서 62득점을 기록하고 있는데, 여기서 몰리나가 17골 16도움을 기록하면서 서울 득점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이정도면 서울이 몰리나의 몰리나에 의한 몰리나를 위한 팀이라고 해도 과장되지 않았다고 본다. 특히나 팀의 성적을 떠나 몰리나가 이번시즌 20-20 스탯 달성에 도전하고 있다. 예전에 1990년대에 김현석과 신태용이 20-20 스탯에 도전하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기에(당시에 K리그 팀 수와 팀당 치르는 경기 수가 적었던 게 컸다), 몰리나의 이번 신기록 도전이 상당한 흥미거리다. 그는 현재 2011년에 이동국에 세운 15도움을 깨뜨렸고, 1996년에 유고 특급 라데가 세웠던 16도움(컵대회 기록 포함)과 타이기록이다. 앞으로 남은 스플릿 일정을 고려했을 때, 몰리나의 기록갱신이 다소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몰리나를 저평가하고 있는 서울팬들, 무엇이 불만인가.

 

(올시즌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는 몰리나지만, 서울팬들 눈에는 그의 플레이가 영 성에 차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몰리나의 활약에 대해 K리그 다른 팀 팬들은 몰리나라는 존재가 참으로 얄미우면서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특히나, 몰리나 한 명으로 인해 이기거나 비길뻔한 경기를 극적인 동점이거나 역전패로 당했으니까 말이다. 사견이지만, 나는 몰리나 성남시절부터 줄곧 그의 플레이를 보고 울산으로 한 번 데려왔으면 하는 생각까지 느꼈다(울산에 몰리나 같은 크랙이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른 팀들은 '몰리나가 우리팀에 왔으면 좋겠다'고 하는 반면에, 아이러니하게도 몰리나가 뛰고 있는 서울 팬들은 그의 활약상에서도 영 탐탁치 않으며, 심지어 모 축구 커뮤니티에선 서울과 몰리나가 스타일이 안맞기에 하루빨리 몰리나를 버려야한다는 반응도 있었다(나로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반응이다). 도대체 그들은 무엇 때문에 몰리나의 신기록 행진을 나가고 있음에도 영 좋지 않은 반응을 보이는건가?

 

주장 1 : 몰리나가 유독 수원전에 약하다?

 

(서울팬들은 몰리나가 수원전에서 부진한 것을 가지고 그의 기량을 평가절하한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서울팬들이 몰리나에 대해서 평가절하하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바로 수원과의 경기다. 최근에 서울이 수원을 상대로 7연패를 기록중이고, 어떤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수원을 이기지 못하고 있다. 거기다가 수원전에서 7경기 연속 무득점이다. 그런데 왜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원인을 몰리나 쪽으로 돌리는 것인지 나로선 도무지 납득이 안된다. 물론 몰리나가 수원을 상대로 득점이나 도움을 올리지 못한 것에 대해선 아쉽겠지만, 수원을 상대로 침묵하는 것은 몰리나 뿐만 아니다. 매번 수원만 만나면 약한 모습을 보여왔던 데얀에 대한 비난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몰리나와 함께 서울의 공격을 담당하는 데얀에 대한 비판도 있어야하거늘, 그들은 데얀에게는 유달리 감싸주는 모습이 많다.

 

   서울이 수원에게 이기지 못하는 이유는 몰리나의 부진으로 돌리는 것만큼 비겁한 변명은 없다. 나도 서울이 수원에게 지던 7연패 경기들 중 직접 본 경기가 몇 번 있지만, 제3자인 관점에서 봤을 때 서울이 전체적으로 경기력이 별로였다. 그동안 데몰리션 콤비가 먹히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면, 최소한 플랜B로 다른 방법을 꺼내들어야 하는데 언제나 서울은 오로지 데몰리션에만 의존하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10월 3일 경기에선 수원이 애초에 선발라인업부터 서울보다 핵심결장선수가 더 많았다는 걸 고려한다면 몰리나 한 명에게 향한 비난은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그런식으로 따지면 다른 서울 선수들은 대체 뭘한건가? 팀 전체의 부진을 한 선수에게 비난하는 것만큼 옹졸한 건 없다. 몰리나가 없었더라면 수원의 수비를 분산시키는 게 애초에 가능했을까 싶다.

 

주장 2 : 몰리나가 경기 흐름을 다 끊어먹는다?

 

 

(몰리나가 경기 흐름을 다 끊어먹는다? 글쎄, 과연 그런가. 사진출처 MK 스포츠)

 

   서울팬들이 두번째로 지적하는 것이 바로 몰리나의 플레이 스타일, 그것도 볼을 질질 끌어서 경기 흐름을 다 끊어먹는다고 하는 반응이 심심찮게 나온다. 사실 몰리나 같은 드리블러들에게는 줄곧 따라다니는 수식어이긴 하다. 드리블러들이 경기가 안풀릴 때에는 얼핏 공을 질질 끌어서 템포를 망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몰리나가 경기 흐름을 많이 끊어먹는다는 말에는 다소 동의하기가 힘들다. 오히려 그의 엇박으로 치고 들어가거나 아니면 한 템포 늦게 들어가는 드리블이 오히려 상대 선수들의 템포를 빼앗아 가는 경우가 훨씬 많았고, 그 점 때문에 몰리나가 크랙으로서의 높게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문가들도 몰리나의 움직임에 대해서 대단히 높은 평가를 하는데 불구하고 그가 경기 흐름을 망쳐서 서울에 적합하지 않다니 어쩌니 하는 말은 동의할 수가 없다.

 

    그렇게 몰리나가 방해가 된다면, 과연 서울에서 그를 대체할 만한 선수가 있긴 할까? 유감스럽게도 그를 버리면 서울은 공격전개 자체가 불가능하다. 데얀의 경우에는 득점력은 좋으나 몰리나처럼 상대의 템포를 무너뜨리는 크랙 기질을 갖추지 못했고, 고명진의 경우에는 지난시즌 말부터 영 좋은 모습이 아니라서 몰리나보다 더 좋은 옵션이 되질 못하는 게 현재 실정이다(지금 서울 선수들 그 어느 누구도 몰리나를 대신해서 진두지휘할 선수가 없다). 게다가 몰리나가 서울 득점력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도 상기해야할 것이다(팀득점 62골 중에서 몰리나가 기여한건 무려 33골이다. 17골 16도움). 게다가 올시즌에 몰리나가 결장한 경기에서 서울이 승점을 몇점이나 챙겼는지 생각해보면 답은 나올 것이다. 다른 팀들은 오히려 몰리나 같은 선수들을 찾기 위해서 방방곡곡 수소문하고 있는데 말이다.

 

주장 3 : 몰리나보단 제파로프가 더 뛰어나다?

 

(몰리나를 깎아내릴 때 항상 등장하는 비교대상, 세르베르 제파로프. 사진출처 스포츠조선)

 

   몰리나의 활약상을 비교할 때 서울팬들이 항상 언급하는 비교대상이 있었으니, 바로 우즈베키스탄의 플레이메이커인 세르베르 제파로프. 실제로 서울에서 뛴 기간은 딱 1년에 불과했으나, 그의 향수에 젖어있는 서울팬들이 상당히 많다(아무래도 2010년 서울이 리그 챔피언에 오르는 데에 있어서 가장 큰 공헌을 한 인물이기에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을 지도). 게다가 제파로프가 나간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몰리나와 상극이다보니 경기하는 데 있어 본의아니게 불협화음이 잦았다. 그래서 몰리나가 못하거나 하면 항상 어김없이 등장하는 게 제파로프고, 심지어 이 모든 것이 황보관 前 감독 탓이라고 물고 늘어지는 사람들도 있다. 엄밀히 따지면, 황보관 감독은 제파로프가 떠나기 훨씬 이전에 감독직에서 물러났으니, 제파로프 이적과는 별 상관이 없는 사람이다(쓸데없이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제파로프는 분명 뛰어난 재능을 보유하고 있는 선수인 것은 확실하다. 우즈벡 국가대표팀에서 보여주는 모습만 하더라도 팀의 완급조절을 하면서 컨트롤 타워 역할에 탁월하다. 하지만 그와 몰리나를 동일한 비교선상에 놓는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된다. 애초에 플레이스타일이나 역할이 다를 뿐더러, K리그에서 뛰면서 보여준 것만 놓고 비교해도 몰리나가 그렇게 폄하당할만큼 못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K리그에서 보여준 것만으로 따지면 오히려 성남의 아챔 우승공신인 몰리나를 더 높게 평가해야하는게 아닐까?). 성남-서울에서 보여줬던 그의 공헌이 이정도 밖에 안되는 것이었나 싶을 정도로 불공평한 대우다. 제파로프가 떠난 것에 대한 불만을 표시할 것이라면 몰리나가 아니라 이 둘의 공존을 찾지 못한 감독 탓이 아닐까 싶다. 현재 남아있는 사람을 두고 이미 떠난 사람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매너가 아니다.

 

   몰리나가 머나 먼 타지에서 4년간 뛰면서 한 국가의 리그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새로운 도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의 활약상은 누가 뭐래도 높게 평가해줄만큼 가치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몰리나의 홈팀팬인 서울팬들에게는 아직도 제 가치를 인정못받고 있다는 게 다소 의아스럽고, 납득이 되질 않는 대목이다. 대체 몰리나가 어느정도까지 보여줘야 그들은 만족하려는 지 모르겠다. 이만하면 충분한 게 아닌가 싶은데 말이다. 이런 뛰어난 선수를 향한 비판은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